한국 방송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번 챙겨 보는 건, "싱어게인", "골 때리는 그녀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꼬꼬무)", 그리고 "런닝맨".
이 중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종종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어서 우아~ 그런 일이... 하는 것들도 있지만 많은 한국 근대사 이야기들은 대강 내용은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게스트들의 반응을 보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 대해서 전혀 처음 들어 본다는 듯한 표정과 반응을 보여 주곤 한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방송이기 때문에 모른 척하고 그런 리액션을 하는 것일까? 어떤 이야기들에 대해서 정말 놀라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모른 척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오늘 방송된 이야기는 김주열 학생의 이야기로 마산에서 일어 났다는 것, 그리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래서 4.19로 이어졌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게스트는 나온 아이돌 유주, 모델 이현이, 배우 진선규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혀 무슨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고 있었고, 김주열이란 이름까지 나왔는데도 전혀 어떤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찾아 보았는데 유주는 97년 생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이현이 83년생, 진선규 77년생이면 그 이야기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내가 유별난 것일까?
산호세에 있을 때 우리 팀에 한국분 엔지니어가 계셨는데 나보다 13살 어린 84년생이었다. 한번은 팀원들과 다같이 점심 먹는 자리에서 한국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분은 79년 10월에 암살 당했고 난 그 때 9살이었으니까 뉴스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뉴스, 장례를 위해 광화문 거리에 운구차가 지나 갈 때 주위에 울부짓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다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이 한국분 엔지니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놀라워 하면서 말한다.
"아니 그걸 경험하셨단 말씀이세요? 저는 역사 시간에서나 배웠는데..."
아.... 누가 역사책에서만 배웠던 일들을 난 직접 경험하고 보았을 연배가 되었구나....
경험해 보지는 못했더라도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프로그램 맨마지막에 나오는 문구처럼 "그 날의 이야기를 들은 오늘 우리의 생각은..."처럼 어쩌면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오늘을 만들어 내었고, 그렇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을 한번쯤 어떻게 당연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자, 꼬꼬무 이번 편도 마무리하며 설거지도 마쳤으니 이제 도로 일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