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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새 수필

드라마 나인 (Nine: 아홉 번의 시간 여행)

by 피터K 2021. 11. 19.

2013년 3월 tvN에서 방송되었던 나인, (Nine: 아홉 번의 시간 여행) 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처음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는 몰랐고 중간에 와이프가 알게 되더니 적극 추천이라며 꼭 보라고 권해 주었다. 대부분 한국 방송을 보는 시간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싱크대 앞에 틀어 놓고 보는 건데 보통 20-30분 정도에 끝나니 짧게는 50분, 60분 하는 드라마는 잘 안 보게 된다. 게다가 설거지를 하면서 보니 계속 집중 할 수가 없어 보통 당시에 방영 중이던 해피 투게더처럼 패널들이 나와서 수다를 떨거나 아니면 YouTube 영상처럼 짧은 것들을 보게 되는데 어짜피 이번에 다 못 봐도 다음 편보는데 문제가 없거니와 끝까지 보지 않더라도 별로 아쉽지 않은 것들에 더 수월하게 손이 가곤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 나인은 와이프 뿐만이 아니라 당시 중학생이었던 큰 애까지 너무 재미 있다며 다음 편 나오기를 아주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서 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편으로는 재미 있다니까, 그리고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그러는거야 하는 호기에 어찌저찌 1편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새벽 4시. 그 동안 밀린 1편부터 그 때까지 방송된 모든 에피소드를 다 보게 되니 시간은 새벽 4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왠만해서는 그냥 한편 끝나면 다음 편 있어도 피곤하면 거기서 끊고 자게 되는데 이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벌써 오래된 드라마이고 구지 여기서 그 줄거리를 구구 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간단한 설명은 향을 피우면 20년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고 거기서 일어난 일이 나비 효과가 되어 현재로 되돌아 오면 그 영향이 남아 있다는 그런 소재였다. 지금 형은 죽었는데 20년 전으로 되돌아 가 형이 죽는 순간을 넘기게 해 주고 나서 현재로 되돌아 오면 형이 살아 있다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주변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 가는, 그래서 다음 편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에서 제일 재미 있게 본 드라마를 꼽으라면 정말 재미 있게 보았던 송중기, 송혜교의 태양의 후예보다도 더, 그리고 공유, 김고은의 도깨비는 아직 못 보았으므로, 감히 1등으로 꼽을 수 있는 드라마인데 사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내용이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 끝나고 나서 스페셜에서 본 내용때문에 적는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인가 대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다음엔 스페셜이라는 회차가 하나 더 붙어 드라마 뒷이야기, 출연진의 인터뷰 등이 방송 되는데 이 나인에도 스페셜이 있었다. 그 스페셜 내용 중에 출연진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졌었다. 만일 당신에게도 여기 나인에서와 같이 20년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향이 하나 있다면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무엇을 바꾸고 싶습니까.

 

반은 농담, 반은 진담 혹은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같은 후회들로 가득찬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자 주인공이었던 조윤희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녀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다.

 

20년 전으로 되돌아 가서 지금의 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를 바꾸면 20년 후의 나는 다른 모습일지 않을까요.

 

 

살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그 때 그렇게 할 걸 이란 생각들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후회를 해 보았자 이미 지나간 일은 다시 번복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이 변하지는 않게 된다. 아마도 그런 후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드라마도 생겨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 20년 그 때 그렇게 했으면 지금은 이렇지 않을텐데 하고...

 

하지만 아무리 그런 생각, 상상 혹은 후회를 하더라도 결코 지금의 상황과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아직 오지 않은 20년 후의 그 과거는 바로 지금이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 하나, 혹은 결정 하나가 이제 20년 후의 나를 결정하는 건 아닐까. 그러면 이건 아직 내가 바꿀 수 있는, 아니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다는 뜻이 된다.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잊어 버리자. 마음에 담고 있어봐야 결코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뭔가 잘못되어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잘못된 것을 조금씩이나마 고쳐 보려고 하면 내일, 한달, 일년, 그리고 20년 후에는 조금 더 나아져 있지 않을까.

 

다른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했던, 그래서 처음으로 거의 밤새 가며 밀린 에피소드들을 몰아 보며 대체 왜 여기서 끝나는거야 하며 새벽에 울부짓던 기억 때문에 이 드라마가 기억에 남는건 아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그저 지나가는 누군가의 한마디, 지금의 나를 바꾸면 20년 후의 나는 바뀌지 않을까요라는 그 한마디 때문에 기억에 남아 버린 그런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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