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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취업 이야기

미국 취업을 하기 위한 준비 - 셋

by 피터K 2021. 10. 12.

미국 취업을 위한 마지막은 취업비자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미국 와서 처음 정착했던 Cupertino의 Biltmore Apartment

 

지금은 ESTA (Electronic System of Travel Autorization), 즉 전자여행허가라는 것이 있어서 미국 대사관에

 

인터넷으로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여행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8년 이전에는 미국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보통 B1/B2 라고 하는 상용/관광 비자를 먼저 받아야 했고

 

이 과정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비자는 단기 상용 (업무상 출장 등), 혹은 관광에 대한 것이므로

 

이 비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가 돈을 버는 행위, 즉 취업은 불가능하다. 이건 지금의 ESTA도 마찬가지인데

 

이건 단순 상용/관광을 기준으로 전자여행허가를 받는 것이라 ESTA로 입국 후 일을 하는 건 불법이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취업을 해서 일을 하고 싶으면 취업이 가능한 종류의 비자를 받아야 한다.

 

 

B1/B2라는 비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비자의 종류는 참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잘 알려진 것이 학생 비자 F1이 있고 우리가 필요한 전문직 취업비자는 H1B 라고 부른다.

 

H로 시작하는 비자는 대체로 미국 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 종류를 가르키는데 예를 들면 농번기일 때

 

멕시코 같은 곳에서 단기로 미국으로 들어와 농사일만 전문적으로 하고 일이 끝나면 돌아 가는 H2A라는 것도

 

있다. 구글에 "미국 비자 종류"라고 검색해 보면 종류별로 아주 잘 설명해 놓은 페이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국에서 미국으로 취업을 해서 오거나 혹은 미국 내 대학교/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직/엔지니어 등으로

 

일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비자 종류가 H1B이므로 이것이 어떻게 발급되는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취업비자 H1B는 고용주와 상당히 관련이 깊다. 미국에 출장 혹은 여행을 위해 스스로 신청하는 B1/B2 비자,

 

혹은 ESTA와는 달리 취업비자는 내가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으니 발급해 달라고 내 마음대로 신청하는 형태가

 

아니다. 이 취업비자를 신청하는 주체는 고용주, 즉 나를 데려다가 일자리를 주는 회사가 된다. 그것도 아무나에게나

 

신청해 줄 수 없고, 고용하려는 사람이 미국에서 일정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자격, 4년제 대학 졸업에 준하는 학력 및

 

이 사람에게 주는 연봉이 노동부에서 정해 놓은 금액 이상이 되어야 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자격 요건이 생긴 이유는 외국에서 사람을 데려옴으로써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찾으면 회사에서 노동부에 취업비자 신청서(petition)을 내고 승인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취업비자가 발급된다. 

 

 

내가 받았던 첫번째 취업비자 H1B. Visa Type/Class에 H1B라고 되어 있고 중간에 내가 일하는 회사의 이름도 적혀 있다. 즉, 이 비자는 이 회사에서 일할 때만 유효한 것이다. 만일 회사를 옮기는 경우 새 회사 이름이 포함된 새로운 H1B를 발급 받아야 하고 이를 H1B transfer 한다고 말한다. 나는 실제 일하는 사람이므로 H1B를, 나의 가족은 H4 비자를 받게 된다. 비자는 스티커 모양으로 내 여권 한 페이지에 이렇게 붙여 진다. 이렇게 해당 비자 종류를 여권에 스티커 형식으로 받는 것을 visa stamping 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취업비자 자격 조건에 이미 복잡한 조건이 붙어 있지만 사실 상 더 어려운 관문은 일년에

 

취업비자의 발급 갯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65,000개, 그리고 미국내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위한 추가 20,000개를 포함, 총 85,000개만 매년 발급할 수 있다.

 

 

이 매년이라는 것도 복잡한데 이는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월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0월 1일에 시작해 다음 해 9월 30일까지이다. 따라서 2021년 회계연도는 2020년

 

10월 1일에 시작해서 2021년 9월 30일에 끝난다. 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취업비자 신청은

 

그 해 4월 1일부터 받기 시작한다. 정리하자면 2020년 10월 1일부터 일을 할 수 있는 2021년 회계연도 취업비자는

 

2020년 4월 1일부터 신청 받기 시작하며 승인 숫자(H1B cap or quota)가 총 85,000개가 넘어가면

 

그 회계연도에서는 더 이상의 취업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진다.

 

 

COVID-19 Pandemic 전 2019년 기준 미국 학교에 학생비자로 유학와 있는 학생 수는 109만명 정도라고 한다.

 

이 학생들이 매년 졸업하는 건 아니니까 학부 4년 석사 2년으로 생각해 보면 각 학년 당 학생 수는 약 18만명.

 

이들이 매년 석사를 졸업한다고 보면 취업비자 85,000개는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내 유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나처럼 외국에서 학위를 가지고 바로 취업으로 오려는 사람들도 있으니

 

지원자 수는 더 늘게 된다. 게다가 대학원 졸업생들은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이라고 해서 합법적으로

 

2-3년간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OPT 기간 동안 일반 회사에 취업하고 OPT가 만료되기 전에

 

H1B로의 전환을 하게 되는데 올해 신청해서 안 되면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하는 H1B 재수생이 또 쌓이게 되니

 

H1B cap/quota는 더더욱 초라한 숫자가 되어 버린다.

 

 

내가 미국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2004년 경에는 이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닷컴붐과 더불어

 

고급 엔지니어 인력이 필요했던 미국은 이 취업비자 quota를 195,000개까지 늘린 적이 있었다. 그 때는 4월 1일에

 

접수를 시작해도 실제 회계연도가 시작된 10월이 넘어서까지 그 quota가 남아 있었고 일단 스폰서,

 

즉 나를 고용해 줄 사람만 있으면 취업비자 받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 quota는 원래 기준이었던 65,000개 수준으로 점차 줄기 시작했고 급기야 2008년,

 

접수가 시작되고 단 이틀만인 4월 3일에 이미 신청 접수 건수가 123,000개를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4월 3일까지

 

접수된 신청서까지만 받고 접수 순서가 아닌 추첨을 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정말 믿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현상은 계속 이어져 2010년 초반 잠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경제 불황기를 잠시 빼고는 2014년부터는

 

아애 일괄 4월 초까지 신청을 모두 받은 후 추첨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버렸다.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2022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보면 신청서 접수 수가 이미 30만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추첨 형식이 되다 보니 정말 취업비자 로또,  즉 운이 모든 것을 좌우 하게 되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팀의

 

한 친구는 벌써 2년째 떨어졌고 내년에 되지 않으면 본국인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 지사에서 일을 해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올 초에 석사 대학원을 졸업하고 팀에 합류한 다른 한 친구는 바로 첫번째에 붙어서 얼마 전

 

10월 1일부터 취업비자 신분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일을 하고 싶다, 혹은 할 능력이 된다라는 것이 취업의 조건이 아니라 운이라는 다른 조건까지 따라 붙게 되는

 

아주 이상한 시스템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복잡해지다 보니 미국 취업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또 다른 부담감이 따라오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내가 취업 준비를 할 때던 2004년 경에는 모든 것이 간단했다.

 

그 때는 나를 뽑아 줄 미국 회사만 찾으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0년 이후로는 나처럼 한국에서 바로

 

취업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취업해서 오는 사람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