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번 이야기 한 것처럼 내 전공은 EDA 개발 분야이지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이미 개발 부서는 모두 없어진
후였고 대부분의 남은 인력들은 외부에서 구매해 온 EDA software들을 관리하는 업무로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이 EDA 업계의 거의 모든 vendor들은 우리 회사를 방문해서 실무자들, 즉 내가 속해 있는 팀 사람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Hynix 라고 이름이 바뀌기 전, 현대전자는 비교적 DRAM을 중심으로한
메모리 부분만이 아니라 지금은 MagnaChip로 분사해 나간 비메모리 부분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던 시기여서
거의 모든 분야의 EDA vendor들이 찾아 오곤 했다. 게다가 2001년 DAC에서 보았듯이 당시만 하더라도
Synopsys, Cadence 말고도 수많은 중소 EDA 회사들이 있어 정말 다양한 부분의 다양한 회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미팅은 주로 본사 마케팅, 혹은 일부 개발자들이 함께 한국 지사, 혹은 대리점과 같다고 할 수 있는
한국 vendor분들과 함께 회사를 방문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직접 미국 본사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난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기로 했다.
미팅은 주로 본사 마케팅/세일즈 분이 지사/vendor 분들과 함께 회사에 와서 우리 팀원들 앞에서 자기네들
software solution에 대해서 영어로 소개를 하는 식으로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고 나면 맨 마지막엔 당연히 Q & A 시간이 이어지는데 나는 가능하면 어떤 식의 질문이라도 만들어서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미팅이 끝나고 나면 따로 가서 인사하고 어떤 어떤 것들이 인상 깊었다, 이런 이런 점은 어떤가
하는 식의 후속 질문을 계속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도록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리고 나서 꼭 명함을
주고 받고 나중에 받은 메일 주소를 통해 추가 질문도 하면서 여기 이런 사람이 있어라는 식의 어필을 하는
노력이었다. 이런 방법은 생각보다 상당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낳았는데 보통 이렇게 미팅을 하고 나면
대부분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영어가 부담스러워서 지사에서 나온 분이거나 vendor로 오신
한국 분과 한국어로 대화를 먼저 하게 되는데 그와는 달리 영어로 직접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다음에 다시 만나더라도 나를 좋은 인상으로 기억을 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미국으로 취업을 나오고
몇년 후 DAC에서 몇몇 사람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까지도 날 기억해 주고 있었다.
많은 경우 이렇게 회사로 찾아오지만 어떤 경우에는 호텔 컨벤션 룸을 빌려서 각 회사의 EDA 담당자를 모두 한자리에
모아 발표회 같은 것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한 회사의 발표회에 갔었는데 software solution에 대해서 소개를 한 후
데모를 화면에 보여 주었는데 그 결과를 보면서 약간 특이한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아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발표회가 다 끝나고 나서 주섬주섬 가방을 정리하며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발표를 하던 CEO가
나에게 다가 오더니 너 참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다라며 칭찬을 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일을 통해서 이 분과는 따로 이메일로 여러 의견을 나누면서 인연을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그 때 그 때는 아주 사소한 대화들이었지만 결국엔 이런 것들 하나 하나가 쌓여서 어떤 인연이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연이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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