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다. 뭐든지 무조건 크다.
이제 미국 여행 시간의 처음이자 끝을 나타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표현이었다.
아마도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미국으로 출장, 혹은 여행을 오는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인상이지 않을까 싶다.
10시간에 걸친 지겹고 긴 비행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도착한 미국 LA. 거대한 비행기에서 내려 마주하게 된 LA 국제 공항.
그리고 거기서 느끼게 된 첫인상은 크기에서 오는 압도감과 위압감이었다. 아직도 뚜렷한 인상적인 장면은
입국 심사대로 가는 통로에서 본 엄청난 크기의 성조기였다. 차양처럼 통로 천장에 걸려 있었는데 그게 아주 묘한
위압감을 주었다. 마치, 나 미국이야, 그래 이제 미국이라고라고 중얼거리는 것처럼.
당시만 하더라도 911 전이라 입국 심사는 그다지 까다롭지는 않았고 오히려 머무를 곳이 명확하고 돌아갈 비행편도
확실한 걸 보고는 몇가지 묻지도 않고 입국 도장을 찍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디덨건 것이다.
공항에 마중나와 계시던 고모님을 만나고 그리고 그 차를 타고 공항에서 고모님 댁에 가는 내내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묘한 낯섬과 함께 약간의 우와 하는 감탄사도 뱉어내게 만들었는데 늘 높은 빌딩과 아파트만 보던 광경에서
아무 높아봐야 2층에 불과한, 아니 거의 대부분이 1층으로 넓게 만 퍼져 있던 건물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다가 왔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모든게 크구나라는 인상과 함께.
그렇게 고모네 집에서 시작해서 미국에 있었던 기간은 약 한달 정도. 그 사이 LA 근교 Universal Studio와
Disney Land를, 그리고 고모가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우리 세 남매와 고모, 이렇게 넷이서 동부 Boston으로 날아가
Washington DC까지 동부 해안을 따라 Amtrack 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었다.
LA에 오시기 전에 동부에 사셨기 때문에 친구 분들도 많으셔서 종종 그 친구 분들 집에서 머물기도 하면서
Boston의 MIT, 고모부가 졸업하신 하버드 대학 (소위 말하는 하버드 법대 출신이시다), NY의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Washington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등 일주일 정도 많은 곳을 방문 했었다.
다시 LA로 돌아 와서는 Lake Tahoe에 고모네 식구들과 다같이 스키 여행을 가서 스키라는 것도 처음 타 보았다.
돌아오는 길엔 SF를 거쳐 스탠포드 대학과 UC 버클리도 둘러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미국을 경험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그 어떤 여유로움과 낭만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소위 말하는 미국병이라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미국 와서 살면 참 좋긴 하겠다라는 생각 정도는 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현실적이었던 건 유학에 대한 상상과 동경이었다. UC Berkeley, UCLA, Stanford, MIT, Harvard 등등
여행지마다 유명 대학교들을 구경할 수 있었고 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정말 멋질텐데라는 동경이 생겨났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 한동안 도서관에서 유학에 관한 자료도 찾아 보고 했는데 2학년은 유학을 꿈꾸기엔
너무 어렸고 또 병역문제라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서 반년 정도 지나고 나선 잊어 버리게 되었다.
몇년 전 큰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그 학교 캠퍼스를 돌아 다니다가 그 30년 전의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는 더 이상 유학이 아니라 만학이 되겠지만 언젠가 은퇴하고 나면 동네 community college에
알맞는 수업이나 들으러 다녀 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능하겠지?
그리고 학부, 대학원 석박사, 결혼까지 10년은 훌쩍 지나가고 2001년 6월 다시 두번째 미국 방문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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