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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행기 X - 신사(神社) 문화"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일본의 독특한 문화라면 아마도 이 신사(神社) 문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를 못 살게 굴었던 일 중에서 또한 기억에

남는 것이 신사 참배이다. 신사 참배라고 하면 일본 천황에 대하여 

존경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든가 혹은 천황을 숭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약간의 오해이다. 즉 신사 문화는 천황과 관련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종교를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일본은 국교라고 정한 특별한 것은 없고, 흔히 신토(神道)라고 불리우는

종교가 일본의 대표적인 종교하고 할 수 있다. 불교도 전통 종교로서

많은 신도를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 신토(神道)쪽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신토는 유교와 불교 사상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으며

일본인의 생활과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외관상 우리 나라의

불교와 비슷하게 보여도 내면의 세계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일제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했던 것은 그야 말로

내선일체(內鮮一體 - 여기서 內는 일본을 가르킨다)를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과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도록

교육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신사(神社)는 말그대로 신(神)을 모셔둔 곳이다. 여기서 신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하느님과 같은 절대, 유일의 존재가 아닌 그냥 다신(多神)들

중에 하나 이다. 신이 되는 것은 일반 사람도 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로마인들의 신관(神觀)이

나온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인간의 행위나

윤리 도덕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호신의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그래서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마저 신격화 되어

그 신전을 세웠다. 아마도 일본의 신사 문화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수호신이 필요하고 그래서 그런 수호신이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신격화해서 만들어 진것이 이러한 신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각 신사의 주인, 즉 다시 말하면 그 신사에

모셔진 사람은 역사상 유명한 사람이거나 천황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빌 때마다 그 해당하는 신사에 가서 비는 것이다.

*!* 문제는 그들이 2차 세계 대전의 전범 마저 신격화 하여 신사를

만들었다는 거다. *!*

그렇게 너도 나도 신사를 만들 수 있으니 작은 것은 두어평 정도 밖에 

안되는 신사도 있고 큰 것은 덕수궁 만한 것도 있다. 옛날에 한 독실한

일본인이 전국에 있는 신사를 모두 돌아 다니면서 1엔씩 넣어 보았단다.

*!* 신사에 가면 동전을 넣는 작은 상자가 있다. *!*

그랬더니 1만5천엔쯤 들었다고 한다. 그 숫자가 일본에 있는 신사의

숫자인 셈이다. 


이런 신사 문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독특한 사후 세계관(?)

때문일지도 모르다. 그들은 누군가 죽으면 그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부처'라는 표현을 쓴다. 그 사람이 가난하건, 부자이건, 유명한 사람이건,

길바닥에서 구걸을 하던 거지이건간에 모두 죽으면 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죽어서 모두 부처가 되니 살아 생전에 선행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구지 할 필요가 없고 절에 가서 수행을 한다던가 현세에서 사후 영화를

빌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 때문인지 사후 세계를 중시하여

부활을 믿는 천주교, 기독교가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내가 가 본 신사는 모두 세 군데였다. 

하나는 도꾜에 있는 메이지 신궁(明治神宮)이다. 신사(神社)는 일반 

사람들을 모신 곳이고 신궁(神宮 - 그네들 말로는 '진구'라고 읽는다)은

천황을 모신 곳이다. 따라서 이 곳은 메이지 천황을 모신 곳인데 도꾜에서

가장 큰 곳이라고 한다. 경내에는 메이지 천황의 보물을 모아둔 보물관이

있으나 별로 볼 만한 것은 없다고 한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큰 나무들에 신사가 둘러싸여 있는데 

모두 120만그루정도가 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그 신궁 안에 현수막이

있는데 남자 몇년생, 몇년생과 여자 몇년생, 몇년생들은 올해가 악귀(?)가

들 해이니 와서 신풀이(?)하라는 내용이었다. :)

*!* 쩝.. 근데 헤아려 보니 나도 해당하더라.. 몸조심 몸조심... ^^; *!*

두번째는 아사쿠사 신사(淺  - 흑흑.. 앞에 한자 찾는데 5분 걸렸다.

계속 한자 쓰면서 언젠가는 이런 일 생길 줄 알았어... T.T )였다.

이 곳은 아주 유명한 곳인데 정문에 가미나리몬(雷門)이라는 아주 

커다란 초롱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본전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전통 상점이 있다. 여기에는 큰 향로가 있는데 이 앞에서 연기를

자기 쪽으로 당겨서 쐬면 건강도 좋아 지고 소원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 지금 이 아사쿠사가 절인지 신사인지 잘 모르겠다. 난 신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여행서를 보니 아사쿠사칸논지(淺 觀音寺)라고

되어 있다. 절인가???  *!*

그리고 마지막으로 갔던 것은 헤이안 진구(平安神宮).

1895년 교또가 수도로 된지 1100년을 기념하여 세운 신사로서 건물은

모두 당시의 천황궁을 2/3 크기로 줄여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신궁이니까 헤이안 천황의 위패를 모신 곳이라고 보면 된다. 

건물이 모두 주황색으로 되어 있어 몹시 특이했다. 


하지만 이렇게 방문한 신사 보다는 길을 지나 가다가 본 신사의 수가

훨씬 많았다. 하다 못해 길 한 가운데 2평 정도 되는 신사를 본 적도

있었다. 신사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은 나무 문인데 특이해서 한번에

알아 볼 수 있다. 

*!*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에구구... ^^; *!*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신도(神道)와 신사(神社) 문화는 생활과 아주

동떨어진 것이 아닌 그저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리고 그 이하도 아닌...

마치 우리가 옛날에 길을 지나다가 성황당을 지나다 보면 무의식 중에

돌을 쌓아 놓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