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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행기 IX - 이조성 방문기"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이조성이라고 읽는거 맞는지 모르겠다. 한텀에서는 '조'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을 수 없었다. '條'란 한자에서 좌측변이 없는 글자인데

말이다. 음냐... *!*


이조성(일본어로 Nijo-jo)라고 읽는 이 곳은 교토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건립되기 시작한 성(城) 이름이다. 1603년에 지어지기 시작하여

1626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 나라의 '청와대'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 나라에서 흔히 '성(城)'이라고 하면 수원성과 같이 도시의 중심을

둘러 싸고 있는 성곽이나 그 문(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일본에 

있어서 성(城)이라고 하는 것은 궁궐과 같은 의미가 있다. 

왕이나 권력자가 지내는 곳을 우리는 '궁(宮)'으로 부르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나 할까?

암튼 일본에서 '성(城)'이라고 하면 그야 말로 '성(城)'이다.

그 외각에는 항상 해자(뭔지 아시죠? 물로 둘러 싸인 곳)가 있고

성의 안 쪽에는 또 다른 성곽이 있어 해자가 또 존재한다. 

이렇게 일본에서 '성(城)'이라고 하면 지내는 곳보다는 방어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 늘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는 일본의

역사때문인 것 같다. 성벽은 마치 잉카 문명의 마추피추에서 사용된

돌처럼 사람보다 큰 돌들이 서로 잇달아 쌓여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정말이지 일본의 성(城)을 보고 있노라면 전쟁터 한 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대강의 일본 성(城)은 그렇고, 이조성의 독특함은 다른 곳에서 온다.

이 곳은 역사적으로 조금 특이한 장소인데 개화기가 시작될 무렵

막부를 지배하고 있던 장군(쇼군이라고 부른다)들이 자기네 권력을

모두 천황에게 넘기기로 협정을 맺은 장소가 바로 이 이조성인 것이다.

이 협정으로 말미암아 천황은 실질적인 일본의 지배자가 되고

비로소 메이지 유신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의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인지 경복궁의 근정전과 같은 역활을 했던 Ninomaru

palace는 국보이고 다른 22개의 건물도 모두 중요 문화재이다. 


이 Ninomaru palace에 들어 가면 복도를 따라 각 방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각 방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로서 이 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살았고.. 하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장군(쇼군)이 휘하의 부하를 만나는 방인 Ohiroma Ichinoma, Ni-no-ma에는

*!* 내가 가져온 안내문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라서 어디까지가

이름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그대로 다

써 봤다. ^^; *!*

장군과 휘하 부하들의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다. 전형적인 일본의 

계급 사회를 보여 주는데 그 앞에서 머뭇거리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칼이라도 빼어 들 듯한

모습이었다. ^^;

*!* 이것을 아시는지요? 일본의 전통 무사, 사무라이는 항상 2개의

칼을 차고 다닌다. 하나는 장검이고 다른 하나는 단검인데 이 두개를

모두 지녀야 무사, 사무라이였다. 하나만 차고 있는 사람은 뭐냐고??

그네들은 모두 무사인 척(!)하는 사람들임.. :)

드라마 '미망'에 보면 하야시의 뒤에서 맨날 휠체어만 미는 친구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두개의 칼을 차고 있다. 따라서 금마는 정통

사무라이(!)임... ^_^  *!*

당시 장군(쇼군)은 실질적 정치 지도자였는데도 그 안에 들어 가는

사람들은 모두 칼을 차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장군(쇼군)과

만날 때에는 그런 무기는 다 빼어 놓고 들어 가야 할 듯 싶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장군(쇼군)은 맨손으로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  그래도 장군(쇼군)이라서 그런지 그 옆에는

시동(侍童)이 한명 앉아 있고 그 시동(侍童)이 칼을 잡고 있었다.

장군(쇼군)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조금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원래 '다다미'위에서 생활하는 곳이 되어서

의자나 그런 것은 없고 단지 장군(쇼군)이 앉는 자리가 좀 높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장군(쇼군)을 없애고 권력을 차지 하러 쿠테타를

일으킨다면?? 맨 끝에 앉은 사람이라도 단 열 다섯 걸음이면 장군(쇼군)이

앉아 있는 장소까지 갈 수 있고 게다가 칼까지 차고 있는데 말이다.

이를 위한 한가지 방책 ! :)

장군(쇼군)이 앉아 있는 곳 옆으로 미닫이 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 뒤에는 항상 장군(쇼군)의 직속 사무라이들이 대기 하고 있단다.

게다가 그 문을 열고 들어 가면 미로로 되어 있어서 장군(쇼군)말고는

아무도 그 길을 모른단다. 대단한 곳이야, 정말... :)

*!* 믿거나 말거나... 같이 간 가이드가 해 준 말이었음... *!*


그 Ninomaru palace의 복도를 따라 가다 보면 맨 끝방까지 가게 되는데

그 곳에 가면 Shiro-Shoin이란 방이 있다. 이 곳은 장군(쇼군)이

쉬는 곳인데 이 곳에도 마찬가지로 장군(쇼군)과 다른 사람들의 마네킹이

있다. 한가지 여기서 눈에 띄이는 점. :)

하나, 첫째 부인이 조금 멀리 떨어져 앉아 있고, 두번째 부인이

반대편에 앉아 있다는 것.  *!* 부인이 몇이나 되지?? 대체?? *!*

두울, 이 장소에는 단지 여자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것!!

*!* 내가 가져온 guide map을 그대로 옮기자면...

The unique point of these chambers is the fact that ONLY female

attendants were allowed entry here.  *!*


마지막으로 이조성의 Ninomaru palace를 상징하는 하나는 바로

Uguisu-Bari(Nightingale Floor)이다. 이건 뭐냐 하면 복도를 걸을 때마다

복도에서 항상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오래된 건물이라 그렇겠지 생각하겠지만 이건 자연의 소리가 아닌

인위적인 소리인 것이다. 즉, 복도를 걸을 때마다 일부러 이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나도록 만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아무리 장군(쇼군)이라지만 늘 누군가의 습격을 두려워 해야 했다고

한다. 뭐, 무력으로 이루어진 권력이니까 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암살자, 즉 걸을 때 소리도 안 낸다는 사무라이들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복도를 밟을 때마다 소리를 나게 만든

것이다. 그래야 누가 오고 있는지 알지.. :)

*!* 정말 대단한 애들이야... *!*

그래서 그 복도 이름이 영어로 Nightingale floor라고 불린단다.


이조성을 보면서 한가지 들었던 생각은 우리도 경복궁 같은 곳에

달랑 건물만 두기 보다는 이렇게 마네킹과 같은 것을 두고 그 옆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혹은 무슨 장소인지 안내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경복궁은 역대 조선 왕들이 살았던 장소라는

생각보다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공원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문화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에

더하여 좀 더 효과적으로 그 문화 유산을 알리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ps: 원래 일본의 문화가 축소 지향형의 문화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城)이 참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그 당시 전 일본을 

다스리던 힘이 나오는 곳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Shiro-Shoin에서

여자들만의 서빙을 받으며 지낸 장군(쇼군)은 정말 기분 째졌을꺼 

같다. 흐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