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essay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날 짜 (Date): 1994년08월22일(월) 16시27분53초 KDT
제 목(Title): [내 마음의 사전] '차' - 친구
친구
품사 : 형용사(!)
뜻 : 2000여명이 왁자지껄 모여사는 우리학교에서 친구라는 존재는
생활에 있어서 전부를 차지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과 떨어져지내고 낮선 곳에서 정을 붙이고 살기 위해서는
친구가 유일하게 정을 붙일 수 상대다. 새벽 2시까지도, 아니
밤을 세면서도 부담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이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에 가더라도 고등학교친구들 말고도 심심하면
부담없이 불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학교친구들이다.
뭐, 우리 어머니는 학교에서 맨날 보면서도 뭐 또 만나냐고 하시지만
6개월을(한학기) 동고동락한 사이인데 정이 안 갈 수 있을까...
'정'이라고 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친구사이에 붙이는
'정'은 '우정'이다. 그런데 요기서 묘한 뉘앙스를 가지게 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학교가 비록 공대이긴 하지만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한 10 퍼센트정도니까 공대치고는 많은 셈이다.
남자녀석들 사이에서야 친구라면 술이나 같이 털어 넣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가끔가다 싸움도 좀 하고 그러다가 다시 웃고...
하지만 여자 친구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여기서 친구는 이성적으로
다가가는 사람 말구 순전히 친구로서의 의미)
화가 나도 괜실히 숨기게 되고 때론 대하기 거북하기도 하고
신경이 꽤 많이 쓰인다. 이건 친구가 여자이기때문이라는 생각이
앞서서 일까?
피노키오라는 그룹의 노래중에 히트쳤던 '사랑과 우정사이'는
때론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말로 여자와 순수한 친구라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과정은 우정을 빙자한 사랑일까?
1학년때부터 꽤 많이 고심한 문제이다.......
1학년때에는 같이 공부하던 스터디 클럽이 있었다. 나와 화학과 친구하나
그리고 생명과 여학생 둘. 모두 같은 반 애들이었다. 둘씩 다녔기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서로 잘 어울릴수 있었고 놀러다니기에도 참 좋았다.
(휴~ 그때가 좋았지....)
서로 전공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이래저래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정'이란건 무엇이던가...
2년반동안 끈끈하게 이어진 사귐이었던지 우리는 바쁜 중에도 서로의
생일을 챙겨 주는 것은 잊지 않았고 한학기가 끝날때마다 조촐히 모임을
계속 가지고 있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여자가 둘이나 낀 이 모임에서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이라는, 무엇보다도 '우정'이라는 그런 모습이
강하게 서로를 이어주고 있다.
여자가 더 이상의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친구라는 존재로써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난 남녀사이에도 '우정'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음을 믿는다. 더구나 내게 이런 생각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두 여자친구중 하나가 이번 3월에 결혼을 했다는 거다.
(에구 부러버.....)
이 친구가 종교가 가톨릭이라서 혼례미사를 보는데 내게 성서를 읽는
전례인 '독서'를 맡아 달라고 부탁을 했고 흔쾌히 승락했으니까.
그리고 나서도 결혼한 친구집에 우리멤버는 모두 집들이 가고...
친구사이에 '우정'....
이런 좋은 우정도 나눌 수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경우가
더 많을듯 싶다. 나야 뭐 조금 특수한 경우로 이런 일이 생겼지만
특수한 경우를 빼면 나도 다 마찬가지니까...
나두 다른 한 아이를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친구는 영 생각해도 그냥
내 멤버들과 같은 친구로 생각이 안 되는 거다. 이상하다.....
내 멤버인 친구들을 만날 때 느끼는 평안함과 따스함이 아닌
그 친구는 웬지 모를 두근거림과 부담스러움이 자꾸만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럼 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가?
과연 여자 친구와 우정이라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여자 친구와는 사랑밖에 나눌 수 없는 걸까?
아님 이도저도 아닌 노래 가사처럼 '친구와 연인사이, 사랑과 우정사이'
에서 머무를수 밖에 없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녀사이에 진정한 우정이란 존재할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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