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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내 마음의 사전] '바' - 바람 맞기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essay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날 짜 (Date): 1994년08월05일(금) 19시02분02초 KDT
제 목(Title): [내 마음의 사전] '바' - 바람 맞기.


바람 맞기.

품사 : 부정사... :(

뜻 : 바람을 맞는다... 여기서 바람은 78계단을 땀흘려 올라오고

난 뒤에 폭풍의 언덕에서 맞는 바람이 아니다.

약속이 펑크났다거나 누구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안 나온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바람이다. 

난 내 자신이 참으로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긴하지만

결코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바람 맞는 것이다.

바람을 맞게 되었다는 것은 이렇게 저렇게 하리라 맘을 먹었던 

일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무의미한 시간이 내게 뚝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워낙 조심성이 있게 사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난 대체로 일을

계획하면서 산다. 오늘은 이런일을 하고 내일은 저런일을 하고...

잠을 잘때도 마찬가지다. 잘려고 누워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낼 약속이 있는데. 애를 만나서 뭘하고..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지..

하면서 잠이 든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느라고

두세시간 동안 말똥말똥하게 깨어 있기두 하지만)

근데...... 만일 그 약속이 갑자기 깨진다거나 약속장소에

그 애가 안 나온다면......????!!!!!


어제두 그런 일이 있었다. 이번 주말에 지리산에 MT를 가기로 했었는데

준비를 다 해 놓고 교수님에 주말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mail까지 다

띄워 놓았었는데.....

난 지금 지리산이 아닌 커다란 모니터 앞에서 이러구 있다....

갑자기 MT가 취소 된거다.. 그러므로써 일이 엄청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교수님게 띄운 mail 지우느라 난리를 피우고 

MT때문에 다른 약속이 미루어지고 미루어진 약속은 또 다른 것하고

겹치게 되고... 월요일날 3시에 대구에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저녁 9시에는 학교 통나무집(우리학교 교내 주점)에 다른 약속이

있고.. 악!! 그만...


암튼 지금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구 복잡해 졌다...

그래서 지금은 약속 스케줄 다시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내가 약속이 펑크나면 기분이 안 좋듯이 다른 사람도 약속이

펑크나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는 것을 빤히 알기때문에

난 약속만큼은 목숨 걸고 지키려구 노력한다.

아마 남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의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겠지...


내 방돌이(Roommate)는 여자친구와 약속을 하고는 10분을 늦게

갔더란다. 그 정도는 약간의 애교로 봐 줄수 있지 않을까만은

이 여자친구는 내 친구가 약속장소에 들어가자마자 콧방귀한번

뀌고는 확 나가 버리더란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만나러 간 내 친구는 

이야기 한마디 못 꺼내보고 그냥 와야만 했었다는 슬픈 이야기인데

이거 때문에 내 방돌이는 한동안 냉각기간을 가졌고 그 여자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결국엔 화해를 했지만 그동안

같이 술먹어주느라고 무척 고생했다.

10분 늦은 것이 글쎄.. 약속을 어기고 바람맞는 것이 너무나 싫은

나로서는 약간 이해가 가지도 하지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바람 맞아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난 절대루 바람 안 맞힐 꺼야...


동의어 : 게으름쟁이. 지나친 낙천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