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옛날 아주 오래된 옛날에 한 임금님이 살고 계셨더란다.
어느날 갑자기 이 임금님은 병에 걸리게 되었는데 온 나라의 용하다는
의사가 모두 달려 들었지만 그 병의 이름도 알 수 없었고 또한
치료 방법도 알 수 없었다. 온 나라가 근심에 빠져 있는 동안
그 왕궁을 지나가던 선지자 한 사람이 임금님의 병 이야기를 듣고
왕궁을 찾았다. 선지자는 임금님의 병세를 관찰하더니 아주 기가막힌
치료법을 내어 놓고 떠났다.
"임금님의 병을 고치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히면 됩니다."
임금님은 자신의 신하를 모두 동원하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을 길이 없었다. 부자는 부자대로 늘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둑을
맞을까봐 근심하였고 권력을 가진 사람도 언제 자신이 이 자리에서
쫓겨 날지 몰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하들은 거의 포기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한 신하가 시골 주변을 돌아 성으로 돌아 오는 길에 다 쓰러져
가는 한 초가집에서 들리는 가냘픈 기도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행복한 날을 보내게 해 주셔서
말입니다. 비록 먹을 것은 부족하고 생활은 누추하오나 당신이 저를
지켜 주셔서 저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답니다."
이 기도 소리를 들은 신하는 너무나 기뻐서 얼른 이 농부를 데리고
성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가난하여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단다. ^^;
문뜩 이 오래된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은 지난 주에 성당에서
청년회 사람들끼리 모여 한 생활 나누기 때문이다.
생활 나누기는 이름 그대로 자신의 생활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서로 좋았던 것과 자신이 몰랐던 것을 깨닫는 모임이다.
지난 주의 주제는 '행복'이었다. 모두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고
올 상반기 동안 자신에게 있어서 행복했다고 느끼는 것 5가지 이상을
적으라고 했다. 이번 주제는 내가 정했고 준비 했는데 막상 준비 할 때에는
여러가지 행복한 경험들이 나오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이에 그 행복했던 경험을 적으면서 한참이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했던 기억이 5가지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올해도 벌써 8달이나 지났는데 행복했던 일이 5가지도 안 되나??
하지만 사람들의 투덜거림을 들으면서 난 어떤 행복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어쩐지 나도 5가지가 다 채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
*!* 아무래도 헛 살았나 보다... 흑흑흑... T.T *!*
내가 올해를 지나 오면서 5가지의 행복도 기억 못하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일이 없었다는 말일까, 아니면 행복한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차마 치매라서 기억 못한다고는
말 못 하겠다.. ^^; )
나는 사실 참 많이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삐삐 음성이라든지 매일 받아 보는 키즈의
전자 메일이라도 웬지 기쁜 마음에 읽어 보고는 했으니 말이다.
너무 작은 것에 행복하려고 했기 때문일까? 막상 행복 했던 일을
적으라면 뭔가 큰 행복만을 떠 올리려고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행복을 재는
잣대는 무척이나 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잣대만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기뻐할 수 있으니 말이다.
행복이 너무 많으면 탈이 되지나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무리
많아도 결코 병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
아직 행복하기 때문에 못 살겠다는 사람은 못 봤으니까 말이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행복의 잣대는 얼마만 할까?
너무나 작아서 벌써 잣대는 잃어 버리고 그저 너털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없다고??
하하하... 그래도 그런 행복만 담을 수 있다면 백치도 좋을 것 같다.
올해가 얼른 달아 나기 전에 행복하다고 적을 수 있는 일이 100가지
정도만 생겼으면 좋겠다. 너무 욕심이 많은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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