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중에서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 중간에 클린트가 여자 주인공, 르네 루소와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다.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아이스 크림을 함께 먹다가
르네가 약속이 있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르네는 뚜벅뚜벅 걸어가고
클린트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 뒤를 돌아다 볼꺼야. 한번쯤 돌아다 보겠지. 그래 지금, 그래 지금..
돌아다 보는거야.... ]
어쩌면 혼자에게 최면(?)을 거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아니면 무슨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자신에게 말한다.
영화에서는 정말로 르네가 한번 뒤돌아 보고 씨익 웃어 준다. 그러면
클린트도 웃으며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가끔씩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떠올리고는 한다. 만일 르네가 그 상황에서
뒤를 돌아다 보지 않고 그냥 갔으면 어땠을까? 그럼 클린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을 가지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가끔 내가 그런 비슷한 처지에 쳐해서 인데
내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은근한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나이을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잃어 버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해도 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나쁠 때 화를 낸다는 것. 무척이나 우스울 때 맘껏
웃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입을 가리고도 웃어야 하고, 속으로만 킥킥거려야
할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은 이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기뿐만이 아니라
남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는 하되,
남에게 해를 안 주도록 살아가게끔... 우리는 그렇게 교육 받아 왔다.
그런 것들 중에 하나가 남의 속을 안 썩이게끔 하는 것도 포함이 되나 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남에게 걱정을 떠 넘겨 주는 것이
무척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남한테 신경질이나 화를 한번이라도
안 내고 살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남한테 괜시리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가만히 따져 보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들은 내 자신에게서 기인할 때가
가끔 있다. 아마도 내가 투정을 부리는 가장 큰 원인은 내가 남한테
거는 그 기대의 불충족이 아닐까 싶다.
영화속의 클린트처럼, 때론 나도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많이 기대를 하곤 한다.
전화를 한번쯤 걸어 주었으면....
편지라도 한 줄 적어 주었으면...
음.. 하다 못해 음성이라도 하나 남겨 주었으면...
하는 별의별 기대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건 내만 혼자 바라는 기대란 것을 많이
깨닫고는 한다. 사람이 사람마다 다르듯 서로 생각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전화 한번 걸어야지, 편지 한 줄 써야지, 음성 한번
남겨야지..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 상황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지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후후.. 정말로 오랜 고통(?)끝에 얻은 하나의 진리이다...
친한 친구에게는 그런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
며칠 전의 일이다.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아침에 전화를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날 늦게 자는 바람에 그만 12시까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 친구는 12시 조금 넘으면 집에서 나가는 친구였다.
그러니 전화하겠다는 나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 수 밖에.
그래서 대신 음성을 남겼다.
[ 오늘 아침에 통화 할려고 했는데 늦게 일어나서 그만
연락 못했어.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
아마 셜록 홈즈라도 내가 남긴 이 말속의 나의 '기대'는 알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 음성속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기대'는 바로
내가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전화 못 했으니까, 네가 오늘 밤에 들어
오거든 전화하렴... 이었다... :)
아전인수격이라고나 할까... 그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지 친구가
하려던 것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내가 이런 기대를 가지면서 한가지 몹쓸 병은 순전히 내가 생각한
기대가 만족이 안 되었을 경우, 기분이 조금 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참 우습다. 내가 나에 대해서만 최면을 걸어 놓고
그 일이 성사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후후후...
그래서 친구들을 많이 실망 시키기도 했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은 하나!
결코 쓸떼없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대가 클수록 항상 그 실망도 큰 셈이다. 차라리 기대를 하지 않았을때의
작은 되돌아 옴이 더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나는 이제 그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코 내 자신이 실망하는 괴리에
빠지지 않기로 했다. 다만, 기대없이 살다가 문뜩 쏟아지는 관심에
아주 아주 기뻐 하기로 했다.
좋은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에
놀라는 것이 더 기쁘리라는 생각은 맞을꺼 같다.
혹시 알까.... 오늘이라도 하늘에서 나의 천사가 뚝하고 떨어질지.... :)
<< 하하하.. 이것도 결국 나의 '기대'이네....
ps: 요즈음 항간에 묘한 소문이 돈다. 피터가 내년에 장가 갈꺼라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P), 이 소문이 맞기를 바라는 나의
'기대'는 꼬옥 맞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언제 가냐고?? 음.. 그건 나도 그 다음 소문을 들어 봐야
알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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