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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뽀스떼끄의 추억 시리즈] - 방학

by 피터K 2021. 7. 1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생활터전이 항상 기숙사에서 맴도는 우리는 막상 방학이 되어서

집에 가면 생활을 주체를 못한다. 맨날 늦게 들어가 자고, 늦게 일어

나고 하는 것에 익어 버린 우리들은 아침에 아침 먹으라고 깨우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거의 고문이다. 으.. 이젠 방학이 아니라

수용소 생활의 시작이다... 


방학때 가장 황당한 일은 여기 오기 전에 쓰던 나의 방이 사라진

일이다.. 우리집이 방이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고등학교때까지

내가 쓰던 방이 1학년 여름방학때 집에 갔더니 싸아악 없어져 버린 것이다.

내가 쓰던 교과서, 읽던 책들, 책상모두... 난 결국 동생방에서

기생(?)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가면 한 두주는 그래도 살만 하다.

그동안 못 만나던 친구들하고 술자리, 모임.. 정신이 없다.

그치만 그 두주가 지나고 나면.. 써얼렁...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계획이 없다. 나만 널럴해지고 다른 사람들은 모가 그렇게 바쁜지..

방학전에 기숙사에서 뒹굴면서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려 머리를 싸매어

본다. 음.. 영어학원도 좀 다니고.. 이런 공부도 좀 하고...

그렇지만, 여기 기숙사 살면서 게을러진 버릇은 그런 계획들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겨우 하나나 두개쯤 계획에

옮길까??  그렇게 방에서 이리 뒹굴다가 저리 뒹굴다가 하면서 

방바닥을 윤을 내고 있으면서 저엉 지겨워지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본다. 고등학교때 친구들 말고 우리 학교친구들 말이다..

전화를 걸면 십중말구는 집에 있다.. 지들도 별로 껀수(?)가 없으니

말이다. 마음이 맞으면 다시 술한잔이나 저녁식사라도 하러 가고,

주머니가 조금 넉넉하면 놀이 동산이라도...


방학때 그래도 재미있는 일은, 다른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놀어

올때거나 아님 내가 그 친구들 만나러 다른 지방으로 내려 갈때이다.

부산이나 혹은 대구, 아님 광주 같은데서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아는 사람들이 쭈욱 모이게 된다.(학교 특성상 각 지방마다 한 사람씩

다 산다.) 보면 그새 달라진 애들도 보인다. 학교에서는 항상 

후질구레.. 하고 다니던 애가 집에서 며칠 뒹굴더니 무스로 쭈악

머리를 넘기지 않나, 어디서 유행하는 차림으로 나오질 않나...후후..

또 연고지가 없으니까 집으로 데려와 자면 참 재미있다. 더구나 식구들의

황당한 표정... 친구라고 데려온 녀석이 사투리를 마꾸 뿜어내며

말하면 식구들은 정말이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음냐.. 난 하나두 안 이상한데... 


방학이 두달은 어떻게 보내면 참 길구, 어떻게 보내면 짧다.

그래도 거의 계획이 없는 나는 너무나 지겨워서 아애 3학년때 부터는

집에 안 가고 연구참여라는 명목으로 남아서 일을 했다. 

사회라는 거.. 배울 시간은 없었지만, 다른 것을 조금 일찍 배운 셈이다.

지금은 아애 방학이 없어 조금은 아쉽다. 아마 지금 다시 두어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참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참으로..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그치만 이젠 남아 있지 않은 시간이지만.. 조금 더 잘 써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