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초대장

*!*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많은 비비에스를 알고 있는건 아니지만 각 비비에스를 돌아 다니다

보면 각 비비에스 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하이텔아니 천리안과 같은 비비에스는 들어가지를 않고

대부분 인터넷 상의 비비에스만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 학교에서 운영하는 비비에스는 포스비이다. 

처음엔 몇 사람만이 참여하다가 이제는 학교 전체의 비비에스가 

되어 버린, 그래서 자보도 포스팅이 되는 거대한 비비에스가 있다.

덕분에 학교에서 일어 나는 일들, 그리고 학교가 돌아 가는 상황을

아주 잘 알 수 있고 이건 졸업한 사람들이 더 반기는 사실 같다.

포스비는 키즈와 달리 다른 기능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보드 구성을

보아도 학교를 축소해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각 동아리마다

보드가 있고 각 과의 보드도 있으니 말이다. 

유저란을 보아도 그런 것 같다. 유저란이 키즈와 아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지금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 조금은 자세히 나온다는

것이다. 톡을 하는 상황이라도 누구와 톡을 하는지 나타 나니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아주 독특한 기능이 하나 더 있다.


Override. 

이건 내가 톡 신청을 받을 사람만을 설정하는 기능이다.

어찌보면 편애(?)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들어 오는 톡을 모두 

받는 것 또한 편안한 일은 아니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Override를 설정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게는 모두 

페이져가 꺼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override 리스트에 들어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독특한 모양의 표시가 보이게 된다. 'O' 라고

표시되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그런 표시가 말이다.


오늘 문뜩 포스비를 들어 갔다가 나를 override 시킨 사람을 보게 

되었다. 조금은 뜻하지 않은 override 였다. 

왠지 그 override를 보면 누군가가 나를 초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차 한잔 함께 하고 가세요...'라는 어떤

작은 속삭임처럼...

난 누군가를 override 시켜 놓지 않았다. 

대신 늘 페이져를 켜 두고 있다. 이건 어쩜 나를 초대해 주세요 라는

의미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불러 주기를 늘 기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override를 시켜 두면 난 초대 받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누군가를 초대하려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작은 우드 티 테이블을 준비하고

보글보글 끓는 물을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늘 기다리는

마음보다 여기에 들려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라고 초대 할 수 있다면

설레이는 기다림보다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찻잔의 물이 늘 따뜻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