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씩 키즈를 들리면 나를 반갑게 만드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우선 유저란을 들추어 볼 때 아는 사람의 아이디가
반갑다. 자주 소식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아이디를
볼 때면 잠시 손을 놓고 그 사람을 생각해 본다. 물론 얼굴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얼굴도 전혀 모른채 이야기만 나누어 본 사람도 있다.
그럴 땐 생각을 조금 더 더해서 그 모습도 상상해 본다.
내가 지내는 모습이 늘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도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마치 버릇처럼 키즈에 들어 오면 보드들을 들리는 순서가 있다.
우리 학교 보드부터 다른 학교 보드로 끝나는 그 노크는 내가
키즈에 들어 올 때마다 항상 같다. 별 다른 이유는 없지만 어느새
굳어져 버린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 방문들을 잠시 열어
볼 때, 그리고 참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될 때 난 참 반가움과
작은 행복을 얻곤 한다. 늘 그렇게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얻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가끔씩 그런 글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에
이것이 작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글쓰는 것도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사람의 글은 참 읽기
좋고 늘 거는 기대만큼 내게 좋은 이야기를 전해 주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마음을 달래어 주는 글들은 모으기도 한다.
어느새 모은 글만도 하나 가득되어 버렸다. 언제나 들추어 보아도
감사하는 기분이 든다. 후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처음 로그인을 했을 때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낸 #새편지#이다. 늘 들어 올 때마다 있는 편지는
아니지만 어쩌다가 받게 되는 편지는 마음을 참 기쁘게 만드는 것 같다.
어느새 손으로 적어 보내는 편지는 마치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 버렸지만
하얀 화면 가득히 뜨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참 좋다.
전에 편지를 쓰다 보면, 그리고 누군가의 편지를 받아 보면
그 사람의 글씨를 차근차근 보곤 했다. 굵은 펜, 혹은 가는 펜으로
가득 채워진 편지지를 보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씨는 사람을 닮아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키즈에서 받는 메일은 글씨를 담지 않으니 그런 맛이 조금
떨어지는 하다. 그렇지만 편지를 써 본지도 오래이고 받아 본지도
오래라서 그런지 은근히 타이핑된 편지도 반가운 모양이다.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 내 아이디를 치고 패스워드를 넣은 다음
리턴을 치기 전에 잠시 기대를 해 본다. 오늘은 내게 어떤 메일이
와 있을까 하고... 대부분 #새편지#의 미소를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늘 로그인을 하면서 그 모습을 그려 보는 건 은근한
어떤 기다림이 아닐까?
오늘 좀처럼 안부를 전하지 못하였던 친구들에게 작은 미소를
전해 주어 보아야겠다. 그 좋은 친구들이 키즈를 다시 찾았을 때
나의 작은 선물인 #새편지#가 그들을 반겨 주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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