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신병 훈련소에서 보게 되는 군복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현역 훈련병들이 입는 옷으로 얼룩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이 군복을 흔히 개구리 복장이라고 한단다. 아마 시내에
휴가 나온 군인들의 복장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익이나 특례 훈련병들이 입는 옷으로 전체가
국방색인 군복이다. 이 군복에 대해서 부르기를 깻잎 복장이라고
한다. 왜냐 하면 전체적으로 깻잎의 색깔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후후, 그래서 그런지 4주의 훈련만을 받는 이들을 부르는 별칭으로
깻잎 특공대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번은 배식조로 편성 되어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현역 훈련병들을 다루던 조교가 현역 훈련병들의
팔동작과 구호가 맞지 않자 혼내면서 하는 말이,
"깻잎들이 보고 웃겠다..." :)
현역 훈련병들은 우리와는 달리 훈련 기간이 6주이고 내용도
더 힘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공익, 특례)들에게는 현역들이
하지 않는 다른 작업이 하나 더 주어지는데 그건 바로 풀뽑기 작업이다.
내 기억으론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풀뽑기 작업에 동원 되었던거
같다. 풀뽑기 작업은 잔디정리나 잡초 제거들의 작업을 말하는데
맨손으로 하다 보니 손가락이 허물이 지기도 하고 그랬다.
아마도 온 중대가 정리하고 다듬은 면적은 잠실 종합 운동장만하지
싶다. 혹시라고 신병 교육대가 있는 곳을 둘러 볼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 곳의 잔디가 말끔히 정리 되어 있고 잡초가 하나도
안 보인다면 그건 바로 깻잎 특공대들의 막중한 사명 완수의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
난 개인적으로 이 풀뽑는 작업이 참 좋았다. 정말이지 아무런
생각없이 자리에 앉아 풀을 뽑고 있노라면 잡생각이 하나도 안 나고
마치 도를 닦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얼차려(기합) 받으면서
연병장을 구르는 것과 땡볕에서 땀 흘리며 훈련 받는거 보다야
백배 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또 풀뽑기야?'
하면서 투덜대며 작업에 나갔지만 난 참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나갔었다. ^^;
풀을 뽑다 보면 다듬어야 하는 잔디 사이로 많은 잡초들을 보게 된다.
그 잡초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많이 띄이는 것이 클로버이다.
클로버들을 뽑으면서 문뜩 예전의 짧은 기억이 하나 떠 올랐다.
중학교 1학년 때라고 기억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마침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시던
정혜자 선생님께서 일요일날 당직이셔서 친구들 연락망을 통해
모였던 것이다. 반창회라고 하긴 했지만 졸업한 친구들이 모두
모였던 것도 아니고 그저 한 열명 정도 모였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짧게 깎은 머리에 서로 어색해 하며 웃음 짓던 친구들과
이젠 중학생이 되었다고 우리들 앞에서 수줍음 타던 여자 동창생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환하게 맞이 하여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예전 교실에도 가 보았는데 그 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다고 벌써 몸에 맞지 않는 책상과 걸상에 앉아 어색한
웃음과 자신의 예전 자리를 찾아 보던 모습도 새롭다.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으로 선생님께서 자짱면을
시켜 주셨다. 짜장면이 도착해서 책상을 붙여 놓고 막 먹을려고 하던 차에
여학생들이 갑자기 자신의 짜장면을 들고 다른 자리로 옮기려 하는 것이
아닌가. 난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어색하고 이상했다. 일년 전만
하더라도 같이 도시락 반찬을 펴 놓고 함께 먹던 사이인데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고 남녀 칠세 부동석을 지키는 모습이란... ^^;
점심이 끝나고 화제꺼리가 다 떨어졌을 때 다른 남자 애들은 운동장에
공을 차러 나가고 난 그새 달라진 학교 구경을 하러 교정을 거닐었다.
우리가 졸업한 뒤에 학교 내의 연못과 물레 방아 들이 생겼는데
난 거기를 구경하러 갔던 것이다. 잠시 연못 속의 잉어들을 구경하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는데 잔디 사이로 클로버들이 눈에 띄었다.
난 그 자리에 앉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네잎 클로버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 보았다. 처음에 하나나 있을까 싶었는데
금새 하나의 네잎 클로버를 찾아 내었다. 너무 기뻤다. 우와,
이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이렇게 금방 발견하다니...
그리고 나서 잠시 후 또 다른 네잎 클로버가 눈에 띄었고 별로
크지 않았던 그 연못가에서 서너개의 네잎 클로버를 찾았던거 같다.
오히려 너무 많은 네잎 클로버를 찾았기 때문에 교실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 때 찾았던 네잎 클로버 중에 하나를
집에 돌아와 앨범 속에 넣어 두었는데 아직 있을까 모르겠다. ^^;
몇년 전에 얼핏 앨범을 펴 보고 한번 본 것 같은데 말이다...
풀뽑기 작업에 나가 숱하게 펼쳐진 클로버들을 보게 되었을 때
난 여기서 다시 네잎 클로버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음, 너무나 많은 장소에서 그리고 클로버들이 많았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잠실 운동장 하나를
다 뒤졌어도 그리고 산더미가 될만큼 클로버를 뽑아 쌓아 올려도
예전엔 흔하던 그 네잎 클로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서 너무 정신 없이 뽑기만 해서 그럴까? 글쎄다...
자연은 인간 세상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하나 보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너무나 정신없이 바쁘게 변해
버렸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던 따뜻함이 많이 식어 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따라서 행운이나 행복도 많이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 후후.. 그래서 그렇게 많이도 흩뿌려져 있던
네잎 클로버도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치 자연은 그 안에서 하나의 낭비도 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너무나 자기 것을 찾아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그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서로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쩜 다시 클로버들 사이에서
그 행운을 가져다 주는 네잎 클로버들이 나타나지나 않을까? :)
비록 단 하나의 네잎 클로버도 찾아 내지 못했지만 어디선가
숨어 있을 그 행운과 행복이 누군가의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보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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