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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웃는 모습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떤 사람의 모습을 기억할 때에는 그 사람의 특징적인 것을 많이

기억하게 된다. 입이 큰 사람은 그 큰 입을 (<- 누구에게 해당될까? ^^;)

수다를 많이 떨어서 그 앞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못하게 만드는 사람은

그 말빨을 (<- 이건 누군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미안해, 케롤... 꼭 너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었어...  ^^;)

그리고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그 매너를 기억한다.

늘 같이 지내지 않는 사람은 결국 그 얼굴 모양은 자꾸만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점점 그 특징만 남게 된다. 그리고 때론 그 특징이

그 사람 전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주말에 잠시 짧은 여행을 다녀 왔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 갈 수 있는 여행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실험실에서 대빵이 되어서 인지 늘 실험실 사람들

앞에서는 맏형처럼 굴어야 했고 내 특기(?)인 재롱 피우는 것도

이제는 나이를 고려 하면 자제해야 하는 판이었는데

그런 것들 다 잊어 버리고 마냥 어린 아이처럼 맘껏 웃고 떠들고

신나서 소리 지를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그 흥분(?)이 내 기분 속에

녹아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짧은 여행동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자주 볼 수 없는 사이이긴 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내 기억 속엔

그 친구에 대한 어떤 특징만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이 말이다. 


어떤 다른 특징보다도 사람의 환한 웃음은 그 자신의 특징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면서 말이다.

그 친구의 웃음을 닮고 싶다. 그리고 환하게 밝아진 모습도 함께 

말이다. 조금은 훔쳐 오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너무나 그 사람에게

늘어 붙은 웃음이지만 살짝 한조각 뜯어 왔다는 것을(^^;)

그 사람은 알까? 후후...

아마 다른 것을 기억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환한 웃음과 그 행복은

영원히 그 사람에 대한 특징으로 남을 것만 같다. 




최불암은 얼굴에 김 조각을 붙이고 죽었다던데, ^^;

난 언젠가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듣지는 않을까?

"야, 네 얼굴에 웬 웃음 조각이 그렇게 붙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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