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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마음으로 전하기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떤 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

언젠가 후배도 나에게 이런 말을 했지만 이 말이 가지는 정확한 뜻은

무얼까? 아마도 자기가 좋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감하게 그 사람에게

접근하라는 뜻이 아닐까? 설마 원시 시대처럼 몽둥이를 들고

가서 잡아 오라는(?) 뜻은 아닐테니까... ^^;


어제 밤에 꿈을 꾸었다. 

참 이상한 꿈이었는데(뭐 늘 꿈 내용이 그렇듯이) 장소는 우리 학교

도서관이었는데 다른 것은 바로 옆에 카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카페에서 어떤 모임이 있었는데 난 그 모임에 참석 중이었다.

요즈음 하도 키즈에 들락날락 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지난 주말에

모렌님과 땡치루님의 결혼식에 갔다 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모임은

키즈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

나야 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특히나 약한 말빨을 못 세우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거 같다. 분위기는 화기 애애 했고

나도 어느 정도 그 분위기에 몰두 해서 즐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누군가 늦게 카페에 들어 왔다. 물론 키즈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상(^^; <- 요즈음 왜 이렇게 여자 이야기만 하게

되지?? 가을이긴 가을인가벼....) 그 사람은 여자였다. 

*누구냐고? 어허.. 스켄들 일으키고 싶지 않으므로 안 밝히겠음..*

웬일인지 그 사람이 들어 왔을 때 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주고는(이럴줄 알았어. -_-)

다른 남자 옆에 가서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남자와 내내 속닥속닥

말을 계속 나누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 남자가 늑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


모임은 거의 끝나고 사람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난 끝내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꿈의 내용이 다 그렇듯이 어느새 

주위의 사람들은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난 그 사람도 나갔을 줄 알고 부지런히 카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붙은 학교 도서관 안으로 들어 갔다.

내 딴에는 그 안에 그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카페 안에 그 사람이 있는

것이 보였고 막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참이었다. 난 카페 앞에서

그 사람을 기다려서 만났다. 그리고 잠시 시간 좀 낼 수 있냐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안에서 그 늑.대.가 손에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 늑대가 누구냐고? 물론 키즈 사람이지만 프라이버시 때문에

말 못함... ^^; *

흑흑.. 그러더니 여자 옆에 서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나를 보면서

'뭔데?' 라는 눈빛으로 쳐다 보는 것이었다. 여자는 여자대로

'미안해요, 이 사람과 약속이 있는데... 무슨 일이세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흑흑.. 난 그 때 찍소리 못 하고 '네, 그럼

다음에...' 라고 말하고는 처.량.하.게. 발길을 돌렸다.

재미 있었던 것은 발길을 돌려 조금 나아 가니 신촌 기차역에서

연대쪽으로 난 그 길로 통했다는 것이다. 왜 그 장면이 이리로

연결이 되는 것이었을까? *갸우뚱*

암튼 거기까지 상황이 진행 되었을 때 잠이 깼다. 

맞추어 놓은 자명종(아니, 실은 삐삐야.. 자명종 대신 쓰는... -_-)이

울려서 깬 것이다. 사실 잠을 깨고 나선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해서 말이다. 음...


꿈 속에서 그 여인(?)을 두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지만

만일 현실이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불행하게도 현실이었다 하더라도

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난 그다지 여자 앞에 나서서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조화(?)인진 잘 모르겠지만 난 누구 앞에서 쉽사리 그런 고백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백을 하게 되더라도 늘 쑥스러운 느낌이다.

웬지 뭔가 큰 잘 못을 한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동기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함께 도서관에서 학생 식당까지

걸어 가면서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람과 

사귀고 싶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전달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가끔씩 눈길과 행동,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전해 주길 바래 본다.

 
어떤 미인을 얻을 만큼 말로서 용기를 내기는 못 하지만

늘 관심과 정열로써 미인을 얻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진 용기는 그 누군가와 전화를 할 때 마지막 동전이

떨어져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로 '널 좋아 하는데...'라는

말을 중얼 거리는 것과 편지의 마지막 장에 '널 사랑하고픈 피터가..' 라고

적어 놓고는 결국 마지막 장은 함께 부치지 못하는 그런 것들만

남아 있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만 믿지는 않듯이 언젠가 이런 고백들이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써 하나 둘씩 전달되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늘 바라 보는 하얀 화면 속으로 나의 잔잔한 진심이 담긴 

눈빛이 전해 질 수도 있기를 바라면서.......






*!* 너무 오래 쳐다 봤더니 눈이 충열돼 아프군... -_- *!*


ps: 내가 그래도 매력 있다고 적어준 이들의 글을 읽고, 그리고
오늘 교수님의 와병으로 미팅이 취소된 기념으로 몇자 적어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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