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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제 방에서 비디오를 보았다. 제목은 'The last of the Mohicans'.

전에 본 것이었지만 후배가 online으로 주문해서 no-cut original

비디오였다. 자막이 없어서 알아 듣기 힘들었지만

*!* 흑흑.. 영어 공부 더 해야해.... T.T *!*

그럭저럭 줄거리는 알고 있으니까 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 둘과 영국군 남자 한 사람이

다른 부족에게 잡혀서 끌려 오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무기도 없이 단신으로 들어가

말로 설득하여 결판을 낸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그 마을의 장로는

판결을 내려 준다. 영국군 남자는 영국으로 다시 보내어 다시는 침략을

하지 말라고 전하라 하고, 여자 중 언니는 화형에 쳐하고 동생은

싸움에서 아내와 자식을 잃은 마구아(Magua)의 식솔로 데려 가라고 한다.

이 영국군 남자는 언니의 약혼자였는데 차라리 자신을 화형에 쳐해 

달라고 청원한다. 그래서 남자가 대신 화형에 쳐해 지고 여자는

(Madeleine Stowe) 남자 주인공(Daniel Day-Lewis)와 함께 되돌아 가게 

된다. 몸이 불에 타는 고통을 참지 못해 비명을 지르는 영국군 남자를

위해서 남자 주인공은 멀리서 총으로 그를 쏜다. 

좀 잔인한 장면도 많았고, 특히 싸움 장면은 화면에 정말 빨간 피가

튀는 것이 보일 정도로 적나라한 장면들이 많은데 아마 그런 면때문에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영화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어떤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국군 남자가 여자를 대신 해서 화형을 당한 것은 자신의 약혼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가끔 영화에서 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 특히 목숨을 버린다는 것이 잘 하는 행동일까?

난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건 조난 사고등이 있을 때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에게 해를 끼쳤을 때에는 어떤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해상 조난 사고가 있어서 바다에 빠지게

되었는데 자신이 판자 하나에 의지하며 떠 있었다고 하자.

그런데 누군가 옆에서 다가와 그 판자를 같이 잡을려고 할 때 그 사람이

판자를 잡으면 가라 앉을 것 같으면 그 사람이 판자를 잡지 않게

멀리 떨어지려는 행동을 해도 나중에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유치한 이야기지만 이 예가 만화 '명탐정 김전일'의 한 에피소드에

나온다. 유람선이 조난을 당했을 때 구명정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서

사람들이 구명정에 매달린 한 소녀를 떼어 버린 일이 생겼다.

그래서 그 소녀는 죽게 되었는데 그 소녀의 남자 애인이 나중에 그 구명정에

탄 사람들을 찾아 복수를 하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 중에 탐정 김전일의 여자 친구가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라고... 그 때 김전일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했을꺼라고...

무슨 생각? 이란 질문에 김전일은, 둘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했을꺼라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대신해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아주 좋은 해결책만은 아니지 싶다. 살아난 사람을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에 편히 살 수 있을까?

아닐꺼다. 평생 괴로워 자책을 하며 살지 싶다. 그건 그 사람을 위했다기

보다는 자신은 죽어서 아애 모든 괴로움과 고통을 잊어 버리고

살아 남은 사람에겐 그 남은 괴로움과 고통을 남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둘 다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나라면 무작정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둘 다 살아날 방법을 생각해 보았을꺼 같다.

살아 난다는 것이 결코 행복과 동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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