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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피터의 매력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객관적으로 말해서 내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

글쎄다....


석사 1학년 때의 일이다. 실험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심심하니까 잠시만 놀잔다.

머리도 아프고 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서 학생 회관 매점으로

나갔다. 이 친구가 누구냐 하면 내가 1학년 때부터 같이 뭉쳐 

다니던 친구 중에 하나였다. 지금 이야기 전개상 이 친구는 당연히

여자다. 그다지 출중한 미모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사진을 본

친구들이 다 그러더라...) 그래도 학교 내에서는 웬만한 킹카급에

속하는 편이었다. 한번은 다같이 수업을 듣고 도서관으로 돌아 갔더니

그 친구의 가방 안에 누가 넣어 놓았는지 모를 장미꽃 한송이가

들어 있었고, 잠시 후에 누군가 와서 잠시 이야기 좀 하자며 데리고

나간 경우도 있었다. 그런걸 보면 어느 정도 킹카라고 부를만 하지

않을까? 단지 그런 아이와 친구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의

눈빛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걸... -_-

가슴에 손을 얻고 그 친구에게 흑심(?)을 전.혀. 품지 않았다고 말하기엔

약간 찔리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1학년 이후에는 정말 친한

친구 사이 이상은 아니었다. 서로 이성으로 본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고, 요즈음도 자기에겐

내가 제일 편한 친구라고 메일도 적어 보내곤 한다. 

아,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암튼 이 친구가 나를 불러 낸 건

정말 심심했기 때문인데 하필 왜 나를 불러 냈는지 잘 몰랐다.

왜냐 하면, 이 친군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기 때문이다. 음냐...

"야! 심심하면 남편이랑 놀 것이지 바쁜 나는 왜 불러?"

"응... 오빠는 수업 들어 갔껄랑..." 

나참.... -_-


지난 내 생일 때에는 이 친구에게서 카드가 왔다.(지금 미국에 있다)

그리고 남편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 왔는데 실험실 후배들이

여자한테 카드 왔다고 놀리기도 했다. 난 그래서 사진도 봐라~ 하며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다들 어리둥절 하더니 이 옆에 남자는 누구냐고

묻는다. '남편' 이란 나의 대답에 후배들은 말문을 열 수가 없었나 보다.

왜? 유부녀와는 놀면 안 돼?? ^^;



그리고 몇 달 전엔 포스비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톡이 걸려 왔다.

포스비의 아이디들은 잘 모르는데 다짜고짜 반말투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난 누구냐고 물었더니, 5층 후배란다. 

물론 이야기 전개상(^^;) 이 후배도 여자다. 

그런데 또 이야기 전개상(^^;) 이 후배도 지난 5월엔가 결혼한

아줌마였다. 음냐아...

같이 커피나 한잔 하잖다. 그래서 1층까지 내려가 자판기 커피 뽑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즈음 뭐하느라고 바뻐? 물었더니

남편 숙제 대신 해 주느라고 바쁘단다. 왜? 아, 남편이 학회 출장

갔는데 숙제 마감이 학회 끝나는 날이에요...

흑흑.. 또 남편 없는 아줌마의 놀이 상대야?? -_-


지금쯤엔 싱싱한 여대생과 놀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나한텐

왜 영양가 없는 아줌마들만 연락을 하는 것일까? 그것두 지 남편들이

없으면 꼭 심심하다고 말이지... 흑흑...



어쩌면 제비 스타일로 나서야 될지 모르겠지만, 이 아줌마들이 나에게

계속 연락을 하고(아, 물론 그 누구와도 썸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심하면 나를 찾는게 나에게도 어떤 매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왕자병 초기 증세*

내가 가진 매력이라면 어떤 면에서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

들어 주고 말 해 주는 그런 것이 아닐까? *왕자병 중기*

혹은 힘들 때 늘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어떤 부탁이든지 들어 주는

그런 안락함이 내게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왕자병 말기*

하지만 그건 안다. 최소한 남성적 매력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란걸... -_-




비록 친구들이 자신의 평생 반려자를 찾아 인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가끔씩은 잠시 쉬어갈 친구라는 정류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느 정도 그런 정류장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친구들이 여전히 나를 친구로 기억해 주는 건 아닐까?

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를 두고 많은 논란들이

있다. 하지만 난 확실히 그 사이에 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또 한 종은 금성에서, 또 다른 종은 화성에서

오긴 했지만 같은 인격을 가지고 생각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별로 달라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 친구들이 나를 친구로 믿고

의지하는 것처럼 나도 그들이 늘 반가운 존재이고 내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류장이기 때문에...




하지만 다 좋다 이거야... 친구는 친구구 나를 좀 특별히 생각해 주는

그 누군가는 있어야 할꺼 아냐 !    :(

흑흑.. 난 남자로써 매력은 별루 인가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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