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리 방에는 시계가 좀 많은 편이다.
우선 방돌이의 자명종 시계 하나.
내 자명종 시계 하나.
그리고, 벽에 걸린 벽시계 하나.
시간을 볼 요량이면 더 있다.
내 손목 시계, 방돌이 손목 시계, 그리고 내 삐삐.
아참, 자동차 안에 시계도 있구나... :)
머피의 법칙 중에 이런 것이 있다.
"2개의 시계를 가진 사람은 결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
이 세상에 똑같이 가는 시계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몇초라도
조금씩 다르게 간다. 내 경우에는 비교적 삐삐 시계가 잘 맞는 편이고
손목 시계도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자명종 시계와
벽에 걸린 벽시계는 약 5분쯤 빨리 가고, 지금 막 생각난 또 하나의 시계인
컴퓨터 화면 속의 시계는 약 5분쯤 느리게 간다.
5분 빨리 가는 시계는 내가 주로 일어 날 때 보는 시계라 그런지
아주 못된 녀석으로 기억되는 시계들이다. 난 8시까지 자고 싶어도
5분 먼저 울리게 되고, 난 그 5분을 더 자기 위해서 발악(?)을 하다가
결국엔 30분 이상 늦잠을 자기도 한다. ^^;
5분 늦게 가는 시계는 내가 일할 때만 보게 되어서 그런지
약속 시간을 망쳐 놓을 때가 많다. 일을 하면서 화면을 쳐다 보기
때문에 6시에 약속을 해 놓고 나면 그 시계가 6시 될 때까지
일을 계속 하게 되고 6시가 되어서 약속 장소에 나가 보면 꼭 5분 이상씩
늦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하루는 5분을 일찍 시작하고, 어떤 하루는 5분을 잃어 버리고
사는 느낌이다.
시계는 그렇게 제각기 자신의 발자국을 쫓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똑딱, 똑딱.... 째깍, 째깍...
사람들도 보면 마찬가지이다. 인생을 5분 일찍 사는 사람, 그리고
늘 남보다 5분을 늦게 사는 사람....
현대 사회는 5분 늦게 시작하는 사람보다
5분 빨리 시작하는 사람을 더 좋아 한다. 하지만 난 늘 5분을
늦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글을 쓰다 보니 5분이란 작은 시간을 이야기 하게 되었지만
5분이 아니라 10분, 혹은 그 이상으로 바쁘게 사는 사람도 있고,
늦게 사는 사람도 있다. 비단 생활이 그렇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생 자체도 그런 것 같다.
남보다 빨리 이루는 사람, 그리고 아직도 그 목표를 향해 여전히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사람.
친구들 중에는 벌써 졸업해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게다가 결혼도 빨리 해서 아빠가 된 녀석도 있다. ^^; ),
또 다른 친구는 아직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나 자신도
물론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좀 다른 과정이니 너무 늦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 과연 그 사람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미래를 향해서 5분 빨리 앞서 간 사람이 있고, 아직도 꿈을
찾아 5분 늦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며, 어쩌면 그렇게
살아 가고 있는 모습들이 재미 있어 보인다.
시계가 2개 있으면 시간을 잘 알 수 없듯이 남과 무한히 비교만
하면 결코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 할 것 같다.
늘 맞지만 5분 빨리 가는 시계 앞에서는 난 늘 5분 늦게 가고 있는
셈이고, 5분 늦게 가는 시계 앞에선 난 또 다시 일찍 앞서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모습에서 내 인생의 시계는 다른 사람보다 5분 빨리 가고
있는지, 혹은 5분 늦게 가고 있는지 난 지금 잘 모르겠지만
중간에 서 버리는 일 없이, 꾸준히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나의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영원의 시간 속으로 째깍
째깍(혹은 똑딱 똑딱.. ^^; ) 움직여 나가고 있다 보다.
ps: 시간으로 따져서 5분이란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조금은 중요하게
보인다. 그 때 내가 5분의 여유만 가지고 내 기분을 다스렸다면 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마음에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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