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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궁시렁 궁시렁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즈음은 조금 정신이 없는 편이다. 물론 바빠서.. ^^;

내가 맡은 일들은 거의 끝이 나고 그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해서 

논문을 적고 다른 알고리듬과 비교하는 프로그램만 조금 짜면 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나를 바쁘게 만드는 일은 내 일이 아니라 후배의

일이다. 내가 여기저기 포스팅을 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할

만큼 골치 아픈 프로그램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90년도 초에 만든 CAD tool이 하나 있는데 이 루틴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과제이다. 석사 1학년 후배가 맡고 있는데

내가 백업으로 참여해서 뒷손질을 봐주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하도 오래된거라 만만치가 않다. 컴파일도 잘 안 되고...

그래서 요즈음 거의 그 일에 묶여 있는 참이다.


오늘 오후에도 그 일에 묶여 한참을 버벅거리고 있는데 다른 석사 2년차

후배가 오더니 먹으라며 비스켓을 하나 건넨다. 모양을 봐서는 한참

선전에 나오는 블랙 쿠키 중에 하나 인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보통 과자 봉지에 들은 것이 아니라 긴 비닐 포장에

나란히 들었다. 나에게 하나를 꺼내 주며 이 팔불출(?)이 자랑하는 걸

잊어 먹지 않는다. 그녀가 주었어요...

나두 알아 임마... -_-


생글생글(우엑) 웃는 모습이 보기는 좋았지만 그렇게 얌채 같을 수가

없었다. 아껴 먹어야 한다며 겨우 한개만 꺼내 주었는데 그래도 미안했는지

더 줄까요 물어 보았다. 필요 없네~  너같으면 먹겠냐? -_-

그 후배의 여자 친구가 왜 그 친구에게 그런 쿠키 선물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날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선물을 서로 건넨다는 것은 구지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때론 선물을 서로 줌으로써 그 날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선물을 주는 것을 좋아 한다. 가끔씩 선물에 어떤 뜻이 있다고는

하더라. 예를 들어 벨트를 선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꼭 붙들어 두기

위한거라든가, 라이타는 자신의 열정을 나타낸다거나 하는 등의 의미가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잘 모른다. 게다가 그런 의미를 하나씩 

따져 가면서 선물을 고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냥 길을 지나 가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그냥 선물로 사곤 하니까 말이다. 

선물 주는 것을 좋아 하는 이유는 별 다른 것이 없다. 다만 선물

받는 사람의 기쁨이 참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에 비추어지는

웃음도 보기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선물을 받았을 땐 누군가 나를 챙겨 주는 사람이 있고, 또한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해 주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참 좋고 행복하기

때문에 난 그런 느낌을 상대방에게 주고자 선물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선물 사는 것을 좋아 하지만 모든 이에게 똑같은 것을 선물하지는

않는다. 또한 그 선물하는 것도 그 기분이 모두 같지는 않다. 

친구의 생일에 하는 선물은 친구로서 선물을 사게 되는 것이고

조금이나마 내게 특별한 사람이면 그런 의미를 조금 담고 사게 된다.



쿠키를 담은 그 선물은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이 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간단한 선물은 아니지 싶다. 후후...

어떤 물질적인 것을 주었다는 것보다는 그 후배의 얼굴에 담긴 행복을

그 여자 친구는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것들이 부러운 것을 보면 조금 옆구리가 시리긴 시린 모양이다. ^^;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빈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이 

나타나긴 하겠지... 그냥 그 긴 시간을 기다려 보곤 한다. 

그리고 그 때 그 사람이 내 빈 자리를 매꾸어 줄 때는 너무 찬 자리가

아니게 늘 따뜻하게 데워 놓고 싶다.


겨울이 다가 오고 있기는 한가 보다. 

또 다시 이런 썰렁한 이야기만 적고 있는 것을 봐서는 말이다.

궁시렁 궁시렁....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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