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커다란 그림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놓은 것..
그리고 그 작은 조각들을 조금씩 짜 맞추어 다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
조각 맞추기.. 여러분도 좋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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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후배가 갑자기 연락을 해 봤다. 잠시만 보잔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만나러 갔더니 웃으면서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한참을 끌려 나가서 처음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서히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요지인 즉, 자기가 누구에게 관심이 있는데 다리를 놓아 달라는 거다.
그 사람이 우리 과라서 나한테 부탁을 하는 거다. 나로써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어색하지 않게 그저 지나가면서 인사할 수 있도록
연결이나 해 줄려고 했다. 그래서 내딴에는 신경을 쓴다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시킬까 고심을 많이 했다. 괜히 지나가는 거 붙잡아서
책 주면서.. 너 이런 이런 애 알지? 이것 좀 전해 줄래?.. 하고
일(?)을 만들어 볼려고 했다. 아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물론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래서 기회를 보고 있는 중에 다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는 거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조금은 직선적인
방법으로 접근을 했다. 내가 그 친구를 따로 데리고 나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내 후배하나가 너한테 조금 관심이 있는거 같아... 자꾸 너가 누구냐고
묻든데... 하고 조심히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그 친구가 나랑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조금은
황당한 듯한 표정을 짓고... 나는 그 모습에, 이거 일이 잘 못 될것
같다는 생각에 말꼬리를 흐리고...
그래서.. 결국은 잘 안되었다. 오히려 상황을 묘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후배는 나한테 그 상황을 다시 듣고는... 길게 한숨을 쉬고..
그럼 모.. 인연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을 하지요... 하는 후배의 말에
조금은 미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의 상처때문에 마음 고생하던
후배인데.. 이번 기회에 다시 마음 둘 곳을 가지기를 바랬었는데..
나도 그랬고.. 또한 이 후배도 그랬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맞추는 것도 그렇고
또한 그 사람에게 맞추는 것도 그렇고...
그러고 보면.. 사람을 만나서 사귄다는 것은, (비단 남, 여 사이의
사귐이 아니더라도), 그런 그림 조각 맞추기가 아니련지...
내가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상대방은 그것을 받아 들여줄 오목한
부분이 있어야하고.. 또 그 사람의 톡 튀어 나온 부분은 나의 오목한
부분으로 감싸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서로 맞추어가며
하나의 멋진 그림이 이루어 지듯이..
하지만 아직은 자신의 톡 튀어나온 부분만 상대방이 맞추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나도 그랬고.. 아마 아직도 그런지
모르지만... 언젠가 나도 나의 모습 한구석에 작은 홈을 파고
누군가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감싸 안아 줄 수 있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그런 홈들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그럼 서로 어깨를 마주 하고 아주 멋진 그림이 될 것 같은데...
아직은... 이 세상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믿는 피터가...
작가의 마을 - 옛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