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오늘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간에 잠시 가르치던 아이가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시선 둘 곳을 찾던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작은 달력이었다.
이제 곧 끝이 나는 6월을 넘겨 7월과 8월의 달력을 넘겨 보았을 때
중간 중간에 빨간색 휴일과 그 밑에 쓰인 작은 기념일들을 볼 수 있었다.
무슨 무슨 기념일, 무슨 날, 그리고 24절기 등등...
어쩌면 일년 365일 중에 어느 하루라도 이름을 가지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의 맨 첫번째 부분은 마찬가지로 달력이
들어 있다. 거기에는 어떤 한 공휴일이나 24절기가 적혀 있지는 않지만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날들이 남겨져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생일, 가족들의 생일, 집안의 제사, 그리고 이제는
잊어버려도 될만한 잡다한 추억의 기록들까지 말이다.
이러한 날들과 달력에 적혀진 날들을 모두 합하면 정말 365일 하루 하루가
매일 기념일이 될 것만 같다. :)
그 365일 중에서 그래도 내게 가장 중요한 날이 있다면 아마도
나의 생일일 것이다.
*!* 그게 오늘이라서 이렇게 기념 포스팅을 하는 건 아니다. ^^;
나중에 때가 되면 친구들이 축하 포스팅을 해 주겠지. :P *!*
지금으로부터 26년전 어느 날 난 이 세상에 왔고, 수많은 기억과
추억들을 쌓아 올리며 이 자리에 있는가 보다.
그러나 그 하루말고 내게는 조금 색다른 의미가 있는 하루가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날이겠지만 소위 '영명축일'이라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는 세례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는데
그 세례명마다 축일, 다시 말하면 생일과 같은 날이 있는 것이다.
때론 성당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본래 생일보다는 이 영명축일을
더 크게 축하하기도 한다. 나의 세례명은 '베드로'이고,
영어식으로 하면 '피터'이다. 그게 내 아이디와 닉네임이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늘(6월 29일)이다. :)
*!* 그래서 이런 포스팅을 하나 보다. ^^; *!*
보통 이런 날이면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리면서 축일을 소중하게
지내고는 한다. 예년까지만 하더라도 내 영명축일은 평일이었던 적이
많아서 혼자 평일 미사를 보고 조용히 지냈다.
바로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하지만 올해는 일요일인지 몰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오늘인지 알지 못했다. 나와 똑같은 세례명을 가진 친구가 말을 해
주어서 겨우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T.T
비록 오늘 하루는 내게 있어서 의미 있는 날이었지만 조금은
허탈하게 지나간 것 같다.
다시 한번 다이어리를 뒤척여 본다. 아직도 파란색 잉크로 기록된
날들이 많이 남아 있다. 또한 많이 즐거워 해야 할 날들도 말이다.
이젠 그 아쉬움을 좀 접어 두고 다시 돌아 오는 새 날들을
기다려 보는 설레임을 가졌으면 좋겠다.
살아 온 날들이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 또 다시 달력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짚어 볼 때 그 때는 숫자만 적힌 덩그런 하루가 아닌
뭔가 기억할 수 있고 뭔가 기뻐할 수 있는 날들로 채울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일년 중, 그리고 365일 중, 내가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있고, 또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날들이 있다면
멀직이 떠 오르는 태양이 그날만큼은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하루를 마치면서 또 오늘을 무슨 날로 기억할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후 이 하루가 다시 돌아 오면 그 때는
어떤 의미 있는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보면서...
달력에 동그라미 친 하루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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