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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악몽

by 피터K 2021. 5. 30.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예전에 자주 꾸던 꿈이 하나 있다. 

갑자기 나한테 차 한대가 주어 지고 어디론가 운전을 해 가야 

하는 꿈이었다. 운전을 하는 것은 참 재미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놀이 동산 같은 곳에 가게 되면 전동으로 움직이는

차는 꼭 타 보았고, 요즈음도 롯데 월드나 서울 랜드 같은 곳에 

가게 되면 다른 것 못 타더라도 꼭 범퍼카는 꼭 타 본다.

범퍼카를 타면 아주 우아하게(?)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다른 사람과의 충돌은 피하면서 같이 온 친구나 아는 사람의 차만

골라 박아 버린다. *!* 못 됐군.. ^^; *!*

그런 차야 엑셀 밖에 없지만 꿈에서 몰게 되는 차는 꼭 클러치,

브레이크, 엑셀까지 다 붙은 차고, 한번도 오토매틱은 나타난 적이 

없다. 아마도 오토매틱이라면 꿈 속에서 좀 더 우아하게(?) 몰았을텐데

말이다. 실제로 스틱 기어는 운전 면허 교습소에서만 몰아 보았다.

그런데도 꿈 속에는 항상 스틱 기어만 나온다.

그러니 꿈 속에서의 운전은 영 엉망이다.

다른 차에 부닥치지는 않더라도 직선으로는 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뿐만 아니라 때론 내가 아는 길이 나왔는데도

꼭 엉뚱한 길로 빠져 버린다. 

또한 재미 있는 건 차를 운전하게 될 때 어떤 약속이 생긴다는 것이다.

몇시까지 어디로 가야 하며, 누군가를 그 곳에 내려 주던가 태우러

가야 한다. 그러니 맨날 바쁘게 쫓기게 되고 기억하는 한 한번도

제때에 도착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꿈 속에서 차를 가지고 헤매게 되는 아주 중요한 사건 하나는

늘 한군데서 발생한다. 어인 일인지 내가 몰아야 하는 차는 브레이크가

꼭 망썰이라는 거다.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도 차가 제때에 서지 않고

자꾸만 앞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앞 차를 피하려 다른 골목으로

들어 서기도 하고, 때론 인도로 마구 몰기도 한다. 

*!* 실제 이런다면 난 아마도 지금쯤 감옥에 있을 것이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서 말이다. '정신 이상자 또 다시 인도 질주!' *!*

정말이지 꿈 속에서 그런 상황을 만날 때에는 내 다리에 온 힘을 다해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러다가 브레이크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도 왜 안 서는 것일까?? :(


그러다가 올해 3월말에 진짜(!) 차를 가지게 되었다.

하도 꿈 속에서 당한 일이 있어서 중고 시장에서 고르고 골라서

오토매틱으로 골랐고, 브레이크도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보았다. ^^;

그리고 포항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닌지 어언(?) 3달 반.

희안하게도 차를 직접 몰아 본 후에서는 전에 꾸던 꿈을 한번도

꾸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무슨 악몽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왜 그런 꿈이 이제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실제로 차를 몰아 보니 생각보다 브레이크가 아주 잘 듣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속도로 상에서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어도 힘만 충분이 전달한다면

10m를 미끌어지더라도 차가 서더라는 경험도 얻었으니 말이다. ^^;


그러고 보면 사람의 생각이란 참으로 우습다. 

차를 직접 몰아 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차의 브레이크가 잘 들을까라는

걱정에 휩싸였는데, 막상 차를 움직여 보니 그런 걱정은 온데간데

사라졌으니 말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가 원체 이런 저런

걱정을 많이 하고 사는 호모 사피엔스(^^:)라서 그런지 별의별 걱정을

다 하고 살지만, 때론 내가 직접 해 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왜 그다지도

믿지 못하는지 말이다. 

성경에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고 그랬는데, 이 구절을

내게 가져다 붙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보지 않고

느껴 보지 못한 일들은 참으로 믿고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에 대한 일도 그렇고, 내가 맡아야 하는 일도 그렇지만

막상 일을 하기 전에는 걱정부터 앞서고 그 일을 잘 할까라는

고민부터 해 본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그동안은 그 사람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았나 보다.


누군가를, 그리고 어떠한 일에 대해서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 것만 같다. 

남을 믿지 못하면서 나를 믿어 달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겠지?


실제 차를 몰아 보아야만 믿을 수 있었던 나의 이기심이

이제는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늘 바라기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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