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벌써 햇수로 따지면 19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이걸 학점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재때에 졸업하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경고도 잘 피해서 말이다. ^^;
하지만 요즈음은 가끔 수업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업이 아니라 시험이 지겹다.
아직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계산기를 들고 끙끙 매며 시험을 본다는
것이 말이다.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 수가 있고 또 교수님의 생생한 설명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험볼 때가 되면 웬지 수업도 지겨워진다.
게다가 이제는 오픈 북 시험에 익어서 그런지 시험 때가 되어도
전혀 시험 공부할 생각이 안 든다. 뭐, 모르면 들어가서 그 자리에서
공부하지... ^^;
수업을 듣다 보면 가장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 졸음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점심이후에 바로 있는 수업은 피해서 시간표를 짜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작년 1학기에는 3과목이 모두 하루에
몰려서 엄청 고생해야만 했다. 게다가 점심 후에 바로 2과목이
연속으로 있어서 그 날은 수업을 듣는데 정신을 쏟는 것 보다 오히려
잠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고심하는데 시간을 더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가지 생각해 낸 방법..
우선 손목 시계를 풀른다. 그리고 마치 모래 시계에서 모래를 뒤집어
놓는 것처럼 시계를 뒤집는 것이다. 그러면 웬지 느낌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 지는 것이다. :)
분침이 30분에서 60분쪽으로 가는 것을 바로 보면 마치 분침이 힘에 겨워
겨우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그걸 뒤집어 놓으면
빨리 떨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럼 웬지 기분에도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참, 그러고 보면 쓸떼 없는 장난(?)이지만 생각해 보면 난 거의 매 시간마다
손목에서 시계를 풀러서 뒤집어 놓았던 것 같다. :)
하지만 어느 날. 그날도 무척 수업이 재미 없었고 졸음이 쏟아져 오는
날이었다. 나는 그 옛날 시계 뒤집던 생각이 나서 그 날도 시계를
뒤집어 놓으려고 손목을 뒤척였다. 어, 그런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으~ 맞아. 손목 시계 고장 나서 안 차고 다니지.. T.T
대신 얼어버린 삐삐를 시계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꿩대신 닭이랄까, 난 삐삐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삐삐는 아무리 뒤집어도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낄 수가 없었다.
게다가 21분인 모습을 뒤집으니 12분이 되는 것이었다. :(
아, 이 지겨운 수업은 언제 끝이 나는 것일까??
별의별 상상이 다 되는 것이었다.
휴거라도 일어 났으면.... 다 필요없고 죄없는 교과서만이라도 하늘에
올라 갔으면.... ^^;
삐삐를 뒤집어 시간을 빨리 세어 보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손목 시계까지 뒤집던 생각이 나서 피식 웃어
볼 수 있었다. 후후...
아직도 졸업하려면 4과목'이나' 더 들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아마 학부생이 들으면 놀라겠지? 겨우 4과목 가지고 그러냐고?
그렇지만 이젠 들을 수 있는 과목은 거의 다 들어서 과목 듣는 걸로
치자면 전공을 바꾸어야 할 판이니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 회로 설계 전공인 내가 졸지에 통신 과목들을 들을 수는 없지
않는가. 들을 수 있는 회로 설계 과목은 이제 다 들었는데 말이다. :(
나머지 4과목을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 그것도 고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하나의 과목도 듣지 않을 때, 난 아마도 분명히
후배들이나 사람들에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업 들을 때가
좋았다고.. ^^;
역시 학생이 제일 좋은 거지?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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