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방금 1층에 내려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들어 왔다.
그리고 캠퍼스 사이로 펼쳐진 가을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 푸르른 하늘이 또 있을까?
추석 전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었다. 8월말까지였던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를
발표하러 갔던 길이었는데 공항에서 우면동까지 택시를 타게 되었다.
여의도를 지나 우면동 방면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날 따라 서울 하늘은
그다지도 흐릴 수가 없었다. 웬지 칙칙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서울에 살면서는 그런 것을 잘 느끼지 못 했는데 너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은 분지 모양에 가까워서 정체된 공기가 빠져 나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더욱 날씨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포항엔 포철이 있어서 보통 생각하기에 공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우리 학교처럼 포철이 바라 보이긴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더더욱 그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제철소가 포항에 생긴 이유도 해풍 보다는 육풍이 더 자주 불기 때문에
제철소로서의 입지 조건이 좋았다는 이유도 있다. 결국 그 무수히 뿜어대는
공장 매연이 대부분 바다 쪽으로 쓸려 나간다.
그동안은 잘 몰랐지만 포항의 하늘은 참 맑은 편이다. 가을이면 거의 매일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게 되니 말이다. 무디어져서 일까?
난 그것이 큰 축복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서울에 가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 알게 되다니....
문뜩 그 파란 하늘 속으로 첨벙 뛰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드넓은 바다처럼 커다란 튜브에 몸을 실고 멋진 선그라스를 끼고 나서
한 손에 실론티라도 들고 그렇게 바람 부는 대로 두둥실 떠 다니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 푸르름 속으로 한껏 다이빙 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나 보다.
참, 난 수영 못 하지. :(
'포스테크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를 알게 되기까지... (0) | 2021.05.30 |
---|---|
친구를 위한 축복 (0) | 2021.05.30 |
When I was young... (0) | 2021.05.30 |
수업 듣기 (0) | 2021.05.30 |
양치기 소년 피터 (0) | 202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