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안델센 동화집에 실린 동화중에 '피터와 늑대'라는 동화가 있다.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양치기 소년인 피터가 양을 돌보다가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 났다고 소리를 질러 동네 사람들을 골려 먹다가
마지막에 진짜 늑대가 나타나서 혼쭐이 난다는 이야기이다.
공교롭게도 그 양치기 소년의 이름이 나의 별명과 똑같은 피터이다. ^^;
그럼, 나도 거짓말장이??
실험실의 선배형 중에 지금 한참 열애(?)에 빠진 형이 한 사람있다.
그 선배의 비너스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가씨인데 두 사람이
전화를 하는 것을 옆에서 엿듣거나 혹은 만나고 나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실험실 선배형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다. 아니, 비록 경상도 남자가
아니라도 첫 인상은 사람이 참 무뚝뚝하고 의젓해 보이는 그런 인상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경상도 남자는 단 세 마디만 하고 산다고. :)
내가 보기에도 그 형은 꼭 그런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형의
마음 속에 있는 장작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하던
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주 정열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한다. 후후후...
가끔 연구실에 들어가면 선배형은 그 비너스와 전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그 전화 내용을 듣고 있노라면 말하는
구구절절이 싯귀이다. :)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_^
하지만 원래 본색(?)은 못 감추는지 전화를 끊고 나면 나에게 와서
한숨을 푹 쉰다.
"으~ 피터야,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하하하하... 본인도 조금씩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가
보다. 그럼, 난 이렇게 댓구한다.
"형, 이젠 거의 베테랑 수준인데?"
"난 아직 안 돼, 피터 너에 비하면 난 새끼 제비일뿐인걸? 아직
너한테 배울께 많아..."
음냐... 이건 또 모람... 그럼 내가 오리지날 제비?? ^^;
그 형의 표현에 의하면(100% 그 형의 표현에 따르면... 고로 진실은
아님.. ^_^ ) 내가 전화하는 것을 보거나 아님 음성 녹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가 텄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거다. 자기는 전화 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나 음성을 남기려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버벅댈 때가 많고 그래서 어떨때는 미리 음성에
녹음할 말을 적어 놓고 읽는다나?? 그렇지만 나는 전혀 그런거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한다는 거다. 하하하... 그래서 난 타고난
토종 제비라나?? :P
물론 난 음성을 녹음한다거나 혹은 전화를 하면 부담없이 말 하고는 한다.
*!* 나한테서 한 번이라도 음성을 받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 *!*
하지만 요즈음 보면 오히려 내가 그 형에게 배워야 할 기술(?)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하하, 사람은 사랑을 하면 다 시인이 된다더니...
그래서 얼마 전엔 내가 이런 말도 했다.
"형, 이젠 나에게서 배울 꺼 다 배웠으니 하산해도 좋아요..." :P
이런 이야기를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해 주었더니 이 친구가 한참동안
이나 말이 없다. 난 이상하게 생각해서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너 정말 제비인거 같아' 그러는거다. *!* 쿠당 *!*
'아니 왜?', '요즈음은 네가 하는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어..'
하하하... 난 가끔 이야기를 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농담을 하고는 하는데 그게 헤깔린다는 거다. 내가 헤깔린 농담을
그렇게나 많이 했나?? :)
아니, 가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
하지만 진짜로 해 주고 싶은 말들도 참 많았다. 예를 들자면,
"넌, 무슨 무슨 색 루즈가 참 어울려..."
"그 가방은 참 멋있더라..."
"넌 잘 웃어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더라..."
"뭐, 내가 나중에 프로포즈 하지 뭐..." <- 앗, 이건 아니구나... ^^;
이런 농담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젠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농담으로
알아 듣는 것 같다. :)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느냐 하는 것은 가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괜히 분위기를 띄워 주는 말뿐만이 아니라
그냥 느끼는 그대로의 말도 때론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들리고
오해를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선배형이 자신의 비너스에게 하는 말은
비록 100% 진실은 아닐지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랄까
아니면 혹은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들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나에게 배울 것은 많이 남았지만( ^^; ) 그 형이 늘 말하는
그러한 싯구들이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가기를 빌어 본다. 그 사람에 대한 5%의 장점이 나머지 95%의
단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 형과 그 형의 비너스는 좀 더
서로를 잘 품어 줄 수 있지 않을까? :)
나도 괜한 농담때문에 내 친구에게 오해를 받았는데 나도 더 이상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되기 전에 농담 좀 줄이고 살아야겠다. :)
정말 나중에서는 진실로 하는 이야기가 농담으로 받아 들여지기
전에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약간의 포장으로 선물이 좀 더
좋아 보이게 하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는거 같다.
기왕에 좋은 이야기 전해 줄꺼 멋있는 수식어로 포장하면 더
좋지 않을까? :)
양치기 소년 피터?? 이건 너무 안 어울리는 수식어 같은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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