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내가 고등학생때 일꺼다.
'홀로 서기'라는 시가 한참이나 유행했었다.
사촌 누나가 자신의 수첩을 펴고 읽어 주는 시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던지 그 시를 따로 종이에 적어 나의 방 벽에 붙여
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하더라도 '홀로 서기'는 그 시인의 이야기만 같았다.
하지만 요즈음은 내가 그 '홀로 서기'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음을
느끼고는 한다.
지금 정확히 그 시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딘가 있을 그 누군가를 무척이나 그리워하며 읊었던 구절들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지금 나의 모습처럼 말이다.
벌써 집과 떨어져 6년이나 보낸 내가 아직도 그런 감정에 사로
잡히는 것을 보면 무척이나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막 집과 떨어져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을 보면
말이다. 나는 그 홀로 서기에 익숙해져서 힘들어 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어 주어야 하는데...
문뜩 친구가 내게 하던 말이 떠 오른다.
"힘이 들면 누군가 의지할 사람을 잡으렴..."
그 말은 내게 마지막 위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기 위해서 내 스스로 노력을 하다가 결국 너무 힘이 들면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말이다.
하지만 이젠 내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내가 의지할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이 광활한 사막에 혼자일 뿐인 것이다.
그 홀로 서기에 나오던 한 구절처럼 난 아직도 '그 누군가'를
찾지 못하고 긴 기다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이란 작은 희망을 지닌채 말이다.
가끔 힘이 들면 나의 삐삐에 녹음되어
있던 누군가의 음성을 듣곤 했다.
하지만 그 작던 나의 행복도
이젠 추억속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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