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술자리가 생기면 항상 안주가 되는 몇가지 주제가 있다.
인생문제.. 사회문제.. 개인적인 고민... 혹은 문학적 토론...
이런 것들은 그 무게에 때문이지 차분하게.. 때론 격해지는 수도
있지만, 이성문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 들은 그 내용은
무척이나 심란한 것이 되지만 비교적 쉽게 이야기가 통하게 되고
웃음을 나눌 수 있게도 한다. 또한 거기에 덧붙여서 자신의 미래에
관한 손금보기 같은 것은.... 거기에 술맛을 더하게도 해 준다.
며칠전 술자리에서, 놀러 갔다온 사진들을 돌리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금보기로 이야기가 넘어가
버렸다..
"음.. 누나는 명은 기네요.. 하지만 조심해야 되겠어요.. 남편을
일찍 잃을지도 몰라요.."
"읔.. 그럼 어디서 돈많고 명 짧은 남자 하나 구해야 되겠다..."
"음... 형은 돈을 많이 벌겠지만 건강이 안 좋군요..."
"그으래?? " << 심각심각...
"누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남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구여..."
"으.. 마자.. 어떻게 그렇게 쪽집개지... 우와..."
손금을 좀 본다는 후배하나가 모인 사람들의 손금을 하나씩 보여
그 사람들의 인생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 역로를 듣고 있던 나도 호기심에 나의 왼손을 쭈욱 내밀었다.
"그럼, 내 껀 어때?"
"음.. 어디 보자.. 형은... 결혼은 좀 늦게 하고..( 으... 뜨끔...)
건강을 조심하셔야 하겠네요.. (음냐...) 앗! 부인은 이뻐요...
(으흐흐.. 찢어지는 내 입..)... "
재미로 보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자뭇 심각해 진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반응은.. 그래 맞아.. 나 원래 그래... 하면서
손금 봐 주는 후배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는 것이다...
술 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자리에서 애들이 그 후배 붙들고 물어
보았다...너 손금 잘 본다... 그때 후배 하는 말..
모.. 대강 이렇다고 이야기 하면 사람들 다 맞다고 해요.. 후후..
점을 본다는 거.. 참 그렇다.. 어디가서 용하지 못하다는 점쟁이는
못 보았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반응... 점쟁이가 말하는 것이
틀리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아마도 그건 뭔가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때문이 아니련지..
누가 너 이런 사람이야.. 하고 말하면 코웃음을 칠지 모르지만
점이라든가 관상을 본다고 하는 사람이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면 아!! 맞아요.. 하고 대뜸 반응이 달라지는 것.. 조금은 우습다.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틀린 이야기라도 자신을 그 이야기에
가져다 맞추는 습성이 있다.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맞추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나의 인생이 그렇구나... 하고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음.. 글쎄 그럴까? 내 인생이라는 것은 그렇게 벌써 응애~~하고 소리
지를때 탁.. 결정이 되어 버린 건지...
나는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는 재미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야 사는데 재미가 있지.. 후후..
내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어짜피 사는 것은 '나'이고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던 단지 바라는 것은
그것이 나한테 도움이 되고 내가 견디어 이겨 낼 수 있기만을
고대해 보는 수 밖에... 이건 마치 연속극에서 다음 회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내일, 나의 다음 편 시나리오는 어떨지.. 궁금해 진다..
하지만 손금 본 내용중에서 아내가 이쁠꺼라는 이야기는 맞았으면
좋겠다... ^_^
작가의 마을 - 옛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