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아무런 생각없이 키보드만 두들기다 보면, 어느새 나의 어깨너머로
창밖이 희무스래하게 밝아옴을 느낀다.
이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인가 보다.. 그렇게 느끼고 있노라면
이제 일어나서 하루의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도 따라서
길게 한번 기지개도 펴 보고... 아우웅~~~ 오늘도 결국 밤을 셌구나... :)
학기를 끝을 내려니 너무나 길이 멀고 험란하다... 매번, 매 학기마다
겪는 일이지만, 막상 잠을 못 자서 부시시해진 나의 얼굴을 거울속에서
찾을때는 내가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후후.. 너무 힘에 겨우면 다 때려치고 싶은 것이 다 사람의 생각인가 보다.
친구하나에게 괜시리 하소연도 해 본다..
[ 으~~ 넘 힘들어... 다 때려치워 버릴까?? ]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냥 부려보는 투정인줄 그 친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가끔 이렇게 투정(?)이라도 부려야 도닥거림도
받을 수 있게 된다.
[ 그래도, 너 잘 하잖아... 피터야~ 힘 내..!! ]
언젠가 한번 친구의 손을 꼬옥 잡은 적이 있었다. 조금은 힘이 든다고..
핑계(?)삼아 잡았던 그 손에서 느껴지던 부드러움이 나의 손에 여운으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때 느껴지던 그 포근함이 더 기억에 남아
있다.
(후후.. 내가 처음으로 잡아본 여자친구의 손이었다...
그러고 보면 여태 나도 모하구 살았나 싶다.. :(
학부때 그 흔한 연애두 못해 보고.. 쩝..)
손을 꼭 잡는다는 것...
그건 손을 잡는 사람들사이에 어떠한 감정이냐, 혹은 어떤 사이이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나에겐 아직도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시던 할머니의 그 손이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할머니란 분은 조금 색달랐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품에서
보다는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왔으니 말이다. 국민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날도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했다. 그리고 나의 기억에
할머니께서는 거동하실 수 있는한 항상 나의 곁에 계셨다.
아마도 그건 우리 아버지께서 당신의 외아들이셨고,
그래서 내가 당신의 첫 손자였기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공부때문에 중학교 3학년때부터 방을 따로 쓰기 전까지
나의 잠자리는 항상 할머니의 옆자리였다. 잠이 오지 않으면
항상 할머니의 손을 잡곤 했다. 나는 손이 조금 찬 편인데 그에 비해서
할머니의 손은 항상 따뜻했다.
물론 할머니는 나이가 드셔서 손이 무척이나 주름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렴풋이 남아있는 할머니의 느낌은 이 세상 그 어느것보다도
부드럽고 따스했다는 것이다.
잠이 들지 않거나, 혹은 무서운 꿈에서 도망쳐 나왔을때, 나는 어김없이
할머니의 손을 찾았다. 그리곤 다시 그 손을 꼬옥 잡곤 했었다.
그 느낌이, 이제는 당신이 나의 곁에 계시지 않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내게 있어서 그 손이라는 것은 조금은 색다른 위안이었던 셈이다.
후후.. 그래서 그 날, 내 친구의 손을 꼭 잡았던 날, 다른때보다 마음이
더욱 포근하고 위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친구는 나의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까?? 글쎄... :)
며칠전, 그 친구에게 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을때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뜩 그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 나는 너와 이야기 할때가 젤루 편해.. 그리고...
그 때 네 손을 잡았을때도 좋았고... 넘 포근했거든...]
[ ?? ...... 애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
하하하... 아마도 자기는 내가 다른 응큼한(?) 상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물론 조금은 그런 것도 있었지만, <<---- :P
내겐 그런 응큼한 생각보담은 지금 내가 힘들때마다 위안을 삼을 때가
있고, 그리고 모처럼만에 나의 기억에 남아 있는 그 할머니의 따뜻한
손이 떠오른 것이 너무 행복해서 한 말이었다.
그 느낌이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그리고 그 느껴지는 감정이 조금은
퇴색되었을지라도... 아마도 내가 손을 꼭 쥘때마다 실크를 손에
감은 것처럼 내게 보드랍기만 했던 우리 할머니의 손은 나의 기억 한편에서
항상 나를 도닥거려 줄 것만 같다...
우리 피터야... 힘 내라....
어느날 문뜩 나의 귓가에 들려올것만 같은 할머니의 목소리...
날이 또 한번 밝아 오는 동안, 이제 태양이 그 하늘 가득히 메워 버린때에,
밤새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별들은 이제 다 사라져 버렸다.
밤을 세면서, 피곤할때면 잠시 기지개를 펴 보고, 창가에 다가서서
커피한잔과 함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젠 밝은 햇살에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지만, 은은히 나의 곁을 맴도는
아쉬움보다는 내일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설레게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
아마.... 나와 밤새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던 그 별친구들은 항상
나의 마음속에 살아 계시는 할머니가 밤하늘에 수놓아 주신 나의 작은
수호천사들이 아닐까 싶다...
힘이 들때마다 그런 작은 선물들을 쏟아내려 주시는 할머니께 난 넘어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할머니께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할머니... 저 열심히 할께요...
자! 보세요... 우리 피터, 잘 하고 있지요?? :)
작가의 마을 - 옛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