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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사랑을 한다면 이렇게...

by 피터K 2021. 5. 2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선 아침에 일어나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당신의 생각을

하고 싶습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리기 보다는 당신의 생각을

떠올리면서 작은 미소를 먼저 담고 싶습니다. 비록 이 아침에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잠을 깨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지을 수 있는 미소가

당신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빌면서 말입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머리를 말리기 위해 거울을 바라 볼 때도 어떻게

하면 당신께 멋있어 보일까 고민하고 싶습니다. 무스를 가득 담아

머리의 형태도 바꾸어 보고 내게 가장 어울릴만한 모습으로 나를 가꾸어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피식 웃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웬지 당신의

앞에서는 늘 어린 아이 같이 어리광을 부릴 수 있으면 좋겠군요.

당신의 그 웃는 모습은 나에게 너무나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랍니다. 

옷을 입을 때도 아무거나 걸치기 보다는 나의 개성을 찾을 수 있는 옷을

골라 입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길을 걸을 때 남들의 시선이 부러움의

시선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나의 팔장을 끼고 서로가 멀리 달아 

날까봐 서로의 손을 꼭 깍지 낀 당신이 내가 마냥 자랑스러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알랑 드롱처럼 생기지는 않았더라도 나의 웃음이

그 어떤 사람보다도 환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일을 하다가 지쳤을 때 담배를 물어 피우기 보다는 당신의 생각을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담배를 피우더라도 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로 당신의 얼굴을 그릴 수 있는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들 때 언제나 나의 곁에서 나의 쳐진 어깨를 다독거려

주던 그 느낌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다시

당신의 머리가 나의 어깨에 기대어 올 때 힘이 빠지고 쳐진 어깨가 아닌

당신을 든든하게 받쳐 줄 수 있는 그런 어깨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 한잔을 마실 때, 당신과 함께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던 신촌의 작은 카페가 생각 났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았던,

그리고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 만큼이나 소담했던 그 카페의 훈훈함이

그대로 커피에 녹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머그 컵에 가득히 담긴

커피가 아닌 몇 백원짜리 종이컵의 자판기 커피라도 그 어떤 커피보다

향기로울테니까요. 그리고 몰래 잡았던 당신의 따뜻한 손이 커피잔을

통해 잔잔히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떨리는 손짓으로

잡았던 그 작은 손이 이제는 각자를 이끌어 주는 용기로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감사의 기도를 올릴 때 주님께 당신을 만나게 해 준

것을 함께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지금쯤 피곤에 젖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면 주님이 당신께 힘을 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어리광을 피우는 기도도 드려보고 싶습니다. 

버스에서 졸고 있는 당신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지 말고 바른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도록 빌어도 봅니다.

집에 들어 가는 길에 빈 손으로 들어 가기 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수퍼에 들러 야참으로 먹을 과일이라도 사들고 가기를 빌고 싶습니다.

밤에 무엇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투덜대던 그 모습이 늘 나에게는

귀여운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허약하게 마른 모습보다는 

마음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밤에 일을 하다가 어려운 일에 막히면 전화를 한번 쳐다 보고 싶습니다.

이럴 때 당신께 위로 전화가 걸려 온다면 나는 얼마나 큰 힘을 얻을까요.

그러나 당신이 너무나 피곤해서 전화 거는 것을 잊어 버리더라도

화를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피곤해 하는 모습보다는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하게 되면 내가 늘 당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도록 아주 많은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웃음 소리에 나 또한 즐거워

지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 말이 없으면

그저 수화기만 들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크게 들리지는 않더라도 전화기를 통해 들려 오는 당신의 차분한

숨소리만으로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이 긴 전화선을 통해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늘 그렇게 행복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까치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을 청하기 전 오늘 다 하지 못한 일에 골치를 썩이기 보다는

당신의 꿈을 꾸기 바라며 잠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너무나도 길고 또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꿈나라에서만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꿈 속에서

찾기만 하다가 보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당신은 나를 놀리기 위해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사랑을 한다면.... 늘 이런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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