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씩 깜짝 깜짝 놀라게 되는 일들이 생기고는 한다.
아마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겼을때 많이 느끼리라 생각된다.
뜻밖의 전화, 아니면 뜻밖의 편지라든가...
나는 편지 받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집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지나 보다. 누군가 물어주는 안부가
그리 반가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편지가 반가운지 모르겠다.
단지 '안녕'이라고만 적힌 편지만 받아도 그날 하루는 날아갈 듯 기뻤으니
말이다.
학부 1학년때는 참 많은 편지를 주고 받곤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친하던 친구 하나가 꾸준히 내게 편지를 부쳐 주었다.
어떨때는 내가 답장을 쓰기가 벅찰 정도로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
혹은 집안 문제까지도 적어 보내던 친구였다.
후후.. 물론 그 태반이 자기 여자 친구와 지내는 이야기였지만..
그 글들을 읽으면서 때론 부럽기도, 아니면 그 친구가 여자 친구와
불편한 관계가 되었을때에는 조금은 걱정스런 기분으로 그 봉투를
뜯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나의 서랍에 가득 차 있는 그 편지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위안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와 더불어 가끔은 나의 여동생이 편지를 부쳐 주곤 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래서 항상 내게 어리광을 부리는
여동생이 말이다.
여동생의 편지는 조금 색다른 맛이 있다.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는 민감(?)한 아이라서 그럴까?
후후.. 편지의 내용이 신선하고 가끔은 내가 다 읽지도 못한 상태로
배를 움켜 잡고 깔깔 넘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미녀가 야수에게....'
'아직도 짚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오빠에게...'
'나는 소망한다. 참한 새언니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지고, 여동생도 이젠
공부에 바쁜지 별로 편지를 쓰지를 않는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아쉬울때가 있다.
언제나 학과 사무실에 갈 일이 있으면 설레는 맘으로
우편함을 열어보던 작은 유희 하나를 잊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도 마찬가지가 아닐가 싶다.
나도 나의 손으로 편지를 적어 본지가 언제였더라??
내가 삐삐를 장만한 이후로는 그런 손으로 적은 편지 보담은
전화사용이 많아졌다. 사소한 일에도 나의 삐삐는 삐리릭~~ 하고
울리니 말이다. 게다가 키즈의 아이디 마저 지워 버려서
키즈서 받는 편지의 반가움까지 잃어 버렸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마 손으로 적는 글보다는 전화가 훨씬 쉽게 손이 가나 보다.
여동생도 요즈음은 편지를 보내기 보담은 음성으로 내게 안부를 전하거나
아니면 아애 집의 번호를 삐삐로 보내니 말이다.
조금 전에 일이다.
한참 프로그램을 고치고 있는 참에 삐삐가 울렸다.
음성이었다.
누굴까... 하는 조그만한 궁금증을 담으며 (나는 음성이 올때마다
꼭 전화를 걸어 보기 전에 잠시 상상하고는 한다. 과연 누굴까??
그런 작은 상상이 때론 너무 즐겁다.. 후후.. 또 하나의 나의 유희랄까...)
전화를 걸었다.
[ 누구게?
이 밤중에 당신에게 잘 자라고 안부 전화를 걸어 주는 사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당신에게 아저씨가 아닌 오빠라고
불러 주는 사람.
심심해서 걸어 봤어.
안녕히 주무시고, 낼 모레 봅시다. 잘 자.. ]
어쩌면 편지 봉투를 뜯어 보는 하나의 유희를 잊어 버렸을지는 몰라도
또 다른 유희가 내게 생겨난 것 같다. 내게 음성이 올때마다
마음이 설래이게 되는 그런 유희가...
이번에 집에 올라가면,
여동생에게 작은 선물이나 하나 전해 주고 와야 겠다.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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