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을 알게 되는 여러 방법 중에서 대부분은 아마도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거나 혹은 모임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거나 아니면 모임에서 알게 된다는 말은
그 사람과 직접 대하고 얼굴을 마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을 직접 대한다는 것. 이것과는 가장 다른 만남이 이런
인터넷에서의 만남이 아닐까? 사람을 보지 않고 이야기만을 통해서
알게 되고 아니면 그 사람이 써 올린 글을 통해서 알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챗방이나 톡을 할 경우에 서로 말도 놓고 이야기 하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그야말로 인터넷이라는 것은
익명이 보장된 또 하나의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농담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상대방은 당신이 개인지 모릅니다.'
과연 개도 자판을 두드릴줄 알다면 우리가 챗방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한명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
얼굴은 모른채로 사람을 알기 때문에 때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까
참 많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은근히 사람들이 모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과연 내가 아는 저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그 궁금증때문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신년회 때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동안 이름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 혹시나 '개'가 아닐까
확인하러 오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후후.. 다행이 신년회 때는 어떠한 강아지도 오지 않았으니까
아직은 키즈 내에 사람인채 하는 강아지는 없는 것 같다. ^_^
얼굴을 모르므로 그 아이디를 보면 한가지씩 떠 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글을 많이 쓰는 아이디의 경우에는 그 글 중에 한 대목이 항상
그 사람에 대한 인상으로 남는다. 챗방에서 만나 아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말투가 이미지로 남는다. 그렇게 만나지 않은 상태로
오래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늘 그 아이디를 볼 때마다 고정된
인상과 이미지가 굳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은근한 설래임마저
일어나고는 한다. 과연 내가 생각하던 사람과 비슷할까??
내게도 그런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 사람은 어떠한 노래와 관련된 이미지가 지워진 사람이다.
어떤 노래냐 하면...
포플러 나무 아래 나만의 추억에 젖네
푸른 하늘이 슬프게만 보이던 거리에서
언제나 말이 없던 너는
키 작은 나를 보며
슬픈 표정으로 훔쳐 보곤 했지
아무도 모르게... [후략]
언젠가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이 노래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고
나에게는 그 이미지가 그 사람과 연결되었던 것이다. 한사람에 관한
이미지가 연결되면 그 이미지는 바로 그 사람을 뜻하게 된다.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오면 반드시 그 사람이 떠 올랐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차츰 그 얼굴이 궁금해지면서 여기에 상상력도 가미되기
시작했다. 이 노래의 가수처럼 생겼을까? 아니면 그 사람이 이 가수의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졌을까?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모여 나 혼자 그 사람에 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그 이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후후.. 그 주인공을 만났던 것이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 아! 물론 강아지는 아니었다. :) *!*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아주 똑같았던 것이다.
그 사람을 보자마자 나의 머리 속에서는 곧바로 '포플러 나무 아래'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_^
*!* 아마도 조만간 조직의 쓴 맛을 볼 것 같다.. ^^; *!*
사실 누군가를 직접 보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로 결부시킨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인 것 같다. 그저 이미지로만 결부시키면 될지 모르지만
사람은 생각의 동물인지 자꾸만 거기에다가 스스로의 상상을 더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처음의 순수한 이미지에서 이것을 더하기 시작하고
저것을 더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스스로의 상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현실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면에서 상대방에 대한
상상은 조금 위험한 모험이지 않을까 싶다. 보이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않고 뭔가 큰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정말로 강아지인 상대방을
신데렐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로 보여지고 있을까?
그런 은근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또 묘한 일이다. 후후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난 백마를 탄 멋진 왕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 깨갱. 왈! 왈!... 앗! 이것도 아닌데.. *!*
ps: 후후.. 하지만 '포플러 나무 아래'는 정말 똑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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