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를 적고 나면 남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에필로그를 작성하게 된다. 본문을 쓰면서 빼먹은 것이 있기도 하고 본문과는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어 모아 모아 담아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이 블로그가 실질적으로 "바르셀로나 여행기"의 마지막 편이 된다. 여행을 다녀 온지 벌써 7개월이 지났고 짬 날때마다 적어 두었던 기록을 참고 삼아 여행기를 쓰며 그 당시 그 느낌을 되돌려 보며 행복한 기분을 다시 떠올려 본다. 또 다시 올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 때 여행을 가고 싶으면 이제부터 하나씩 알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올 겨울은 지난 두번의 겨울처럼 그런 거창한 여행은 못 할 것 같다. 둘째가 내년 여름에 대학을 가게 되는데 이제는 대학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 등등 둘째에게 들어갈 비용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준비한 것에서 조금 남으면 살짝 여름 여행에 욕심을 내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둘째가 고등학교 졸업한다는 핑게를 구실 삼아 말이다.
마무리 서장을 쓰려고 들어 왔다가 다음 여행은 어떻게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는 걸보니 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어떤 행복이 크긴 큰가 보다.
커다란 쓰레기 수거함
사진에서 우측에 걸쳐 있는 건물이 우리가 묵은 호텔 건물이고 그 골목 앞에서 저 멀리를 바라 보면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눈에 들어 온다. 며칠 동안 횡한 길이었는데 둘째날인가 세째날인가 아침에 나서니 그동안 못보던 커다란 쓰레기 수거함이 길 앞에 나와 있었다. 오늘이 쓰레기 수거하는 날인가 보다. 골목이 꽤나 커서 커다란 쓰레기 수거 트럭이 들어와 가져가는 것 같은데 로마에 갔을 때 길거리에 돌아다니던 앙증맞은 쓰레기 수거 트럭을 본 적이 있다. 예전에 대우 자동차에서 나오던 "다마스"라는 경차 수준의 승합차가 있었는데 로마 시내의 쓰레기 수거 트럭이 딱 고만했다. 쓰레기 수거 트럭임에도 너무 귀여워 사진을 한장 찍어 놓은 줄 알았는데 아무리 앨범을 뒤져도 찾을 수가 없다.
저 커다란 쓰레기 수거함은 오후에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어디론가 치워져 있었다. 평소엔 어디에 숨어 있는걸까, 아니면 새벽에 가져다 놓고 사람들이 오전에 그 안에 버리면 오후쯤 가져가 버리는 것일까? 어떤 방식이었든지 간에 바르셀로나 거리는 비교적 깨끗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거기엔 누군가의 땀이 숨어 있겠지?
특이한 안내판
바르셀로나가 포함된 스페인 북동부는 카탈루냐 지방이라고 불리우며 예전부터 독립 성향이 강했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움직임은 1600년대 스페인-프랑스 전쟁 때부터 있어 왔고 실제 2017년 분리 독립 주민 투표가 있었고 독립 선언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 지역이 분리해 나간다는 걸 볼 수 없는 스페인 정부에 의해 5일만에 무산되었다. 카탈루냐 지방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지역들, 바스크 지역, 나바라 지역들 문제도 있어 마음대로 분리하게 두었다가는 스페인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는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스스로 분리해 나겠다고 생각할만큼 이 지역의 문화는 스페인과는 사못 다르다고 한다. 외부인의 눈에는 그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지만 그 차이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여긴 반드시 카탈루냐어 먼저, 그리고 스페인어, 영어, 혹은 영어, 스페인어 순으로 되어 있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건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제국 시절 한반도를 점령하고 나서 언어를 못 쓰게 하려고 했던 것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카탈루냐 지방이 그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정말 궁극적으로 독립을 위해서 그러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정의하는데 큰 힘이 되는 건 사실이다. 부디 이런 그들의 노력이 카탈루냐라는 정체성으로써 다를 수 있고 그 문화를 잊지 않으려는 자부심으로 남아 우린 좀 달라로 남기를 바래 본다. 그게 우린 더 나아라는 차별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 가라는 거야, 앞으로 가라는 거야?
보통 앞으로 가라고 표시하면 화살표를 위로 그리지 않나?
그런데 공항에서 본 안내판은 화살표 방향이 아래였다. 그래서 처음에 이 표시를 보았을 때 아래층으로 내려가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특이하게 이 의미는 앞으로 가라는 뜻이었다. 메트로를 타면서 이런 표시를 또 한번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지만 정확히 떠올릴 수가 없어 바르셀로나 전역에서 그랬는지 아니면 공항에서만 특이하게 그랬는지 확인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공항에서의 이런 화살표 방향은 헤깔리게 만들기 충분했고 어리둥절했더랬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1층은 길에서 걸어 들어가는 곳, 즉 도로와 마주하고 있는 곳을 의미하지만 유럽에서는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1층은 Ground level, 혹은 호텔 같은 곳에서는 Lobby level로 칭하는 경우가 많고 한층 올라가면 거기서 부터 1층이다. 우리가 머무른 호텔에는 ground level을 "0"층으로 표시해 두었다. 0층 엘리베이터 버튼이라니. 흔하게 보지는 못해서 그런지 신기했더랬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수퍼마켓
바르셀로나에서는 걸어다닐 일이 많았다. 그렇게 다니다가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변 구경을 하게 마련인데 그 때 흔히 눈에 띄이는 것이 "Supermercat", 수퍼마켓이다.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편의점은 본 기억이 없고 대신 그 정도의 크기의 Supermercat을 주로 보았다. 둘째가 미술 선생님에게 포스트 카드를 보내고 싶다고 해서 우표 파는 곳을 검색했을 때 이 Supermercat이 몇군데 떴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걸로 보아 Supermercat이 로마에서의 Tabacchi shop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을 가다가 꽤나 많이 보았음에도 한번도 들어갈 볼 생각을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로컬 음식을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로컬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도 꽤나 좋은 추억이었을텐데 말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나라로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로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냥 한번 도전해 보련다.
에스프레소의 나라
이탈리아도 스페인도 에스프레소의 나라이다. 원래 커피는 이 에스프레소로 마시는 것이 정석인데 아메리카노라는 형식의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지식 관련 콘텐츠를 보다가 이 아메리카노 커피의 유래에 대해서 보게 되었다. 2차 세계 대전 때 미군들이 유럽에 주둔하면서 커피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가 나왔는데 자기네들 입맛에 너무 써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 추가해서 연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아메리카노 커피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미국식" 커피인 셈이다.
요즈음은 호텔 방에 이 Nespresso 커피 머신을 주로 보게 되는데 미국에 있는 호텔에 가게 되면 주로 흔히 사용하는 종이컵이 일회용 포장으로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 바르셀로나 호텔에서는 도자기로 된 정식 컵과 컵받침이 있었는데 딱 에스프레소 크기였다. 나도 집에 Nespresso 머신이 있고 또 원두부터 가는 Breville 머신까지 있지만 일단 에스프레소로 내리고 나서는 뜨거운 물을 더 부어 아메리카노 형식으로 마신다. 하지만 여기서는 컵 자체가 딱 에스프레소 용량이라 뜨거운 물을 더 부을 수도 없고 또 물을 끓일 주전자도 없어 그냥 그대로 마셔 보았다. 그런데 그게 의외로 꽤 괜찮았다. 집에서 가끔씩 에스프레소 그대로 마셔 볼까나.
그래피티 천국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즉 12월 31일에는 부둣가 쪽에서 호텔 쪽으로 큰 길을 따라 꽤나 오래 걸었는데 마지막 날이라고 많은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고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덕분에 호텔 근처까지 와서 일본 라면집을 갈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소위 셔터가 내려진 많은 가게들에는 거의 어김없이 그래피티가 있었다. 카탈루냐어, 혹은 스페인어로 쓰여져 있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저분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어느 정도 개성이 있어 보였다. 어쩌면 너무 깨끗한 셔터로만 있었다면 밋밋하고 상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래피티들이 너무 중구난방이 아니라 예쁜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지 사진에 보이는 글귀에 대해서 번역을 해 보려하지 않으련다.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래피티가 그래도 콘크리트로 둘러 쌓인 건물들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생각로 균형을 잡아 주고 있는데 괜히 저 글귀가 기분 나쁘게 만드는 뜻이라면 좋았던 기분이 망쳐질 것 같기 때문이다. 무슨 뜻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그냥 좋은 기억으로만 남길련다.
바르셀로나 대중 교통
바르셀로나에 있으면서 메트로 지하철도, 버스도, 장거리 기차도 타 보았는데 공통적인 느낌은 상당히 깨끗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오래된 관광지의 경우 대중 교통 시설이 낡은 경우가 많은데 바르셀로나에서는 왠지 타면서도 조심해서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어쩌면 내가 너무 나쁜 기억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의 대중 교통이 좋아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불행이도 내 경험은 New York, San Francisco 등등 미국의 대중 교통이니까. 한국의 버스, 지하철을 생각해 보아도 전혀 손색없이 깨끗하고 제 시간에 출도착을 하는 것을 보며 바르셀로나는 대중 교통으로 돌아 다니기에 그리고 걸어서 다니기에도 꽤나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내 한복판에서 강남까지 40분 정도를 지하철 타야 하는 서울이 정말 큰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한강 작가
마지막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방향으로 가고 있던 중 바르셀로나 대성당 근처 버스 정류장 옆 작은 부스 상점에서 뜻하지 않은 광고판 하나를 보게 된다. 바로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안내 광고였다. 길 위의 광고들이 대부분 카탈루냐/스페인어로 되어 있으니 이런 광고판들에 눈길을 잘 주지 않았는데 와이프가 그 옆을 지나가다가 알아 보았다. 먼 타국에서 한국인 작품 광고를 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을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는 비난 기사를 통해 들어 보기는 했다. 자랑스러운 경제 발전 시대에의 어두운 모습만을 그려냄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폄하하고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어 국가적 자부심을 끌어내리는 작품. 컬럼의 제목은 "<한강>이 <한강의 기적>을 뭉개다". 신학대 총장을 지내신 어떤 분의 컬럼이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하나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Palme d'Or; Golden Palm)을 수상하게 된다. 이 상은 공식 경쟁 부분의 최고 영화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이다. 수상자는 히로카제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万引き家族", 영어로는 "Shopliters",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Shoplifting Family". 한국에서는 "어느 가족"이라고 소개가 되었다. 한국이라면 영화계의 쾌거라며 자랑했을텐데 일본에서의 반응은 의외였다.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 총리는 이 감독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 축전이나 축하 전화 등은 일절 없었고 일본 우익들은 감독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좀도둑으로 생계를 잇는 가족이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만 드러낸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런 논란에도 3주 연속 일본 박스 오피스 1위를 했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이에 대한 비난, 아니 약간은 비웃는 듯한 기사를 내어 보냈다. 창피한 현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여기려는 일본의 인식이라고.
그런데 막상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전해지자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무시하고 싶지도 않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가려지고 숨겨지려 했던 과거를 돌아 본다고 해서 한강의 기적이 무시되거나 폄하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 나은 도약을 위한다면 다음 번에는 어떤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돌이켜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나도 단편적인 것만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보지 못했으니까.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의견에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한 건 한강의 기적에서 배우고 그 아래 보이지 않았던 것에서 배우고 나면 앞으로는 더 나은 한걸음이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방법으로 배운 건 틀린 문제를 확인해 보고 다시는 틀리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지 잘 맞추고 아는 문제를 다시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짐가방
바르셀로나의 모든 여행은 완벽했다. 늘 보고 싶었던 Sagrada Familia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가우디의 작품 세계에 푹 빠져 들기도 했고 깨끗한 대중 교통에 날씨까지도 완벽했다. Austin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짐 찾는 곳에서 둘째의 이름을 불러 짐가방 하나가 같이 실려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조금 난감하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케이스 넘버와 연락처 등등을 다 받아 갔을 때에는 그래도 내일, 늦어도 모레 쯤에는 약속한대로 집에 오려니 했다. 그렇지만 사흘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 큰애가 Austin 공항 British Airways 카운터에 전화까지 알아 봤지만 자기네들도 지금 자기네 사무실에 가방이 없고 지금 위치도 정확히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 왔다. 매번 전화를 할 때마다 처음부터 일일이 다 설명을 해야 했던 큰 아이도 나중엔 짜증을 낼 지경이었다. 결국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면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 British Airways 홈페이지에서 Lost Luggage 항목을 찾아 받아온 케이스 넘버와 짐 태그 번호를 입력하니 몇가지 정보가 나왔다. 런던 Heathrow-Austin 항공편은 매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짐은 다음날 같은 항공편으로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기 기록에는 이 짐이 American Airlines 항공편을 통해 런던 Heathrow에서 Dallas/Fort Worth (DFW)로 보내졌다가 거기서 다시 Austin으로 보내졌다고 적혀 있었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어 다음 날 출근하기 전에 일단 공항으로 가 보았다. 짐가방 자체는 Austin 공항까지 왔다고 하는데 British Airways가 아니라 제휴 항공사인 American Airlines을 통해서 왔다고 하면 왠지 그 가방이 American Airlines 사무실에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공항에 들어서 1층 baggage claim carousel 구역으로 가니 뒷편에 American Airlines 사무실이 있었다. 그 앞에 대기줄이 꽤나 길었는데 그 사무실 옆방을 보니 주인을 기다리는 짐가방이 한가득 차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동안 다른 직원이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 다니며 나처럼 짐만 찾는 사람들을 가려 내고 있었다. 프린트해 간 정보를 보여 주며 아마 짐이 여기로 도착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나를 옆방 짐가방 가득한 방으로 데려가 한번 찾아 보라고 했다. 그리고 빙고. 둘째 짐가방이 거기 있었다.
British Airways를 타고 돌아 오긴 했지만 전체 일정은 American Airlines의 code share로 구매한 항공권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해 보지만 British Airways 항공편에서 누락된 짐을 구지 American Airlines 편으로 보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두 항공편은 제휴 항공사이지만 서로 간에 전혀 정보 교환이 되지 않는 듯했고 새로 붙어 있는 짐 태그를 보니 전부 American Airlines 기록만 있어 이 짐을 받아든 American Airlines 사무실도 이 짐이 British Airways 관련 짐가방이라는 걸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나 하나 이해가 되긴 하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렇게나마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 어떻게든 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영영 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연간 2백만개의 짐이 잘못 실리거나 영영 잃게 된다고 한다. 이 숫자는 전체 여행짐의 0.5% 정도라고는 하지만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고 나니 조금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행이 우리는 짐을 찾기는 했지만 못 찾았더라면 이걸 또 어떻게 해결했어야 했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옷이야 잊어 버리고 새로 사거나 하면 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낸 CPAP은 $1,000 가까운 가격의 물건이라 해결하려면 복잡했을 것 같다.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자, 그래도 생각보다 며칠 더 걸렸지만 찾았으니까. 그렇게 살짝 완벽하지 않을 것 같던 여행도 며칠 후 깔끔하게 완벽했다라고 마무리 해 본다.
......
지난 12월에 마친 여행을 여행 중간 중간 적어 놓았던 노트와 검색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모아 7개월이 지난 후에야 여행기를 마무리 해 본다. 여행기를 쓰는 동안 다시 그 장소,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 여행기를 쓰고 남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올 겨울에는 새로운 여행을, 거창하게 또 다시 안 가본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밟아볼 새로운 세계를 검색해 보며 꿈을 꾸어 본다. 늦더라도 차근차근, 그리고 그렇게 꿈꾸다 보면 언젠가 이룰 수 있겠지라고 생각해 보며.
'여행기 > 바르셀로나 여행 2024년 12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셀로나 여행기 - 여덟째날, 이제 집으로... (20) | 2025.07.26 |
---|---|
바르셀로나 여행기 - 일곱째날 Las Ramblas (19) | 2025.07.14 |
바르셀로나 여행기 - 여섯째날 바르셀로나 대성당 (16) | 2025.06.22 |
바르셀로나 여행기 - 여섯째날 몬주익 성 (13) | 2025.06.07 |
바르셀로나 여행기 - 다섯째날 고딕 지구 (7) | 2025.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