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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LA 여행 2024년 11월

로스 엔젤리스 여행기 - 셋

by 피터K 2025. 1. 3.

 

College Tour

 

사실 상 LA의 여행은 어제 Universal Studios를 다녀옴으로써 끝난 셈이다. 오늘은 둘째를 위한 날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고등학생들 중에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를 미리 방문해 보고 여기 저기 둘러 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아직도 많은 경우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나 전공은 직접 가서 보거나 정확히 무얼 배우는지 알아 본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모의고사에서 몇점을 받고 있느냐에 따라 종이 상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내가 대입고사를 보던 때는 학력고사 시대라서 선지원하고 나서 학력고사 당일날 그 학교에 직접 가서 시험을 보는 방식이라 그 때 처음으로 자기가 지원한 학교에 가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처럼 수능 시대라면 많은 이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도 정하지 못했을 상태일 것이고 순전히 수능 점수에 따라 학교를 정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합격한 학교에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개학하는 첫날에 가 본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 갈 수 있는 점수를 미리 정하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을 정하는 것은 그 말이 그 말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목표가 정해진다면 노력은 조금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꼰대의 훈수가 되어 버렸지만.... 

 

미국에서 대학은 정말 흔하디 흔하게 널렸다. 다만 우리가 명문이라고 듣는 이름 있는 학교만 듣다 보니 그런 대학교만 있다고 생각하지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대학 가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율이 낮은 건 가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대학 학비가 너무 비싼데다가 구지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기술자로서도 열심히 하고 기술이 좋으면 충분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청소를 깨끗하고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국에서는 평생 청소부이지만 미국에서는 자기 사업을 열고 청소 회사 사장이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대학 가려는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자기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방학 같은 때를 이용해서 학교 방문을 하는 기회가 있다. 흔히 college tour라는 것인데 많은 대학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재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학교의 여러 시설, 장소들을 안내해 준다. 이름 없는 소규모 학교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문대들도 대부분 이 college tour 프로그램이 있다. 큰 아이도 Austin/TX 오기 전에 UT Austin college tour를 신청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미리 와 보고 견학을 한 적이 있다.

 

둘째는 미술을 하고 싶어한다. 순수 미술이기 보다는 응용/산업 혹은 영화/광고 쪽의 미술을 하고 싶어하는데 본인이 이미 가고 싶어하는 학교를 추려 놓은 리스트가 있다. 그 중에 두 곳이 LA에 있다. 그래서 이번 LA 여행의 목적은 10년만에 Universal Studios에 가는 것이 하나, 둘째의 college tour를 위한 것이 두번째였다. 그래서 오늘은 둘째가 방문해 보고 싶은 두 학교를 방문해 본다.

 

 

Art Center Colledge of Design

학교가 산속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너무 외진 것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출처 : Google Maps, by John Bernardin)

 

(학교의 전경, 숲속에 위치하다보니 주변이 전부 녹음이다. 워낙 작은 학교이다 보니 지금사진에 보이는 긴 건물 하나가 전부이다. 출처 : Google Maps, by John Bernardin)

 

이 학교 Art Center Colledge of Design은 예전에 한번 들어본 학교이긴 하다. 아는 지인의 딸이 이 학교에 진학한 적이 있고 둘째가 Art를 좋아하고 이쪽 방향으로 진로를 잡으면서 와이프가 이 학교에 대해서 몇번 이야기 한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LA 갈 때 가 보고 싶은 학교 college tour 예약해 보라고 했을 때 이 학교의 college tour를 둘째가 직접 골라 예약했더랬다. 

 

어딘지 위치를 보려고 Google Maps에서 찾아 보았는데 다행이 예약한 호텔과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위치가 여느 곳과는 다른 푸른색으로 덮힌 곳 한복판이었다. Satellite view로 보니 산꼭대기 한복판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직접 가 보니 정말 약간의 주택가를 지나자마자 꾸불꾸불한 산길을 올라간 후 학교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는 시큐리티가 있어 college tour로 왔다고 했더니 들여 보내 주었다. 조금 더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올라 가니 캠퍼스 건물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워낙 작은 학교이다 보니 2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한동만이 길게 놓여져 있었다. 그 때서야 문뜩 지인의 딸이 여기에 진학했을 때 기숙사가 없어 아래 동네에서 하숙을 해야 했고 차 없이는 다니기 힘든 곳이라 쓰던 차를 주어야 한다고 했던 일이 기억이 났다.

 

College tour에 모인 가족은 15 가족 정도. 다들 LA 주변 도시에서 왔고 우리만 타주에서 온 상황이었다. 학교 직원 한 분과 학교 학생 한 사람이 전체 그룹을 이끌며 학교의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며 설명을 해 주며 중간 중간 질문도 받고 대답도 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워낙 학교가 작기도 하도 그룹도 작아서 화기애애한, 그리고 여러가지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첫째가 처음 UT Austin tour를 할 때는 너무 캠퍼스가 넓어 일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쫓아다니며 건물의 겉면만 훑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워낙 학교가 산꼭대기에 덜렁 하나만 있는데다가 주변에 다른 주택이나 건물이 없어 학교 직원은 다닐 때 사슴같은 야생동물을 조심해야 한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지만 내 근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Art college라는 특성상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딸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자연스럽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질문이 있다. 과연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이 캠퍼스가 밤에는 안전한 걸까. 그 질문을 직원 분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정문에서 보았듯이 군데 군데 시큐리티 분들이 24시간 상주해 있었고 요청하면 주차장까지 에스코트 서비스까지 해 준다고 "이야기"를 해 주긴 하셨다.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다니 믿는 수 밖에 없다. 

 

학교 자체는 꽤나 유명한데 이름 자체는 잘 들어 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어렴풋이 Pasadena에 유명한 Art college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둘째를 통해서 정확한 이름과 위치를 알게 되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이들 중에 이름이 좀 알려진 사람은 폭발 성애자, Michael Bay 감독, Marvel에 대항하라고 뽑아 놨더니 DCU를 산으로 가게 한 장본인 Zack Snyder 감독, 그리고 한국 사람 중에는 탈렌트 이지아 배우가 있다.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USC student center. 학생 회관이라고 해야 할까. 여긴 건물이 참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캠퍼스 사이에 고즈넉한 벤치. 이런게 참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다닌 학교도 군데 군데 이런 벤치 있는 곳이 꽤 되었다. 원래 내가 누릴 때는 잘 모르고 있다가 같은 것을 다른데서 보면 그게 부럽다고 느껴지는 건 인간의 욕심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두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흔히 USC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도 이번에 college tour를 예약하려 했지만 우리가 머무르는 기간동안은 모두 예약이 다 차서 참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캠퍼스를 거닐어 보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들렸다. 

 

USC는 전에도 몇번 구경 왔던 곳이다. 바로 옆에 1984년 LA 올림픽을 치루었던 LA Memorial Coliseum이 있고 (여기에서  개막식 공연 때 Michael Jackson이 등에 비행 슈트를 매고 하늘로 날아 오르는 퍼포먼스를 했더랬다) California Science Center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왔었을 때 USC도 잠깐 캠퍼스를 거닐어 보았더랬다. 여기 California Science Center에는 우주 왕복선 Endeavour 호가 전시되어 있는데 처음 이걸 보러 왔을 때 기대가 많았다. 직접 내부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시 공간에서 외관만 볼 수 있었고 실제 내부는 Houston NASA 박물관에 갔을 때 구경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완전 오픈 캠퍼스여서 그냥 편하게 여기 저기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각 입구마다 검색대가 있어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물어 보니 최근에 노동 조합 같은 곳에서 데모도 많고 시위도 있어서 이렇게 변했다는데 점점 자유롭던 시대가 가고 이런 검문/시큐리티가 많아지는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따로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자유롭게 캠퍼스를 돌아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때론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여기저기 훑을 수 있다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캠퍼스의 낭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이렇게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보고 둘러 보게 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 학교 좋은데 가 볼까라고 생각만 하는 거랑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거닐어 보면 좀 더 강한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시간 내서 온 이번의 기회가 둘째에게 좋은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이 두 학교 중에 어느 하나를 가게 되든지 아니면 아애 다른 학교를 선택하게 되든지 이게 좀 더 날개를 크게 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가족이 실제 살았던 집이 USC 캠퍼스 안에 있다. 지금은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안에 들어가 보면 여러 전시품들이 있다. 이번에는 연휴 때 와서 안 들어가 보았는데 아주 예전에 왔을 때 들어가 본 기억이 난다.

 

 

Griffith Observatory

 

나와 둘째가 학교들을 둘러 보는 동안 와이프와 큰애/막내는 주변 쇼핑몰에서 옷을 몇가지 사고 나서 근처에 있는 Griffith Observatory, 천문대에 갔다. 차는 내가 가져 갔기 때문에 와이프와 애들은 Uber를 이용해야했다. 여기는 처음 미국에 와보았던 91년도에도 고모가 데려가 주어서 구경 왔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그 때에는 야경을 보았었는데 그 때 든 생각이 저 아래 보이는 LA 전체에 불을 밝히려면 전기가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생각이었다. 그 때는 100% 공돌이였다.

 

LA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꼭 찾아 보는 관광지. Terminator 1편에서도 T-800이 처음 동네 깡패들에게서 옷을 빼았는 곳이 여기다. (출처 : Google Maps, by Jordi Lerida)

 

위 전경 사진에서 왼쪽 작은 돔안에 망원경이 있어 돌아 볼 수 있다. 천문대로 시작한 곳이지만 LA가 발전하면서 밤에도 훤해져 이제는 천문대로서의 역할은 더 이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몰은 정말 일품이다.

 

둘째와 USC에서 출발해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Griffith Observatory로 향했다. 시내를 관통해서 가야 했는데 꽤나 길이 막혔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조금 복잡하기는 했지만 Observatory 앞 주차장에 두어 바퀴 돈 다음에 주차를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아애 올라가는 길 자체를 막아 놓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 위 주차장, 그리고 올라가는 길 한쪽으로 늘어선 평행 주차 공간까지 전부 차서 더 이상 주차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올라가는 길은 막고 반대쪽 내려가는 길로 안내를 했다. 그 길을 따라 역시 평행 주차 공간이 있어 천천히 내려 가면서 운 좋게 빈 곳이 있으면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너무 멀리 가서 차를 세우게 되면 이 길을 따라 다시 내내 올라와야 했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이 조금 갔을 때 마침 막 빠져 나오는 차가 있어서 금방 세울 수 있었다. 그래도 거기서부터 올라가는 길은 꽤나 오르막길이라서 시간도 걸리고 다 올라가니 헉헉 소리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 

 

겨우 정신 차리고 와이프, 큰 애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잘 안 되었다. 문자를 보냈는데도 받았는지 어떤지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여기 왔다는 걸 문자로 한번 확인했으니 중간 탑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다행이 너무 늦지 않게 서로 만날 수 있었다. 안 그랬다면 정말 서로 헤매면서 만나는데만 한참 걸렸을텐데. 

 

 

마지막 저녁 식사

 

LA에 가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래도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함이다. 그리고 올 때마다 한번씩 들리는 LA Korean Town에 고기집이 있는데 이번에도 거기에 가기로 했다. 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걸 느끼지만 그래도 한번씩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메뉴 중에 육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먹어 보고 싶다고 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일텐데도 유튜브에서 몇번 들어 보았는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고 실제로 어떤지 궁금했었나 보다. 아이들이 익히지 않은 회 종류를 잘 먹지 않는데다가 처음 먹는 것이라 많이 먹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애들은 정말 맛있다고 후다닥 다 해 치워 버렸다. 그래 잘 먹으면 되었다...

 

간판만 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아니면 한국 어느 동네인지 모를 정도다.

 

짧은 LA에서의 여정을 그렇게 배부르게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