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기 - 왜 가게 되었나
Thanksgiving 시즌.
판데믹 이전에는 아는 가족들을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아니면 다른 집 초대에 그 집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가족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같이 했던 마지막이 판데믹 바로 직전 Thanksgiving 이었다. 그렇지만 판데믹을 지나면서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서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거나 초대 받아 가는 일이 확연이 줄어 들었다. 판데믹 동안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식구를 초대해서 식사를 하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자, 역시나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번 Thanksgiving에는 곧 크리스마스 때 다른 큰 여행 계획이 잡혀 있어 집에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9월쯤 새로운 차를 한대 더 구매하는 일이 엄청 꼬이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던 상황에서 어디 답답한데 탈출이라도 하자라는 욱... 하는 마음에 급하게 결정한 여행이 되었다. 그냥 이런 핑게다....
출발 준비 - 어디 갈지 결정하기
Austin에 살면서 여행을 할 때 불편한 점은 차를 운전해서 3-4시간 안에 갈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Dallas/Houston/San Antonio, 혹은 바닷가로 Galveston/Corpus Christi 같은 곳이 있지만 가더라도 사실 별로 특색없는 또 다른 Texas에 간 느낌이다. 그래서 하루 정도 연휴 휴일이 더해진 주말 같은 때에 종종 가기는 하지만 이건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서 "무얼"할지가 고민이 되는 곳들이다. 물론 몇몇 박물관이라든가 특별한 장소들, 예를 들면 Dallas의 JFK가 암살을 당한 장소 등등이 있지만 그런 곳들은 한번 가면 또 가게 되는 곳은 아니다.
반면에 Austin에 살면서 여행을 할 때 좋은 점은 위치가 미국 딱 한 복판이라는 거다. 그래서 동부를 가든지 서부를 가든지 비행기로 3-4시간이면 다 도착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택이 폭이 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야...
Austin/TX에 온 후로 그동안 주로 가보지 못했던 동부쪽, NY, Orlando, New Orleans 같은 곳을 주로 다녔었다. 그러다가 문뜩 6년 전 CA를 떠난 후 LA, Los Angeles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San Jose/CA에 살 때는 적어도 일년의 한번은, 아니면 두번 정도는 항상 운전해서 내려 가던 곳인데 말이다. LA는 정말 할 것도 많았고 갈 때마다 같은 CA라도 조금은 색다른 면들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Universal Studios가 눈에 들어 왔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그곳을 방문했던 것이 10년 전. 그 때 막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가 건설 중이었다. 이제 Hogwarts castle도 완공되고 그 사이 새로 생긴 Super Nintendo World도 생각이 났다. 그래 이번엔 여기다.
그렇게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길수도 있는 3박 4일의 Thankgiving 연휴의 LA, CA이 여행의 결정되었다.
새벽 출발
미국 한복판에 있는지라 미국 어디를 가더라도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게 Austin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직항편들은 새벽 시간대, 6시부터 9시 사이에 대부분 몰려 있다는 것이다. 몇번 연착 때문에 고생을 한 후로는 될 수 있으면 직항만 타려고 한다. 그 말은 이번 여행도 새벽 출발이라는 뜻이 된다.
Austin에서 LA로 가는 American Airlines AA2869편 출발은 오전 7시 4분. 이 시간을 기준으로 역으로 계산하면 늦어도 새벽 5시에 공항 도착, 집에서 출발해서 공항까지 그리고 주차장에 자리 찾고 캐리어 들고 이동하는 시간에 1시간 잡으면 집에서 출발은 새벽 4시, 그러면 3시, 혹은 3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된다. 큰 아이는 아애 밤을 샌다고 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여행 준비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여행을 간다는 것 늘 즐거운 일이다. 평소라면 투덜투덜하거나 일어나기 싫어서 끙끙대고 말았겠지만 무거운 몸을 움직여 침대애서 일어날 때는 어딘가 여행간다는 기쁨이 몸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준다.
전날 짐은 이미 챙겨 두었고 간단히 씻은 후 칫솔과 잠옷 등만 일부 챙기고는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Austin 공항에도 장기 주차, economy parking lot이 따로 있다. 여기는 하루에 $12 이지만 공항까지는 셔틀을 타고 가야 한다. 몇년 전 여기에 차를 주차한 적이 있는데 당시도 여행 성수기라 economy parking에서도 자리를 찾는데 한참 시간을 보냈고, 셔틀도 워낙 사람이 많아 두어대를 타지 못하고 보내고 30분 넘게 기다린 후에 겨우 셔틀을 타고 공항 건물로 갈 수 있었다. 그 때 economy parking 한복판에서 시간에 쫓긴 경험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조금 더 돈을 들이더라도 공항 건물까지 바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주차 건물에 있는 Blue garage에 주차하기로 한다. 하루 $23로 두배가 넘지만 주차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한 여름에 그늘없는 땡볕에 차를 세워 두면 여기선 큰일 날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 와서도 셔틀을 기다린다든가 캐리어를 계속 끝고 다닐 일 없이 금방 차를 타고 집에 갈 수 있다.
.... 여행에는 돈을 쓰려고 가긴 하는 것이지만 두배나 많은 주차비를 내는 parking lot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핑게이긴 하다. 조금만 돈을 더 쓰고 편한게 좋은 것이 생각이 점점 더 드는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첫번째 방문지 -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
Austin 공항에서 아침으로 간단히 베이글을 먹긴 했지만 LA 공항에 내려 바로 렌트카 회사로 셔틀로 이동, 차를 픽업하고 나니 식구들 모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비행시간은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고 렌트까지 하는데 시간이 더 걸려 Austin 시간으로는 11시가 넘은 시간인데 LA 시간으로는 이제 막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Austin 시간으로 따지자면 점심 시간이 가까웠다. 그러니 배가 고플 수 밖에. 온 김에 코리아타운에서 제대로 한식을 먹자고 와이프가 이야기 했지만 LA 시간으로는 9시라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간단히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달래며 아이들이 가고 싶다는 장소 위치를 확인했다.
보통 여행 일정에 있어서 대문자 수퍼 J 성향인지라 보통 여행이 결정되고 나면 무엇을 할지 하나 하나 정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다음 날 Universal Studios에 가는 것과 그 다음 날 둘째의 College tour 일정을 빼고는 오늘 무얼 할지는 아이들에게 맡긴 참이었다. 자기네들끼리 며칠 가고 싶은 곳 여기 저기 알아 보더니 첫 방문지로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에 가겠다고 한다.
정말 LA에 많이 내려 와 봤지만, 그리고 이 museum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방문하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사실 LA에 온다면 주로 Universal Studios, Disneyland 등등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 museum의 우선 순위가 낮았던 건 아마도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면 뭐가 볼게 있긴 할까.
결론을 말하자면 우려는 반 정도 맞았고 나머지 반은 정말 충실한 내용에 놀랐다. 각 섹션은 배우/캐스팅/의상/감독 분야들로 나누어져 각 분야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그리고 관련된 자료들이 잘 정리되고 전시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museum이라기 보다는 경험해 보는 백과 사전 느낌이랄까. 약간 공부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뜻하지 않게 좋은 장소를 골라 주어서 고마웠다. 한번 정도는 와 보면 좋을 것 같은 museum. 추천 꾸욱....
두번째 방문지 -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
둘째가 art에 관심이 많고 막내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큰애도 art museum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두번째로 방문하기로 결정한 곳이 art museum이었다. 게다가 이 art museum은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그 블럭 자체가 museum park라서 지하 주차장도 잘 되어 있어 주차도 쉬웠고 그 옆에 La Brea Tar Pits and Museum도 함께 위치하고 있다. 난 처음에 아이들이 이 La Brea Tar Pits and Museum에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택은 art museum이었다.
약자인 LACMA로도 잘 알려져 있는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는 (나중에 알았지만)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문제는 많은 작품들이 추상화들이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난 현대 미술/예술은 이해를 못하겠다. 작품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나 공감을 얻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소위 현대 미술/예술들은 그런 느낌이나 공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작가가 관람자에게 뭔가 요구/강요하는 느낌이다. 잘 모르겠지, 그래도 네가 한번 그 의미가 뭔지 한번 알아 내봐.....뭔가를 느껴야 한다니까.... 난 영화들도 열린 결말의 영화는 정말 싫어한다.
언젠가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그린 그림을 저기 현대 미술 전시장에 걸어 놓는다면 아마 사람들은 명화라고 칭송할지도 모른다고. 난 아직도 벽에 바나나를 덕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이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도 없고 이해도 안 된다.
잭 스나이더의 첫 수퍼맨 영화, Man of Steel이 나왔을 때 이야기이다. 수퍼맨이 처음으로 각성하고 수퍼맨 옷을 입고 하늘로 솟아 오르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그 영화의 장면에서 잠깐 배우 헨리 카빌의 얼굴이 모두가 기억하는 영원한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의 얼굴로 살짝 바뀌는 몇 프레임이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의 주장은 크리스토퍼 리브에 대한 존경을 담기 위해서 CG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감독 잭 스나이더는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 미술은 이것과 비슷하다.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관람자가 무엇을 느끼기를 바랬는지 전혀 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 특히 평론가들은 그 안에서 의미와 공감을 어떻게든 찾아 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뭔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처럼.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 상 그게 아니라는 뜻인데 누군가는 억지로 거기에 의미를 부여 할려고 한다. 공감이 안 되는데 무얼 느껴야 하는 건지...
LACMA는 크게 두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건물은 거의 대부분 현대 미술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고 두번째 건물은 단층 건물로 여러 문명에 대한 유적들로 채워져 있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첫번째 책도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원본(초본이든지 아니면 나중에 나온 재간본인지는 모르겠다)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현대 미술로 가득찬 전시실은 조금은 지루했지만 이 두번째 유적 전시실은 상당히 재미 있었다. 그나마 좋은 인상을 남긴 곳.
코리아 타운
LA에 오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맛있는 한식을 먹기 위함이다. 늘 LA에 간다고 하면 이번에 가서 어떤 맛있는 걸 먹을까 고민이 된다. 아무리 고민해도 역시나 가는 곳은 늘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처음 San Jose/CA에 갔던 20년 전에는 맛있는 한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떠나오던 2018년쯤에는 그래도 맛있는 한식을 먹을 곳이 많았다. 문제는 Austin/TX로 건너 오고 나니 맛있는 한식집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Austin/TX에 오고 나서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몇년 전 백종원의 홍콩반점이 H-mart에 들어 오면서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다만...
그래서 LA에 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코리아 타운을 찾게 된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비교적 여유 있는 곳이었는데 계속 복잡해지고 주차하는게 점점 힘들어 질 정도로 복잡해졌다. 코리아 타운은 다운타운 바로 옆에 있는데 최근에는 Garden Grove쪽에 새로운 코리아 타운이 조성되고 있고 훨씬 깨끗하고 맛있는 집들이 많다고 들었다. 한번 가 보면 좋았을텐데 이번엔 너무 멀어서 가 볼 엄두를 못했지만 다음 번에 가게 된다면 꼭 가 보리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선택한 저녁 메뉴는 설렁탕.
거기까지 가서 겨우 설렁탕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탕"류는 Austin/TX에서는 잘하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Dallas/TX에 올라 가면 반드시 들리는 한식집도 곰탕집이다. 모처럼 설렁탕같은 설렁탕을 먹게 되었지만 점심을 2시쯤에 무척 늦게 먹어서 그런지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맛있는 한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자, 내일은 10년만에 Universal Studios로 간다. 그 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다.
사족....
LA 여행기를 쓰려고 카테고리를 따로 만드는데 "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 거기에 "해외 여행"과 "국내 여행"을 선택할 수 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국내 여행"을 선택했다. 내 입장에서 LA 여행은 "국내"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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