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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유혹의 선 (Flatliners) - 1990년

by 피터K 2025. 1. 12.

이 영화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이야 YouTube, Netflix 등등 컴퓨터만 켜면 볼거리가 넘쳐 흐르지만 90년/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화는 영상 매체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했다. 쇼츠같은 짧은 영상은 순간의 에피소드지만 이런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때 2시간 조금 안 되는 긴 호흡의 영화는 보고 있는 동안 훅 빠져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하나 하나가 오랜 인상을 남기고는 한다. 그리고 이 영화, 유혹의 선(Flatlines)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였다.

 

워낙 인상 깊게 남았던 영화였는데 어느날 $3.99에 반짝 세일을 하길래 얼른 집어 들었다.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 타이틀은 마치 수집품 모으듯이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가 있다.

 

 

1990년에 만들어진 영화로 감독은 조엘 슈마허 (Joel Schumacher). 이 분이 감독한 영화는 배트맨 3, 4편. 그리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영화로 만드셨다. 무려 37편의 영화를 감독하신 후 2020년 80세의 연세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타이틀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출연진은 정말 화려하다. 

 

미드 "24"로 유명한 키퍼 서덜랜드 (Kiefer Sutherland),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으로 유명한 그 케빈 베이컨 (Kevin Bacon),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 알렉 볼드윈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윌리엄 볼드윈 (William Baldwin),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여러 영화에 나와 얼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올리버 플랫 (Oliver Platt).

 

줄리아 로버츠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프리티 우먼"이 같은 해에 나왔으니 어쩌면 이 영화를 찍을 때는 아직 그렇게 뜨지 않았던 것 같다. 

 

영어 제목이 "Flatliners"인데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유혹의 선"이라고 번역되었다. 지금이야 영어 이름 그대로를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90년대만 하더라도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데미 무어와 페트릭 스웨이지의 사랑 영화 "사랑과 영혼"의 영어 원제목은 "Ghost", "혹성탈출"의 원제목은 "Planet of the Apes". "사랑과 영혼"의 경우 굉장히 잘 된 번역이라고 보는데 원래 제목 "Ghost"였다면 이게 가슴 울리는 사랑 영화가 아닌 공포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유혹의 선"은 "Flatliners"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다. "유혹"이라는 단어 때문에 "원초적 본능"처럼 에로 스릴러 같은 느낌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의대생들의 이야기이다. "Flatliners"라는 영어 제목 뜻은 심장 박동기계가 일직선을 가르키는 상태, 즉 "삐....." 소리를 내며 모니터가 일직선이 되는, flat-line이 되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약물 등을 이용해 임의로 심장을 멈추게 만들어 사후의 세계를 경험하고 1분, 2분 후에 심폐소생술로 살려 내는 실험을 몰래 진행하는데 사후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환각이나 환청 등을 겪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영화이다. 상당히 특이한 소재에 사후를 경험하게 되면 정말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이야기로 잘 풀어낸 것과 더불어 환각, 환청 때문에 일부는 공포 영화 같은 으스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를 정확히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내용이 참 충격적이어서, 그리고 지금은 유명해진 그 때 배우들의 엣된 모습에 오래 오래 기억에 남았었더랬다. 그런데 어느날 $3.99에 세일 하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집어 들었다. 2000년 이전 영화들은 원본 화질도 깨끗하지가 않아 제작자나 감독이 정성 들여 리마스터링하는 경우가 아니면 화질은 그다지 기대하기 않게 되지만 이렇게 처음 보았을 때의 강렬한 경험이 있는 영화는 추억을 위해서라도 구매하게 된다.

 

그렇게 구하고 나서 옛날 기억을 더듬어 다시 보고 나면 그 때 처음 보았을 때만큼의 충격은 오지 않는다. 어짜피 거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는데다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 날지 대강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는 미처 몰랐던 장면들, 지금과는 다른 촬영 방식과 연출 방식, 그리고 복선을 위해 숨겨 놓은 이야기들을 찾아 보며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보게 된다. 

 

OTT 스트리밍이 아닌 물리 매체인 blu-ray 타이틀을 살 때는 기대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special features. 제작 과정이라든가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making film 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 타이틀은 딱 영화 본편만 담겨 있어 아쉽기는 했다.

 

보통 이런 영화는 또 다시 돌려 보는게 아니라 추억을 떠 올려 보며 한번 보고 나서는 소장용으로 책장에 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책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우가 있는데 이 타이틀은 충분한 그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Oldie but goodie...

 

 

지나가는 이야기. 지금은 Elliot Page가 된 Ellen Page 주연으로 2017년에 리메이크 Flatliners가 있다.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리뷰를 보면 정말 볼만한 건지 의심스럽다. 리메이크 영화 중에 제대로 된 건 별로 못 본것 같다. 

 

 

지나가는 두번째 이야기.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란 6단계만 거치면 지구상의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된다는 법칙이다. 말하자면 사돈의 팔촌의 아는 사람을 따라 6단계를 건너가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다.

 

다섯 사람 모두 의과생들이다. 이 중 윌리엄 볼드윈(맨 왼쪽)은 바람둥이 의대생으로 나오는데 여자들을 꼬셔 관계를 가지면서 그걸 몰래 비디오 촬영을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찔리는 부분이 있었는지 이 친구는 사후경험 후 이 몰래 카메라가 발견되고 거기에 찍힌 여자들이 자기에게 복수하러 달려 드는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출처: imdb.com)

 

 

1분 정도까지는 그래도 경험으로 끝났다. 여기에 주인공인 키퍼 서덜랜드가 더 길게 경험을 하겠다고 도전에 나서면서 뭔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각자가 겪는 환각, 환청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에서 시작한다. (출처: imdb.com)

 

 

결국엔 환각, 환청 때문에 실제 다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의대생 답게 혼자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어쩌면 감당하지 못할 일을 저질러 놓고 외부 도움없이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출처: 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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