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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로마 여행 2023년 12월

이탈리아 여행기 - 넷째날 Castel Sant'Angelo

by 피터K 2024. 3. 4.

 

로마에서의 첫 아침

 

눈을 뜨니 로마. 

예전부터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곳에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약간 흥분 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 묘한 기분이었다. 저녁에 도착, 어둑어둑할 때 Roma Termini에서 호텔까지 10여분 정도 밤거리를 걸었던 것이 전부라 아직 로마의 환한 아침의 풍경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호텔 방에 앉아서는 아직 정확한 느낌이 무엇인지 뭐라고 설명할 길은 없었다.

 

피렌체의 호텔에서도 그랬지만 로마의 호텔도 리뷰가 좋은 곳을 골랐기 때문에 아침 식사가 어떨지 궁금했다. 아침이 포함된 다른 호텔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호텔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호텔도 그 리뷰의 값어치를 했다.

 

 

사진만 봐도 군침도는 아침 식사. 이 사진은 아이들이 후식으로 먹겠다고 가져온 파이류와 요거트를 찍은 거다. 잘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사진을 찍는 여자들의 심리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덕분에 포스팅에 쓸 사진 하나는 건졌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의 크기와 아침이 준비되어 있는 방의 크기는 피렌체의 호텔보다는 조금 작았다. 하지만 로마 한복판이었던 걸 생각하면 크기를 비교할 건 아니었다. 작다고 해서 준비된 음식의 양이나 종류가 적은 건 아니었다. 온갖 종류의 빵과 치즈, 전혀 짜지 않았던 소세지, 스크램블 애그와 작은 감자 구이, 그리고 훈제 연어까지 지금도 종종 그 아침 식사가 생각난다. 정말 괜찮았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오전 스케줄을 짜야 했다. 미리 계획해 두었던 오늘 일정은 바티칸 박물관/성당 방문.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입장권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공식 사이트에 들어 갔을 때 오늘 뿐만이 아니라 로마에 머무는 내내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어, 큰일났다 싶어서 다른 방법들을 찾아 보니 Viator 사이트에서는 가이드가 포함된 입장권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다른 날은 다른 스케줄로 티켓을 미리 사 두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로마 첫날인 12월 21일에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찾을 수 있었던게 오후 2시 30분 입장. 종류는 20명까지 함께하는 그룹과 10명까지 함께 하는 소그룹 투어가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소그룹 투어가 낫겠다 싶었다. 왠지 이건 아낄게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선택 사항이 없어 21일 오후 2시 30분 예약을 하고 나니 오전 시간이 비어 버렸고 어렵게 온 곳이니 가급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Google Maps과 여행 책자를 펴고 어딜 갈 수 있을까 찾아 보았다. 어려운 점은 점심도 해결해야 했고 2시 30분에 투어 미팅 장소에도 도착해야 했다. 그렇게 호텔에서부터 바티칸 시티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중간에 딱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Castel Sant'Angelo, 산탄젤로 성이라고 알려진 곳이었다. 그래 여기다.

 

 

로마 시내 버스 타기

 

일단 갈 곳이 정해졌으니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로마도 걸어서 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도 상으로는 40분 거리였다. 이건 조금 멀었다. 그렇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앞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미국 20년 살면서 버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딱 한번 타 보았는데 이제 로마 한복판에서 버스를 타 보게 생겼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그 여행 책자. 그 책자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는데 문제는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였다. 로마에서는 버스, 트롤리, 지하철 모두 공영이라 하나의 티켓으로 탈 수 있다. 일회용 티켓도 있고 일주일 혹은 한달 자유 이용 티켓 등이 있다고 한다. 처음엔 일주일짜리를 살까 생각도 했지만 얼마나 돌아 다닐지 몰라 그냥 일회용을 구입하기로 했다. 여행 책자에서는 어디서 티켓을 살 수 있는지도 아주 간단히 나와 있었다. 주변에 커다란 T 라고 새겨진 간판을 찾으라는 것이다.

 

머물렀던 호텔 앞 Via Nazionale 거리에서 찾은 Tabacchi shop 간판. 파란색 바탕에 커다랗게 T자 하나가 쓰여 있다. (Captured from Google Maps Street View)

 

 

이 가게는 영어로는 Tobacco shop, 이탈리아어로는 tabacchi shop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옮기자면 담배 파는 곳이다. 그런데 이 가게는 단순히 담배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이 버스 티켓도 살 수 있고 전기/가스 등의 유틸리티비도 낼 수 있고, 전화비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냥 말하자면 일상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보면 된단다. 그렇다보니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호텔 길 건너편에서 바로 출발하는 노선이 산탄젤로 성 앞까지 가기 때문에 와이프와 아이들이 로비에서 준비하는 동안 난 먼저 밖에 나가 이 tabacchi shop을 찾았다. 마침 어제 밤에 호텔로 돌아 올 때 코너 모퉁이에서 이 사인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코너 안 골목에서 찾은 가게에서 일단 일회용 버스 티켓 5장을 샀다. 1장당 1.5 유로.

 

생기긴 크레딧 카드처럼 생겼는데 재질은 종이이다. VISA 로고 같은 것도 있고 크레딧 카드 번호 같은 것도 있고, wireless interface 마크도, 그리고 위에는 홀로그램에 마그네틱 스트립까지. 있을 건 다 있는데 지하철의 경우 개찰구에 넣고 사용하면 되는데 버스에서의 사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 사용한 방법이 다른 날에는 그렇게 동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스 드라이버는 승객들이 제대로 체크 하는지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침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바로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해 어려움 없이 탈 수 있었다. 버스는 앞문과 중간문, 그리고 뒷문이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탈 때는 앞문으로 내릴 때는 뒷문으로 내려야 하니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잠깐 고민을 했는데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면 된다는 것이다. 효율성만 따지자면 한국처럼 앞문 승차, 뒷문 하차가 제일 좋아 보였지만 어떻게 된게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그냥 가까운 쪽 문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다. 따로 정해진 규칙은 없는 것 같았다. 

 

다행이 이날 탔던 버스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경험해 본게 전부라고 일단 손에는 티켓을 들고 타면서 어딘가 기계에 찍어야만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타고 나니 그 기계가 문 바로 옆에 있는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다섯 티켓을 한 손에 들고 그 기계에 가서 wireless 모양이 있는 부분에 티켓을 댔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티켓에 wireless 모양이 있어 contactless scan 처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우물쭈물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한 분이 도와 주겠다고 하며 티켓을 전부 받아 갔다. 그리고 그 기계 윗쪽에 티켓을 넣을 수 있는 슬롯이 있었는데 거기에다 하나씩 넣으니 티켓에 현재 시간이 찍혀서 나왔다. 

 

Grazie.

이탈리아 온지 며칠 만에 처음 해 본 이탈리아말이었다.

 

 

Castel Sant'Angelo

 

우리가 내린 버스 정류장은, Google Maps가 내리라고 한, 티베레 강을 건너기 바로 전 정류장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바로 산탄젤로 성 앞은 아니다. 산탄젤로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가를 따라 2-3분만 걸어 가면 바로 성 앞에 있는 산탄젤로 다리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겠지만 이 다리는 산탄젤로 성의 정면과 딱 맞아 떨어지게 놓여 있어 그 입구에 서면 산탄젤로 성의 정면을 정확히 바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앞에서 로마의 공식 관광이 시작되었다.

 

산탄젤로 성은 티베레 강에 바로 붙어 있어 건너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 산탄젤로 다리를 통해 갈 수 있다. 계속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이탈리아 안에서 보는 실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일단 이름이 산탄젤로 성이라 유럽에서 흔히 말하는 성(城)과 같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사를 따져 보면 이건 결코 성이 아니다. 우선 이름부터 확인해 보자. 이탈리아 말로 Castel은 영어 그대로 Castle, 그래서 성이라고 부르게 되긴 했다. Sant'Angelo는 Saint Angel, 즉 성천사 (聖天使) 를 의미한다. 그래서 한글로 풀자면 "천사의 성"이 된다.

 

하지만 이 건물이 처음부터 성체의 용도로 지어진 건 결코 아니었다. 이건 원래 무덤이었다. 로마 시대의 오현제 중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위한 무덤, 영묘라고 번역되어 불리우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피라미드 같은 것이라고 하면 될까. 그런데 이 무덤/영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후대의 황제들이 묻히는 가족묘와 같은 개념이었다. 그래서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사비나 황후를 시작으로 카라칼라 황제까지 묻혔다고 한다. 이 전에도 이런 황제의 가족묘가 있었다. 그 시작은 역시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황제. Mausoleum Augusti라는 이름인데 산탄젤로 성에서 티베레 강을 따라 올라 가면 그 유적지가 아직 있다. 거기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아그리파까지 묻혀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황제만을 위한 묘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황제 무덤을 만든 이유는 재미있게도 안토니우스와 내전을 하게 되면서 생긴 일때문이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자기는 죽으면 이집트에 묻어 달라고 했단다. 안토니우스를 상대해야 했던 아우구스투스, 당시의 옥타비아누스는 그럼 자기는 로마인 답게 죽으면 로마에 묻히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써 이 한마디로 모든 로마인들은 자기 편으로 돌리고 안토니우스는 로마인들의 적으로 돌리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Mausoleum Augusti를 티베레 강 근처에 지었단다. 당시 로마 성곽은 그 안쪽으로 있었고 당시 로마인들은 무덤을 성곽 외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치도 그 자리로 선택된 것이다. 

 

처음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위해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둥근 모양의 기단은 기초이니까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원래 그 밑으로는 네모난 기단이 있었고 그 위는 마치 우리네 무덤처럼 동그란 봉분 형태로 생겼었고 거기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미쳐 사진 찍는 것을 잊어 버렸는데 성 위 전시실에 가면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알려진 (사실 실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람들의 문헌에서 묘사된 대로) 형태로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른 사람들이 찍어 놓은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그 모습과 지금 산탄젤로 성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정말 둥근 중간 기단 모습 빼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찾은 옛 모형 사진 (Credit to Jean-Pierre Dalberam Paris, France-Wikimedia Commons)

 

국립 박물관이라 입장권을 사야 한다. 다리를 건너 가는 동안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했는데 바로 결제후 이메일이 날아 오고 거기에 PDF로 된 티켓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바로 다리를 건너자마자 외곽 성곽에 있는 입구를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일단 입장 하고 나면 외곽 성곽과 산탄젤로 성 본체 사이의 공간을 통해 전체를 한바퀴 삥 돌게 된다. 입장하고 나서 다른 안내 없이 이렇게 반바퀴쯤 돌고 나니 속으로 어, 이게 다 인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탈리아의 박물관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뭔가 저 뒤에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다.

 

일단 입장을 하고 나면 이렇게 외곽을 한바퀴 돌게 된다. 좌측이 산탄젤로의 외성, 그리고 오른쪽이 산탄젤로 본성이다. 뭔가로 장식되어 있었을텐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기단을 쌓은 모습 그대로, 겹겹히 쌓인 결을 다 볼 수 있다.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텐데 성채로 개조되면서 방어를 위해 이렇게 모습이 된 걸로 알고 있다.

 

성곽과 산탄젤로 본성 사이의 공간을 따라 돌다 보면 중간 중간에 동그랗게 다듬어진 돌맹이 대포알도 쌓여 있고 당시에 쓰던 대포도 전시되어 있다. 그 이외에는 따로 전시물이 없고 성 자체를 직접 보고 느끼는 과정이다. 거의 한바퀴 다 돌 즈음 작은 거실 사이즈의 전시 공간에 무덤으로 사용될 때 사용된 몇가지 모자이크 조각, 바닥 조각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사실 이것만 보았을 때는 정말 이게 다 인줄 알았다. 왜냐 하면 바로 몇 미터 앞이 우리가 들어온 입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전은 그 사이에 있었다. 들어온 입구에 도달하기 전 갑자기 산탄젤로 본성 쪽에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터널이 나타난 것이다. 건물이 동그랗기 때문에 거기에 지하 입구를 금방 알아 보지 못한 것이다. 그 지하 터널을 통해 한참을 내려 가면 다시 거실 크기 사이즈의 공간이 나타난다. 거기서 다시 우측으로 경사로가 있는데 이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본성의 내부 중심부, 즉 영묘로 사용될 때 화장 후 납골함을 보관하는 장소로 이어진다.

 

이렇게 지하로 내려 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이 길은 영묘가 그 기능을 잃고 버려지고 약탈 당할 때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이 곳이 산탄젤로 성으로 바뀐 후 나중에 발굴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탄젤로 성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성체로써 기능을 할 때의 입구가 아닌 이렇게 영묘일 때 시절로 돌아가 올라 가도록 되어 있는 건 상당히 영리한 관람 동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소는 산탄젤로 성이라는 성체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전에 다른 건물, 즉 하드리아누스 영묘였다는 것을 말로써가 아니라 체험하게 함으로써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영묘로 사용될 때의 입구. 먼저 지하로 내려 오는 길을 내려 오면 아이가 서 있는 지하 바닥에 닫게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다시 뒤로 보이는 나선길을 따라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진에 보이는 나선을 따라 올라 가다 보면 직선의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텅빈 커다란 공간 하나를 만나게 된다. 계단은 그 공간을 중간에서 시작해 건너편 중간으로 가로 질러 통과해서 영묘일 때의 꼭대기 부분, 지금은 거기서부터 실제 성체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중간에 텅빈 공간이 황제들의 납골함을 보관하던 장소이다. 410년 서고트족이 서로마제국을 점령한 후 대약탈을 할 때 이곳에 있던 황제들의 납골함들은 모두 유실되고 537년 다시 고트족의 로마를 침략하게 되자 그 때부터 조금씩 이 영묘는 성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수차례 약탈로 인해 지금은 어떤 장식도 없는 텅빈 공간인데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게 되면 그냥 빈공간인 셈이고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 텅빈 공간이 예전에는 누군가의 안식처였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과거를 볼 수는 없지만 이야기가 그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내부를 통과해 밖으로 나오게 되면 거기서부터 다시 높이 솟아 오른 성체를 마주하게 된다. 엉망이 되고 버려진 유적인 영묘는 조금씩 외부의 침략 때마다 성체로 변해가다가 14세기 이후에는 아애 교황의 명으로 본격적으로 성체로 개조되기 시작했으며 지금 보게 되는 둥근 기단 위 높이 솟아 오른 성체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교황 클레멘스 7세가 피난 중에 사용했다는 방. 성체로 개조된 이후에는 사실상 피난 시설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평화의 시대에는 비밀 모임 등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기단 위에 올라간 네모난 형태의 성체는 교황이 지낼 수 있도록 여러 방들로 채워지게 되었는데 그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박한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많은 경우 로마가 이민족에 의해 침략 당했을 때 피신처로 사용되었고 나중엔 중요한 정치적 인사를 가두어 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으니 성체 스스로는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 못할 것 같다. 구글이나 위키 페이지에서 산탄젤로 성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면 크게 세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번째는 이거 원래 무엇이었는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엔 황제의 묘로 시작된 거대한 무덤, 매장 보다는 화장 후 유골함을 보관하는 장소였고 꽤나 많은 황제들과 그 가족들의 유골함이 보관된 장소였다는 것. 그리고 그 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정말 달랐다는 것. 성체 내 여러 전시관 중에는 원래 이 장소가 영묘로 사용되었을 때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문헌에 따른 상상 모형이 있는데 지금의 외관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의 그 모습은 정말 상상만으로는 덛붙여지지 않을만큼 변해 버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왜 이 성체의 이름이 산탄젤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590년 그레고리오 교황이 로마에 역병이 돌자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중 이 성의 꼭대기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칼집에 넣는 환영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천사 (Saint Angel, Sant'Angelo) 라는 이름이 이 성에 붙여졌고 1536년에 이 건물 꼭대기에 대천사 미카엘의 대리석 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관람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를 따라 자꾸만 성으로 올라 가다 보면 성의 옥상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거기서 직접 이 대천사 미카엘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지금 볼 수 있는 이 동상은 그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몇번씩 무너져서 계속 다시 제작해 만든 건데 지금 볼 수 있는 건 18세기에 조각가 베르샤펠트가 구리로 만든 동상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이 산탄젤로 성의 용도. 이미 무덤으로서의 기능은 예전에 상실하고 외곽 성과 성체가 올라간 후 교황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 예전 피렌체의 Duomo 앞 광장을 이야기 할 때 살해당한 로렌초 디 메디치의 동생 줄리아노의 사생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커서 나중에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되는데 그가 재임하던 1527년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가 로마를 침공해 왔고 그들을 이끌던 무장이 갑자기 죽게 되어 그 병사들은 통제 불능, 그들이 로마로 집입해 로마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다. 그 때 클레멘스 7세가 미밀통로를 통해 성 베드로 성당에서 산탄젤로 성까지 도피해서 몇달을 살았다고 한다. 

 

이 성채가 산탄젤로로 불리게 된 상징적인 미카엘 청동상. 그레고리오 교황이 역병이 물러가기를 바라며 기도를 올리는 중 대천사 미카엘이 흑사병의 종말을 알리는 모습, 즉 칼을 칼집에 넣는 환영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모습 그대로 저 청동상이 꼭대기에 놓여졌다.

 

 

이 청동상에 대해서는 Dan Brown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 자세하게 언급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는데 처음 산탄젤로 성 입구에 섰을 때는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하지만 길 안내를 따라 꾸역꾸역 가다 보니 이 옥상까지 이르게 되었고 이 동상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게 정말 신기했다. 그 소설에서는 일루미나티의 최종 모임 장소로 이 장소를 의미하며 저 칼이 바로 이곳을 가르킨다는 점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상 칼이 어느 곳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칼집에 집어 넣는 장면이라는 것이 사실과 다른 점이다.

 

정말 이 Dan Brown의 소설 많이도 봤나 보다. 피렌체든 로마든 거기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 보는데 이 사람의 소설만한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칼의 방향을 살짝 비틀어 자신에 소설에 썼을만큼 그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물론 소설책 첫 머리에 여기에 기술된 모든 것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칼 집에 넣는 모습을 칼로 이 곳을 가르키고 있다고 살짝 바꾸어 버리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은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그것 때문에 이 청동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을 때 우와 감탄을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파리와 런던으로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의 또다른 유명한 소설 "다빈치 코드"를 좀 더 잘 읽어 보고 가야 할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Washington DC를 먼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땐 Washington National Catheral에 있는 Darth Vader의 얼굴부터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산탄젤로 성 옥상에서 멀리 바티칸 시티가 보인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성베드로 성당의 웅장한 돔.

 

 

교황 니콜라오 3세에 의해 바티칸에서 이 산탄젤로 성으로 이어지는 Passetto Di Borgo라고 불리우는 비밀 통로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버젓이 이름까지 알려진 길이라면 이게 비밀 통로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아니니 비밀 통로라고 봐 주자. 위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측 부분을 보면 마치 성곽처럼 생긴 벽 모양을 볼 수 있다. 이건 어느 건물의 외벽이나 성곽은 아니고 마치 수로처럼 길게 이어진 이게 그 Passetto Di Borgo의 일부이다. 

 

그러고 보면 피렌체의 Palazzo Vecchio에서도 그랬지만 참 옛날엔 비밀 통로가 많았나 보다. 그 용도가 도망치기 위해서든, 아니면 남의 눈에 안 띄게 어딘가 가기 위해서든 참 그렇게 필요한 시대이긴 했나 보다. 

 

혹시 누가 알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비밀 통로가 또 저 로마 어디쯤 있을지.

 

 

 

 

자, 이제는 저 멀리 보이는 성 베드로 성당으로 옮겨갈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