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언젠가 런닝맨에서 YG를 방문 한 적이 있었고 어느 녹음실을 열었을 때 거기에 악동뮤지션이라고 불리우는 남녀가 있었다. 런닝맨은 초창기부터 보아오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멤버들이 악동뮤지션을 보고는 우와 악뮤다 그러면서 반가와 하면서 아무리 봐도 짠 거로 밖에는 안보이게 거기서 그들과 퀴즈 대결 같은 것을 했다.
그런데 그 때 난 그 대결을 보면서 대체 악동뮤지션이 누구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때 처음 악동뮤지션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궁금한 생각에 찾아 보다가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알아 보다가 짜리몽땅이라는 여학생 세명의 멋진 화음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즌 4부터 챙겨보게 되었다. K팝스타의 재미는 우선 참가자들의 노래 솜씨이겠지만 또 다른 재미는 심사위원들 심사평인데 주로 비평적인 평이 많은 박진영의 경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참가자들의 멋진 노래에 감탄 하고 나서 흠뻑 취해 있는데 거기에 탈락 시키면서 주로 하는 박진영의 평은 누구나 다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소화력을 가지고 같은 노래를 변주하며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며 같은 노래를 100번 부르면 100번 다 다르게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원곡의 가수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기를 주문하는 것이다.
즐겨보던 또 다른 예능은 히든싱어이다. 이건 진짜 원곡 가수를 불러다 통 안에 가두어 놓고 누가누가 그 원곡 가수와 똑같이 부르느냐, 그래서 진짜 원곡 가수를 찾아 낼 수 있으냐를 겨루는 것이었다. 그동안 역대급 무대를 보아 왔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건 아이유 편과 김광석 편, 그리고 이승환 편이다. 정말 눈만 감고 들으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이 계속해서 부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물론 자신의 창법이 바뀌는 바람에 나오자마자 바로 탈락한 조성모 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여기서의 관건은 얼마나 원곡 가수가 가장 가깝게 부르냐는 것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정말 구별을 할 수 없을만큼.
참 재미 있는 건 한 프로그램은 얼마나 원곡 가수와 다르게 부르냐를, 다른 한 프로그램은 얼마나 원곡 가수와 똑같게 부르냐를 경연하는 것이다. 그럼 소위 노래를 잘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벌써 미국에 산지도 올해 2021년 11월이면 만 17년이 된다. 온지 1-2년쯤 되었을 때 주위에 오신지 7-8년 혹은 10여년 되셨다는 분들 만나고서는 와, 정말 오래 계셨다. 나는 언제… 그랬었는데 벌써 그 세월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렇게 오래 지내는 동안 처음 얼마간은 미국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참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저네들 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익숙하던 대로 한국식으로 살아도 될까. 성공하려면 아니 잘 적응하고 살려면 K팝스타의 공식을 따라야 할까, 아니면 히든싱어의 공식을 따라야 할까?
10여년쯤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된 건 이게 맞고 저게 틀리고가 아니라 이게 맞을 때도 있고 저게 맞을 때도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살다보니 어떤 것들은 미국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반면 어떤 것들은 구지 따르지 않고 한국식으로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어쩌면 너무나 많은 것들에서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고민하고 살아 온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그럼 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가서...
노래를 잘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다르게 부를 수 있느냐 아니면 똑같이 불러야 하느냐.
사실 내 마지막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른지를, 왜 달라야 하는지를 물어야 하는게 더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왜 그렇게 맞는지 틀린지만을 따지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달라야 하는게 지극히 당연하지 한데도 말이다.
어쩌면 내가 닮아야 할 사람은 K팝스타에서는 다르게 부를 줄 알고 히든싱어에서는 똑같이 부를 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틀렸다고 말하기 보다 그게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면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근데 이제 두 프로그램 더 이상 안 한다.
"싱어게인"에서는 난 또 뭘 배울 수 있을까.....
'작가의 마을 - 새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면증 (0) | 2022.03.13 |
---|---|
만원의 행복 (0) | 2022.02.22 |
고등학생의 추억 (0) | 2022.02.05 |
IRS에서 온 편지 (0) | 2022.01.31 |
Wishlist (0) | 2021.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