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음... 우선 이 글은 피터가 조금씩 쓰던 '... 관하여' 씨리즈중에
하나이며, 혹시라도 피터가 '이제 곧 결혼 발표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얼른 가서 찬물에 세수 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
<- 꿈 깨시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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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그냥 막연히 들어만 오면 '결혼'이라는 것이 요즈음에는
가끔씩 현실의 문제로 다가옴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내가 당장
결혼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느끼는 것이다.
벌써 친한 친구 하나는 결혼해서 미국으로 남편과 같이 공부하러 떠났고,
같은 모임을 이루었던 친구 하나는 이미 약혼자가 있으니 말이다.
우리들 나이가 되면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하나 둘씩 생기는데
하나는 친구들 부모님의 장례식이고, 또 한가지는 친구들의 결혼식이다.
두 가지가 조금은 상반된 일이라서 그 분위기에 따라, 혹은 그 장소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서서히 그 두가지 일에 참석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벌써 결혼식에는 여러 번 참석을 해 보았다.
실험실 선배형의 결혼식에도, 그리고 친구의 결혼식에도...
결혼식장에 갔을 때 느끼는 첫번째 느낌은 참 부럽다는 거다.
멋지게 빼 입은 턱시도에 또한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면
왜 그리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나도 어서 그 자리에 서
봤으면.. 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
하지만 그건 그 겉모습의 향기일뿐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정말로 내가 진지하게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오히려 남자의 경우에는 결혼이라는 것은 자신의 일생중에 멋진 장면이기는
하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사건이다.
우선 아침에 일어날 때 더 이상 기계(자명종)의 덕을 볼 필요가 없다.
하하... 바로 옆에 시간만 되면 깨워주는 바이오 클락이 같이 있으니 말이다.
또한 끼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식당에서처럼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만 눈치를 주면 그 다음날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 남자에게 있어서는 '결혼'이란 편안함과
안락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조금 다름을 느낀다.
여자가 자신이 믿고 따르는 남편을 위하여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거나
혹은 그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어수선함이나 시장에서 무슨 반찬이
좋을까 고민하는 모습들은 차치해 두기로 하자. 그건 아마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정말로 순전히 피터 생각에)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지금껏 이십 몇년동안 살아 오던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변하는 거라고 생각이 된다.
남자에게 있어서 '결혼'은 자신의 집안에 한 사람의 식구가 느는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에게 '결혼'은 자신이 알던 식구들을
모두 떠나서 모든 식구가 바뀜을 뜻한다. 아마도 그 환경에 적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나만 하더라도 지금 잠시 손을
놓고 나의 지금 가족들이 모두 바뀐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언젠가 우리집에서 모든 식구가 모여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 계시던 고모께서 모처럼 아이들 방학이라고 아이들과 함께 집에
오셨기 때문이었다. 그날 네 분의 고모분들과 함께 우리 집에 모인 식구는
자그마치 27명! 집 자체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었다. 물론 그 번잡함을
피해 오지 않은 식구들도 꽤 많았으니 그 사람들을 모두 친다면 아마 우리
집은 지금쯤 구들이 꺼졌겠지만... ^_^
그 식구들의 식사를 우리 어머니가 거의 혼자 준비 하셨다. 한바탕 난리가
휩쓸고 지나간 뒤, 어머니와 식탁에 앉아 이런 저런 뒷치닥거리를 도와
드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우리 어머니의 며느리관이 나온다.. (음냐.. 잘 받아 적어야지..)
그리고 그 어려운 식사 준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계속 기분이 좋으신듯
싶었다. 그 좋은 이유는 한 가지. 이 집안 식구들이 어머니를 진정으로
이 집안 식구로 대해 주신다는 그 사실 하나에 말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그 동안 우리 어머니가 다른 고모들에게 홀대를 받아
오신 것은 아니었다. 오늘 새삼 그 사실을 다시 확인 하신 것에 불과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 나에게 떨어지는 한 가지 주문.!
피터 너도 우리 집안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데려 오렴...
참 생각해 보면 단순한 주문인데도 그것이 그다지 쉽지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것을 해서
진정 그 집안 사람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듯 싶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지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고 보고 있는듯 하다.
물론 나야 빈 손에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장에 서면
되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것은 그다지 쉬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를 느껴 보건데 말이다.
여기서 결혼에 대해서 이것 저것 따지는 것은 아니다. 혼수라든가 아니면
집안의 내력, 혹은 집안의 재력등을 가지고 결혼을 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생활 자체가 변하는, 어쩌면 이제부터 그 집안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야 하는 그런 결심과 용기도 결혼이라는 것에는 조금 포함되어
있지 않나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은 것을 변하도록 요구하는
결혼이라는 것은 남자, 여자에게 서로 다른 모습인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아마 나도 언젠가는 결혼이라는 것을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동반자를 맞아 들여 험난한 삶에 있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위안이 되어 가면서 말이다.
그 나의 부족한 면을 메꾸어 주는 그 사람에게 참 좋은 이가 되고 싶다.
자신의 큰 부분을 버리고 나를 믿어 함께 하기로 한 이에게
최소한 그 보다 많은 것은 더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선택했던 그 용기와 또 나를 믿는 그 신뢰에
멍이 들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른 이를 믿고 그렇게 용감한 여행을 떠난 이 세상이 여성들에게
항상 행복이 있기를 빈다.
음... 그래도 여전히 내겐 '결혼'이라는 것이 장미빛 소꿉장난 같으니
난 아직 철이 덜 든건가??? ^_^
PS: 개인 광고 : 오늘(11일) 오후 3시에 피터가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시험을 봅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피터를 위해 화이팅 한번만 외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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