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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뽀스떼끄의 추억 시리즈] - 오리엔테이션

by 피터K 2021. 7. 1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오리엔테이션은 무척이나 길었다. 내용이야 대부분 강연이 주를

이루었고 가끔 견학 모 그런것들도 있었다고 기억된다.(음...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한다고 하더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었나 보다.

매일 아침 7시에 우리는 체육관에 보여 운동을 했다.

300명이 체육관 Floor에서 국민체조를 하는데 그건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때(90학번)만 하더라도 학교 츄리닝에 각자 이름을 세겨

넣어 다 나누어 주었는데 300명 대부분이 그것을 입고 나왔으니

얼마나 장관이었겠는가.. 등에 '포항공대'라고 쓰여진 츄리닝을

입은 300명이 일사불란하게 운동을 하고 있으니...

마치 어느 수용소의 아침 점호시간 같았다....

대부분의 운동이 국민체조와 약간의 구기.. 그리고 편을 나누어 기마전

같은 것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에어로빅시간이었다.

시내에서 에어로빅 강사를 초빙해 아침운동시간에 에어로빅을 한 것이다.

난 난생처음으로 그때 에어로빅을 해 보았고 아마 앞으로 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번 300명이 에어로빅 집단으로 하는 모습은 여러분

상상에 맡긴다.


그때 우리는 참으로 순진했었나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꼬박꼬박 7시에

체육관에 모이고 강연들으러 강당가고 그랬으니까. 사실 모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들이니 뭘 알았겠는가...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마자 

우리 이 머리 명석한 애들은 농땡이를 치기 시작하는데....

아침의 운동시간에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강연시간에

자리가 비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무도 터치를 못했다. 우리는 더이상

고딩어가 아니니까... 그때 난 생각했다. 역시.. 대학생은 좋은거야..


강연이라고 해 봐았자 대부분이 사회도덕적인 틀에 박힌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때는..

사회규범과 도덕질서... 음.... 거의 최면제의 융단폭격이군...

아니나 다를까... 한번은 강당의 뒤에 앉았는데 앞에선 한참 강사가

이야기를 하는데 애들의 대부분은 천장을 보고 있는거다!!!

거기 가 보면 알겠지만 조금만 엉덩이를 뒤로 빼면 목을 등받이에 

댈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레 잠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강사는 앞에 있어도 시선은 천장을 향할 수 밖에..


강사님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이 상희(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전 과기처장관이었다. 그 이야기가 감동이 있거나 기억에 남아서가 아니다.

그분이 우리학교에서 강연할때는 과기처장관이었는데 포항서 서울가는

비행기안에서 그만 내각이 바뀌는 바람에 장관직을 내 놓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쯧쯧...


누가 오리엔테이션때 산에 갔다가 발목을 다친 이야기를 했는데

주말에 오리엔테이션의 일환으로 경주남산에 갔었다.

난 처음에 딩가딩가하면서 갔는데, 조금 오르다 보니 우리는 친구들끼리

실실 웃으며, 야 이거 장난이 좀 심하다....라고 했다가 중반에

다다르면서, 음... 이거 장난이 아니군....이 되어 가더니...

정상에 오르기직전,  악!  나좀 말려줘....

그 이후로 한동안  경주쪽으로 쳐다보지도 않았고, 하다못해

서울 남산도 안 갔었다....


힘들고 때로는 지겹고 그랬지만 300명이 한자리를 하는 시간도 있고 

과별로 모임도 있어서 외로운 타지에서 친구를 사귀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다시 한번 그런 시간을 가진다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 :(


PS: 음... 처음부터 시리즈로 그냥 하나 둘 올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대단할 수가... 더 적기에 부담이 되는군...

우리 같이 추억을 나누죠...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