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맨 처음 이곳 포항을 내려온 것은 90년 2월 중순...
정확한 날짜는 생각이 안 나고 다만 오리엔테이션을 하러
내려왔다. 하지만 그 오리엔테이션이 2주(...음.. 길었군.)
였기때문에, 또 그 2주가 끝나자마자 바로 이틀후 개강이었기 때문에
4년간(그때는 4년만 살줄 알았지..모.. 누가 말뚝 박을줄 알았남.)
살 물건들을 가지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러 왔다.
맨 처음 배정받은 기숙사는 2동 308호.. 이건 학생식당을 기준으로
했을때 두번째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방이다.
맨처음 배정받은 방으로 가 보니 그때부터 난 현실과 맞부딕치기 시작했다.
전에 밖에서만 보던 기숙사와는 달리 내부는 좀 엉망이었다. 사실
2동이 지은지 가장 오래되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전에 살던 사람이
엉망으로 하고 떠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뭐 좋다이거야...
호텔을 바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막상 책상서랍이 삐거덕 거리고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때의 황당함이란... 음.. 음.. 이것도 참고 넘어가지
... 그렇지만 옷장속에 소프린같은 것을 쏟아서 끈끈해진 얼룩이라든가
거의 2cm두께로 쌓여있는 먼지를 보았을때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난 노래를 부르며 하루종일 아무 것도 못하고 방만 청소해야했다.
그전엔 그다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가족과의 이별...
막상 나를 이 곳까지 데려다 주신 어머니와 여동생(그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이
기차 시간이 되어 떠나셔야 했고 그들을 배웅하러 후문 정류장까지 갔다.
그때까지 아무 생각없던 내게 갑자기 어머니의 품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동생은 102번 버스를 타고 떠나고 그 떠나는 버스안에서
동생이 울기 시작했을때 그 허전함이란....
발걸음을 학교로 돌리는데 기숙사까지의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첫날밤... 2시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는 것에는
익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혼자 여기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조금은 겁이 났나보다.
그렇지만...
그 다른 이유는....
내가 침대에서 잠을 처음 잔다는 것이었고, 잠을 막 뒤척이면서 자는
나는 떨어질까봐 겁이 났고, 밤새도록 울어대는 이상한 새소리에
더더욱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방돌이도 없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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