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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만일 잡음이 노크 한다면...

by 피터K 2021. 6. 18.

*!*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선 고루한 전자장(Electromagnetics) 이야기 부터...

*!* 아마 이번 이야기는 사람들 반쯤 읽다가 'q' 누르지 싶네요. ^^; *!*


무선 통신의 원리는 순전히 이 전자장의 원리에서 출발한답니다.

전자장엔 두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전기장(Electric field)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장(Magnetic field)이죠. 이 두 field가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며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랍니다. 

두 field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전기장이 발생되면 여기에 

수직으로 자기장이 발생하지요. 그럼 다시 그 자기장에 의해서 

또 전기장이 발생하구요. 그럼 이것들이 서로 작용을 해서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지요. 여기에 필요한 정보들을 올려 놓는 거에요.

그럼 그 정보들이 전기장과 자기장에 올려 져서 전달 되는 것이지요.

그럼 이런 전자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음, 그건 도선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랍니다. 간단히 말해서

안테나이지요. 안테나에 전류를 반복적으로 흐르는 방향을 바꾸어 주면

거기에 따라 전기장과 자기장이 만들어 진답니다.

그럼 수신은요? 그건 반대의 현상으로 일어 나는 거랍니다.

공중에 떠 다니는 그 수많은 전자장중에서 가지고 있는 안테나로

필요한 것을 잡아 내는 것이지요. 잡아 내는 건 똑같답니다.

안테나에 전류를 흘려서 전자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번엔

전자장이 안테나에 전류를 흐르게 유도시켜서 그 흐르는 전류를 

증폭해 보면 전자장에 실려 있던 정보를 역으로 꺼낼 수 있는거지요.

후후.. 강의 끝! :)


음, 고루하게 이런 전자장 강의를 하고 싶진 않았는데 다음의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그냥 생각이 나서 적었어요.

무슨 이야기이냐 하면 오랜만에(?) 열애 중인 제 친구의 이야기이지요. :)


일을 하다가 가끔씩 단순한 일을 하게 되면 책상 옆에 CDP를 가져다

놓고 음악을 듣곤 한답니다. 휴대용 CDP 이니까 이어폰을 끼고

내 마음대로 크게 틀어 놓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일 때에는 거기에 

맞게 볼륨을 조절해 가면서 듣곤 하지요.

음, 그러다 보면 가끔씩 CD에 있는 음악이 아니라 뜻하지 않은

잡음이 들려 오곤 하지요. 음악 중간에 '지지직' 하는 그런 잡음

말입니다. 처음엔 이게 왜 이런 잡음이 나나 하고 어리둥절 했는데

이럴 때마다 대부분 주위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아하, 이게 핸드폰에 가는 신호가 CDP나 혹은 이어폰의 선에 

동기 되어서 잡음으로 뜨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왜 제가 앞에 그런 전자장 강의를 했는지 아시겠어요? :)

*!* 음냐, 이게 사실이 아니면 내가 과연 전자공학도라고
    말 할 수 있을까? ^^;  아닐꺼야, 분명히 그 이유 때문일꺼야... 
    하지만 6년 전에 들은 수업 하나로 이렇게 썰을 풀어도 되나?? *!*


핸드폰 중계소에서 각 핸드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아~~ 하고 알리는

전자장에 의해 CDP 같은 것들이 안테나 역할을 해서 잡음이 들리게

되는거지요. 참 신기했답니다. 처음에는 말이죠.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다가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나고 나면 가만히 귀를 귀울여 보죠.

그럼 어디선가 소리가 나는거에요....

'도라지~ 도라지~~~ 배~액 도오라~~~아지~~~'    ^^;

                           <-- 음냐, 삼성꺼 벨소리 정말 꽝임. --*


그런데 가끔씩 그런 잡음 후에 보면 그 친구(이젠 누군지 다들 아시겠죠?)

핸드폰이 삐리릭~~ 하고 울리죠. 그러면 그 친구는 반가운 얼굴로

'여보세요~' 하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실험실 밖으로 나간답니다.

그래서 이젠 나도 모르게 '지지직~~' 하는 잡음이 뜨면 그 친구를

보게 되었지요. 핸드폰이 또 울릴까 아니면 다른 사람 것일까... 

내 스스로 내기를 하면서 말이에요. :)


어느 날인가도 CDP로 음악을 듣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갑자기

음악 소리가 잠기면서 '지지직~~'하는 잡음이 떴지요. 순간 난

그 친구를 돌아다 보았고 그리곤 나도 모르게 푸시시 웃어 버렸답니다.

왜냐구요? 그건 그 친구도 CDP를 듣고 있었고 자기도 그 잡음을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친구도 자기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 보더군요.

하하하...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의 핸드폰 신호였나 봅니다.

물끄러미 바라 보는 그 친구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 내 버리고는

핸드폰은 잠잠 했으니까 말이에요. :)


저도 가끔은 그런 경험을 한답니다. '지지직~~'하고 잡음이 뜨고

나면 늘 조용하기만 하던 제 핸드폰이 가끔씩 징징 거리고

어서 받아요~~ 하고 칭얼댈 때가 있거든요.

후후, 그래서 오늘처럼 이렇게 하루 종일 CDP를 듣는 날이면

괜시리 이 음악 사이로 잡음이 뜨지 않을까 기다려 보곤 한답니다.

음, 비록 제 것이 아니라도 말이에요. 워낙 이 실험실 셀 안에 

핸드폰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잡음이 뜨고 난 뒤에 과연 누구의 것일까

하고 내기를 걸어 보는 것도 재미 있거든요... ^_^



사람이란 참 그런거 같아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뭔가를 기다리는 어떤 두근거림을 반긴다는

사실이 있다는거 말이죠. 

잡음이 뜰 때마다 은근히 기다려 보고 그 잠시의 시간을 즐겨 보기도

한답니다. 후후.. 때론 울리는 내 핸드폰에 반갑기도 하고 때론

남의 핸드폰 울림에 부러움을 가져 보기도 하고 때론 아무런

일도 일어 나지 않아 다시 고요함으로 돌아 가는 모습도 구경하는

것들이 은근히 반갑네요...



기다림이 길수록 만남이 더욱 반가운 것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런 시간들이 참 소중했으면 좋겠답니다.


추석이군요. 이번 보름달은 날씨가 흐려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잠시 그 구름 사이를 벗어나 들어나는 보름달을 

보게 된다면 그 만남이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리고, 난 거기에 어떤 소원을 빌어 보며 누구의 얼굴을

떠 올려 보게 될까요. 지금부터 빌어 볼 작은 소원이나 생각해 

보아야 겠군요.


여러분도 모두 즐거운 추석 지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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