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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바르셀로나 여행 2024년 12월

바르셀로나 여행기 - 네째날 Montserrat

by 피터K 2025. 4. 19.

아니 대체 넌 왜 거기에 있는거니.....

 

 

Montserrat 가는 길

 

이번 여행 동안 일단은 바르셀로나에 머무르긴 하지만 여행 내내 바르셀로나에서만 머무르기에는 조금 그래서 하루 정도는 당일치기 방문이 가능한 곳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인터넷으로 day trip from Barcelona를 검색하면 Girona 라는 도시가 검색된다.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중세를 거쳐온 도시로 유적지가 많아 방문하기 좋은 곳이라는 리뷰들이 뜬다. 게다가 고속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조금 있어도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 당일치기 방문에 좋다고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Rick Stevens의 Best of Spain이란 책을 구입해 찾아 보던 중 Montserrat를 발견하게 된다. 작년에 로마/피렌체를 다녀온지라 어쩌면 Girona 보다는 Montserrat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단 거기로 스케줄을 잡았다.

 

Montserrat라고 하면 딱 어떤 곳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아마도 사진으로 검색해 보면 아, 그곳... 이라고 알아 보는 분들도 꽤 되리라 생각해 본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아도 Montserrat 방문기가 꽤나 많이 올라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르셀로나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산꼭대기에 있는 중세 수도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거기...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단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리고 티켓은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알아 보아야 했다. 가는 방법은 검색을 통해, 그리고 Rick Stevens의 책을 통해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Montserrat까지 가는 기차가 있어 그냥 시간에 맞추어 타면 된다. Montserrat 수도원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혹은 funicular라고 부르는 산악 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보통 Montserrat까지 가는 티켓을 사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내려야 할 역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지만 그 다음부터가 헤깔리기 시작한다.

 

수도원을 방문하면 몇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검색하는 사이트에 따라, 혹은 정보가 만들어진 때에 따라 어떤 경우는 무료, 어떤 경우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나누어져 있다. 막상 예약해야 한다는 사이트에 가 보면 중간에 document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처럼 외국 관광객이 선택할 수 있는 document type은 없고 다 Euro zone에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document 뿐이다. 나중에 더 검색해 보니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실제 방문하고자 하는 Euro zone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한 방법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암튼... 출발하기 전날까지 알아본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가급적 일찍 호텔을 나섰다.

 

 

일단 Google Maps에서 Montserrat까지 가는 경로를 검색하니 호텔 근처 메트로 Urquinaona 역에서 L1 라인을 타고 L'Hospitalet, Av. Carrilet 역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Montserrat까지 가는 R1 라인 열차를 타라고 가라고 알려 준다. Google Maps는 상세하게 몇시 몇분에 열차에 도착하니 그 열차를 타고 갈아타야 할 열차의 도착 시간, 그래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여기까지는 Google Maps를 굳건히 믿었다. 발등 찍히기 전까지는...

 

그 시간에 맞추어 호텔을 나섰고 모든게 순조롭게 이어졌다. Urquinaona 역에서 메트로 열차도 시간에 맞추어 탔고 L'Hospitalet, Av. Carrilet 역까지도 순조롭게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기대했던 건 나폴리 역에서 폼페이까지 갈 때 마주한 티켓 창구였다. 그런데 막상 L'Hospitalet, Av. Carrilet 역에 도착해 R1 라인으로 환승을 위한 안내를 따라 갔더니 아무런 티켓 창구도 없고 티켓 파는 기계만 덜렁 있었다. 일단 영어를 선택하고 Montserrat 역까지는 쉽게 찾았고 또 그 티켓에 케이블카를 탈 것인지 funicular를 탈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어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결제하려고 크레딧 카드를 넣었더니 PIN을 묻는다. 아뿔싸....

 

한번은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필이면 이때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물론 크레딧 카드의 PIN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왔기 때문에 PIN이 있을리 없어 이리저리 다른 카드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모두 실패. 현금으로 살 수도 있었는데 마침 둘째날 저녁 먹으면서 90 유로 이상을 썼기 때문에 현금도 충분하지 않았다. 급하게 주변에 환전소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지만 이마저도 근처에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은행의 ATM을 통해 미국 은행 debit card로 현금을 출금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주변 은행 ATM도 검색해 보았는데 이 동네는 어떻게 된 것인지 가능한 ATM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이대로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아이폰으로 애플페이를 시도해 보았는데 어라, 이게 된다. 

 

여기서 이렇게 헤매는 바람에 타야만 했던 시각의 열차는 놓치고 1시간 뒤에나 오는 열차를 타게 되었다. 오늘 못 갔으면 다른 날은 이미 예약해 놓은 티켓들이 있어서 가지 못했을 것인데 생각보다 늦게 되었어도 일단은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째든 출발은 한다.

L'Hospitalet, Av. Carrilet 역 플랫폼. 그냥 일반 메트로 역처럼 보이고 실제 여기에 들어 오는 열차도 광역 통근 열차 같은 것이 들어 온다.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이라 두줄 좌석으로 이어진 로마/피렌체/나폴리에서 탔던 그런 식의 열차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Montserrat를 가기 위한 열차는 로마에서 나폴리 갈 때 탔던 그런 열차가 아닌 일반 광역 열차 같은 스타일이다.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그냥 일반 4량짜리 메트로 열차 같은 것이 들어 왔다.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라 2인 좌석이 좌우에 있는 장거리 열차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메트로처럼 창가에만 의자가 있어 이미 열차가 들어 왔을 때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서 있을 자리도 북적북적한 통근 열차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처음에 조금 희망을 가졌던 것이 1시간 이상 가게 되니 중간에 사람들이 꽤나 내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왠걸. 내 예상은 완전 어긋나 버렸다. 이 열차에 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처럼 Montserrat에 가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Google Maps가 제대로 발등을 찍어 주었다. Google Maps가 찾아낸 경로는 전체 시간이 제일 짧은, 즉 환승 시간, 각 열차의 출발/도착 시간 등을 고려해서 목적지에 가장 빠르게 가는 경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L'Hospitalet, Av. Carrilet역에 R1 열차를 타라고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Google Maps가 고려하지 못한 건 이 역이 R1 열차의 출발역이 아니라 중간역이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을거라는 사실이었다.

 

Montserrat까지 가는 이 R1 열차의 출발역은 Pl. Espanya 역. 우리가 호텔에서 타고온 L1 열차가 이미 지나온 역이기도 했다. 만일 거기서 탔더라면 처음부터 앉아 갈 수 있었을텐데 Google Maps는 최단 시간 경로를 찾아 주느라 이미 만석이 된 환승역을 안내했고 어쩔 수 없이 1시간 내내 열차 내에서 서서 가야 했다... 하... 누구 탓을하랴.

 

혹시라도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고 Montserrat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R1의 출발역, Pl. Espanya로 가시기를 바란다.

 

 

Aeri de Montserrat

 

계속해서 간단하게 Montserrat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 오늘 방문하는 곳의 정확한 이름은 Santa Maria de Montserrat Abbey, 쉽게 표현하자면 "몬세라트 수도원"이다. 한글로 검색을 하고 싶으면 이 "몬세라트 수도원"이라고 치면 된다. 이 수도원으로 올라 가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거나 funicular라고 하는 산악열차를 타는 두가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려야 하는 역이 다르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는데 그러면 Aeri de Montserrat라는 역에 내려야 한다. 이 카탈루냐어는 영어로 번역하자면 Monserrat Aerial 이란 뜻이 되지만 사실상 Montserrat 수도원으로 올라 가는 케이블카를 지칭하는 보통 명사처럼 사용된다. 역에 내리면 따로 개찰구나 역무원도 없이 플랫폼에서 바로 옆에 위치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서도 케이블카 티켓을 따로 팔지만 열차표와 함께 있는 콤보 티켓을 산 경우라면 그냥 케이블카 타는 줄에 서면 된다. 크리스마스 휴일이 지난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줄 또한 꽤나 길었다. 그냥 역에 도착해 우리를 데려다 줄 케이블카에 바로 탑승해서 올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순진함은 세상의 혹독한 현실에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거기서 케이블카 기다려 타는데만 1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예상 못했던 점 중에 하나가 케이블카에는 한번에 20명 남짓 탄다는 것이고 그 케이블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또 꽤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Aeri de Montserrat 역에 내리면 바로 아래쪽에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여기서 저 산꼭대기에 있는 Montserrat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자... 사진에서 수도원을 찾기.... 시작!!!

 

정말 산 꼭대기쯤에 수도원이 위치하고 있다. 돌산의 색깔이랑 건물의 색이 비슷해 언뜻 쳐다 보면 눈에 잘 안 띄인다. 그나마 그 앞으로 도착하는 노란색 케이블카 때문에 알아 볼 수 있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광경이었지만 곧이어 아니 왜 저기다가 지은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풍경 하나는 끝내준다.

 

 

Santa Maria de Montserrat Abbey

 

수도원의 정식 이름은 Santa Maria de Montserrat Abbey. Montserrat/몬세라트는 이 수도원이 위치한 산의 이름이다. 옛날부터 카탈루냐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왔던 곳이라고 한다. 여기에 언제부터 건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록에 따르면 9세기에 이미 4개의 예배당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 곳에 예배당이 있게 된 이유는 목조 성모상이 이곳에서 880년에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위치가 위치인만큼 일반일들을 위한 예배당은 아니고 속세를 떠난 은둔 수도자들이 주로 거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 중에 하나의 예배당만이 남아 있으며 그 예배당을 기준으로 수도원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1025년에 주교 올리바가 정식으로 몬세라트 수도원을 설립, 12세기/13세기에 걸쳐 수도원 건물이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의 건물은 당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그 당시 어떤 중장비도 없었을텐데 저 산꼭대기에 수도원을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려 수도원으로 올라 오면 눈 앞에 또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 가는 funicular가 눈에 들어 온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경사를 올라가게 되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시간이 충분했으면 한번 올라가 보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래 주차된 차들 뒤로 보이는 건물, 큰 글자들이 붙어 있는 건물이 이 수도원으로 올라오는 또 다른 경로인 funicular를 타는 역사이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니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성당 건물 안에서 소년 합창단의 공연이 1시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부지런히 성당 건물로 들어갈 입구를 찾았는데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일단 차도와 인도로 되어 있고 1층에 식당과 기념품 판매소가 있었고 그 위쪽으로 뻔히 교회 건물이 보이는데도 도무지 어디로 가야 그 위로 올라 갈 수 있는지 안내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10분쯤 헤매고 나서는 이미 1시가 지나 포기하고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방금 지나온 1층 식당에 들어갔는데 보통 이런 외진 곳에 위치한 식당들은 허름하고 식사의 질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이곳의 식당은 리노베이션을 한지 얼마 안 지났는지 꽤나 깨끗하고 음식의 종류도 다양했다. 카페테리아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미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집거나 혹은 피자, 파스타, 혹은 grilled chicken 같은 것을 골라 담을 수 있었다. 나중에 건물 반대 방향 전망대 쪽으로 가니 부페 식당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일단 올라오긴 했는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바로 식당 머리 위에 있는 수도원/성당 건물로 올라가는 길은 쉽게 눈에 띄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리 저리 헤매다가 겨우 안내판 하나를 발견했는데 입구가 식당에서 나와 맨 우측 건물 끝에 올라가는 길에 있었다. 그런데 그 중간에 계단 길이 있어서 그 쪽으로도 갈 수 있었는데 이건 항상 열려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행이 오늘, 그 시간에는 열려 있어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니 이제서야 비로소 수도원/교회 앞 마당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성당 건물이 뒷편 우측에, 중간에 보이는 건물은 수도사들의 주거 공간, 좌측은 호텔이다. 이 광장 바로 아래 식당, 기념품 판매소가 있다. 즉 식당/기념품 판매소 지붕에 해당하는 곳이 이 광장이다.

 

이 산꼭대기에 있으면서도 성당의 규모는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 성당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수도원은 1025년에 설립되었지만 지금 있는 수도원은 그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1811년과 1812년에 걸쳐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 때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각각 타 버렸고 많은 유물들도 약탈 당했다고 한다. 결국 1835년에 수도원은 폐쇄 되었다가 1844년이 되어서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성당 건물은 다시 수도원 문을 열 때 새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모상 발견 1000년을 기념하는 1881년,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이 성모상을 카탈루냐의 수호상으로 선포하면서 그 명성을 더해가기 시작한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이 Sagrada Familia에 큰 상처를 주었듯이 이 수도원도 큰 피해를 입었다. 내전 동안 278명의 신부, 583명의 수도자/수녀가 공화파 군대에 의해 살해 당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 무려 22명이 이 몬세라트 수도원의 수도자였다고 한다. 

 

보통 성당 건물의 경우 입장은 무료이다. 하지만 이 성당은 입장료를 받고 또 입장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복잡한 부분인데 앞서 한번 이야기한대로 검색 내용에 따라 그리고 사람들이 방문한 시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는 무료로 입장하기도, 누구는 현장에서 티켓을 살 수 있다고도 하고, 누구는 성모상 방문만 티켓이 필요하다고도 하는 등 각각이었다.

 

광장을 건너 성당 입구에 올 때까지도 따로 주변에서 티켓 부스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입구에 보니 안내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다행이 그날은 복잡하지 않았는지 1시간 이내 입장 시간에 성당과 성모상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성당 입구에서 이런 티켓 안내 종이를 나누어 준다. QR 코드를 스캔하면 티켓 사이트로 갈 수 있고 거기서 입장 시간에 따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모르고 온게 다행이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에 열차를 한번 놓치는 바람이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었는데 미리 스케줄에 맞추어서 입장 시간 티켓을 샀더라면 그냥 무용지물이었을테니 말이다.

 

블로그를 쓰기 위해 찍어둔 사진들을 정리하고 포스팅할 사진들을 고르면서 이 티켓 안내 종이를 찍어둔 사진을 발견했다. 살펴 보니 성모상을 보기 위한 티켓(두번째 "Ticket to the Throne of Our Lady")을 사면 성당도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있는데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이 티켓과 첫번째 티켓 "Ticket to the Basilica"를 각각 샀다. 어째든 인터넷에 접속해 티켓을 사면 이메일로 바로 PDF로 된 티켓이 도착한다. 먼저 성당 안으로 향했다.

 

성당 입구를 지나면 성당 건물을 바라보며 작은 광장이 하나 먼저 나온다. 좌우측은 여기서 머물거나 방문하시는 수도자/수녀님들의 숙소로 쓰인다고 한다.

 

성당 건물 정문 바로 위에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나타낸 조각상이 보인다. 꽤나 정교하고 인상 깊은 조각상이다.

 

 

Black Madonna at Montserrat

 

성당 자체는 물론 아름답고 웅장하고 늘 보아오던 다른 성당과 같은 모양이다. 저 앞쪽에 제대와 십자가 상이, 그리고 좌우로 chapel로 불리우는 작은 공간들이 자리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런 chapel 공간이 없는 Sagrada Familia가 특이한 성당 구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 성당, 아니 Montserrat를 방문하는 목적은 딱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검은 성모상이라고 불리우는 Black Madonna at Montserrat을 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곳이 Throne of Our Lady라는 곳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 가면 커다란 돔 아래 웅장한 성당 장식들을 마주 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 십자가 상은 제대 위에 줄로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십자가 상 너머로 환하게 밝혀져 있는 테라스 같은 공간이 눈에 들어 온다. 성당 뒷편에 앉아 있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제대에 가까이 다가가 가장 앞쪽 의자에 앉으면 그 테라스 공간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들이 한사람씩 한사람씩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곳이 바로 Throne of Our Lady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그 안에 무언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검은 마리아라고 부르는 조각상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그곳까지 올라가 그 앞에서 잠시 성모상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성당 안 의자에 앉아 바라보면 사실 성모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한껏 줌을 당겨서 살펴 보면 그제서야 성모상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 성모상을 향해 손을 뻗고 기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도 조금 있다 새로 산 티켓을 가지고 그 앞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성당 안 의자에 앉아 제대쪽을 바라 보면 저멀리 Throne of Our Lady가 보인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줌을 이용해 한껏 당겨 보아야 이렇게 마리아상과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흔히 "몬세라트 검은 성모상"이라고 알려진 이 조각상은 대리석 조각상이 아닌 목조상이다. 성모 마리아가 품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전형적인 성모 마리아 조각상 모습이다. 신약 성서를 쓴 복음사가 루카 성인이 조각하고 베드로 성인이 스페인으로 가져 왔다고 믿어지고 있다. 무어인들이 스페인 지역을 지배할 때 사람들이 Montserrat 산 동굴에 숨겨 두었던 것을 880년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수도원을 짓기 위해 그 조각상을 옮기려 했으나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 하고 옮길 수가 없어 발견한 그 동굴을 중심으로 예배당을 지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지금 이 성당으로 어떻게 옮겨져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발견된 그 동굴로 이루어진 예배당은 산길 산책로를 따라 가면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성모상이 "검은 성모상"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성모상의 성모 얼굴과 아기 예수 얼굴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흑인을 표현한 것은 아니고 원래 색은 다른 색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검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초의 그으름 혹은 그 위에 덛칠했던 페인트 바니쉬가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변색한 것이라는 것이다. 검은 색으로 변색이 진행되자 아애 그 이후에는 검은색으로 다시 페인트를 칠했다고 한다. X-ray 검사나 기타 방법들로 확인한 결과 원래 색은 흰색이었으며 마지막으로 검은색으로 칠해진 때는 19세기라는 것도 알아 냈다.

 

이 검은 성모상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이 성모상이 들고 있는 검은색 구체 때문이다. 이 구슬에 손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오래된 신앙, 혹은 믿음인데 사람들이 티켓을 사고 줄을 서서 그 앞으로 가는 이유가 다 이 소원을 빌기 위함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부터 카탈루냐 지방의 신성한 지역이라고 믿어져 왔던 Montserrat 산, 그리고 거기서 발견된 검은 성모상, 그렇게 생겨난 수도원 등등이 모여 지금은 이 성모상이 공식적으로 카탈루냐 지방의 수호성인이 되어 있고 실제 성모상을 통해 기적도 일어 났음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성모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성당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성당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 맨 우측에 성모상으로 가는 입구가 따로 있다. 완전 다른 건물이나 입구로 가는 건 아니고 성당 안 Chapel들의 뒷편으로 통로가 성당 옆면을 따라 쭉 나 있는데 그 곳을 따라 줄을 서서 들어가게 된다. Chapel이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뚫려 있어 이쪽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건너편 성당 안 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긴 줄을 따라 앞으로 가다 보면 제대가 있는 위치쯤 와서 이제 본격적으로 층계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들어 가게 된다. 계단 중간 중간 다른 방으로 이어진 것 같은 문들을 지나면 계단이 곧바로 검은 성모상 앞으로 이어진다. 성당 안에서 저멀리 성모상을, 그리고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성모상이 모셔진 곳은 테라스 형태로 뒷편이 성당 안을 향해 열려 있어 성모상을 등지고 서면 테라스에 서서 보는 것처럼 성당 내부를 전부 내려다 볼 수 있다.

 

층계를 올라 오면서부터 서로 잡담을 나누던 사람들도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말한마디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게 된다. 사람들이 성모상 앞에서 성모상이 들고 있는 구체에 손을 얻고 기도하고 소원을 빌기 때문에 다들 20초에서 1분까지도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층계 위의 줄도 바로 바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다. 그래도 다들 아무런 불평없이 묵묵히 층계를 오른다.

 

내 앞에 다른 유럽에서 온 것 같은 커플이 있었는데 여자는 상당히 신앙적인 사람처럼 마리아 상에 가까워져 올수록 성호(가톨릭 신자들이 기도할 때 이마, 가슴, 좌우 어께에 십자가 모양을 긋는 방법)도 중간 중간 그으며 차분히 차례를 기다리는데 남자는 전혀 신자도 아닌지 정말 여기 저기 기웃기웃거리기도 하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의 장소라면 조금은 차분하게 분위기에 따라줄만도 한데 마침 소풍 나온 유치원생처럼 들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자가 몇번이고 남자에게 좀 자제 하라며 말리며 이 옆으로 와서 서라고 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모상 앞에는 사람들의 동선을 안내하는 사람이 한사람 이었는데 마침 내 앞의 그 정신 사납던 남자가 성모상 앞으로 갈 차례가 왔을 때 잠시 이 남자에게 기다리라고 하고는 출구쪽 통로로 사라졌다. 그러자 마치 이 남자는 물만난 것처럼 마리아 상 앞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어대고 뒷편 열린 공간을 통해 성당 안을 내려다 보며 사진도 찍는 듯 정신이 없었다. 내 뒤에 있던 몇몇의 사람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 행동에 못 마땅해했다. 그 옆에 여자는 그 시선을 느끼며 약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사라졌던 안내원이 다시 나타났는데 어느 나이든 할머니 한분을 모시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신 이 분은 도움을 받아가며 마리아 상 앞에 서섰고 손을 구체에 올리시고는 꽤나 한참 동안 기도를 드리셨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여러 분들도 불편했던 표정을 조금은 풀고 그 할머니께서 기도를 마치실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렸다. 이렇게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지금까지 지나온 계단을 따라 올라 오기 어려워 반대쪽으로 올라오시는 것 같았다. 나갈 때 보니 나가는 길은 계단이 아닌 단순한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모상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고 성모상은 유리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지만 이 구슬만은 실제 만질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그래서 거기에 직접 손을 얻고 기도를 하거나 소원을 빌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다들 이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경건해지고 정말 잠시나마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그래서 모두들 그 구체에 손을 얻고 20초에서 1분까지도 시간을 보내는데 뒤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도 차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무얼 기도할지 정리하는듯 보인다.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어디서나 흔히 보아오던 성모상 조각상인데 막상 그 앞에 마주하고 서니 뭔가 모를 경건함이 느껴졌다. 더더군다나 성모 마리아의 표정이 평온한 모습으로 마치, 그래 무슨 고민이 있을까... 다 말해 보렴... 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그 구체에 손을 얻고, 마치 성모 마리아의 손을 잡은 느낌으로 잠시나마 성모 마리아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아 본다.

 

성모 마리아님, 저는 말이죠.....

 

 

성모님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반대편으로 난 출구로 빠져 나오면 성모상이 놓여 있는 그 자리 뒷편에 기도방 같은 것이 나온다. 여기도 가우디의 손길이 닿아 있다고 하는데 전부를 다 설계하거나 만든 건 아니고 그가 초기 건축가로 일할 때 일부를 맡아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출구를 따라 계속 내려 가면 작은 초를 사서 봉헌할 수 있는 골목이 나오고 그 골목은 그대로 이어져 성당 건물 앞 광장으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성모상을 보러 가는 티켓을 사면 성당까지 방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Montserrat에서 바라본 전경들

 

수도원/성당이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의 경치는 정말 놀랄만큼 아름답다. 건물 외곽을 따라 도로와 인도가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르셀로나 방향으로 멀리 풍경이 펼쳐져 있고 우리 타고 왔던 열차의 철길과 도로가 가운데 작은 강을 따라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보면 산중턱 중간 중간에 다른 건물들이 있는 것이 보인다. 자세한 정보는 다 찾아 보지 못했지만 아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원래 검은 성모상이 발견된 동굴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알고 있다. 그곳까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 갈 수 있다고 안내서에서 보았는데 왕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가 보지는 못 했다. 다시 내려가는 케이블카의 마지막 시간은 6시 15분이었는데 그 시간에 간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1시간이나 기다려 타고 올라온 만큼 적어도 45분전에는 가서 줄을 서야 6시 15분 마지막 케이블카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평소에는 7시가 마지막 타임이지만 우리처럼 크리스마스 시즌 등 휴일이 근처에 있는 경우 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올라 올 때 미리 마지막 시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성당/수도원에서 바르셀로나 쪽으로 바라 보면 이 광경을 볼 수 있다. 산 위에는 십자가 상이, 그리고 사진 아래에 핑크빛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성모상이 발견된 동굴에 만들어진 예배당이라고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정확하지가 않다.

 

산꼭대기에 위치하다 보니 저 멀리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 경치를 구경하는 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지고 경건한 마음이 들게 된다. 중간에 이름 모를 강줄기가 흐르고 있고 그 좌측에 하얗게 보이는 실선 같은 것이 바르셀로나에서 여기까지 타고온 R1 열차 선로이다.

 

외곽을 따라 난 길을 계속해서 걷다보면 맨끝에 전망대 같은 곳이 나타난다. 이미 높은 산 위에 있기 때문에 또 어떤 건물 위로 올라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변을 잘 둘러 볼 수 있도록 탁 트인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그 곳에 도착하기 전 건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건물 안에 부페 식당이 있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금액을 봤을 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네라고 생각했었으니 올라와서 점심 해결하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싶었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카페테리아 같은 식당은 수도원/성당 아래에 딸린 공간이라 전체가 실내였지만 이 부페가 있는 건물은 반대편이 전면 유리로 위 사진에 보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어 꽤나 멋지고 낭만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처럼 보였다. 

 

끝편에 있는 전망대 쪽에 서면 북동쪽을 바라보게 되는데 저 멀리까지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저 멀리 큰 산맥이 보이는데 이 산맥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이다. 언젠가 저 너머 프랑스도 한번 가 볼 기회가 있겠지하고 마음 속에 담아 본다.

 

성당/수도원 맨 끝쪽으로 오면 전망대처럼 생긴 곳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보면 저 멀리 프랑스와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을 볼 수 있다.

 

Montserrat 근방에 사는 농부들이 이 수도원 앞에서 farmer's market을 열였다고 해서 이렇게 매대들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토요일이라 이 farmer's market이 열린건지 아니면 거의 매일 열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매대가 치즈, 카라멜, 전통 과자, 전통 잼 등등 파는 아이템이 거의 같았다.

 

외곽길의 한켠에는 farmer's market이 열려 있었는데 이게 항상 있는 건지 아니면 주말이어서 열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 옆에 이 farmer's market의 유래가 적혀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수도원 앞에서 근처 농부들이 보여 마켓을 열었다는 설명과 아주 오래된 사진도 하나 있었다. 그런데 문뜩 드는 생각이 이 높은 곳에??  뭐하러....?

 

여러가지 다양한 품목들이 있었으면 구경하는 기분이라도 났을텐데 거의 모든 매대가 같은 물건들, 치즈, 카라멜, 과자, 잼 들만 팔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 같이 같은 물건들인지.

 

 

한국 식당으로...

 

오는 길도 힘들었지만 가는 길도 만만하지 않았다. 이제 곧 케이블카 마감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인지 5시 30분이 되어 줄을 서기 위해 갔는데도 이미 줄은 한참이나 길게 바깥으로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겨울인지라 해도 일찍 지고 산골의 찬 바람이 불면서 쌀쌀함이 느껴졌다. 긴 기다림 끝에 케이블카를 탔는데 그 때는 이미 캄캄해져서 내려 오는 길이 마치 심연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은 암흑으로 가득했고 저 멀리 아래 불 밝혀진 케이블카 정류장을 향해 스르르륵 미끌어져가 가는 기분이 참 묘했다.

 

매 10분 정도마다 사람들을 가득 채운 케이블카가 도착하면 그네들을 이제 우르르 바로 옆에 위치한 열차 플랫폼으로 향한다. 역사도 따로 없고 검표하거나 확인하는 차장도 없이 사람들은 그냥 군데 군데 모여 열차를 기다린다. 바르셀로나로 되돌아 가는 열차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1시간 간격이라 그 사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하나 앞에 위치한 역이 Montserrat로 올라 가는 다른 방법, funicular를 탈 수 있는 역이라 분명 그 역에서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내려올 참일테다. 앉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은 오래 전에 내려 놓았고 저녁이나 어디서 먹을까 검색해 보았다. 그래 이제 한끼쯤 한식 먹을 때가 되었지?

 

카탈루냐 광장을 가운데 두고 한국 식당을 검색했더니 몇군데가 나온다. 그 중에 리뷰가 좋았던, 카탈루나 광장에서 걸어 갈 수 있던 한 식당을 정하고 거기로 가기로 했다. 역시나 열차는 가득차서 도착했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까지 꾸역꾸역 집어 넣으니 만원 열차가 따로 없었다. 올 때는 그래도 바깥 풍경이라도 구경하는 맛이 있었지만 이건 꼼짝없이 캄캄한 철로를 달리며 달리 할 것도 없어 와이프나 아이들이나 다들 자기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바르셀로나 시내 쪽으로 들어오자 내리는 사람보다 오히려 타는 사람들이 더 많아 정말 내릴 때 즈음엔 이거 내릴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L1 라인으로 갈아탈 역에 도착해서 겨우 겨우 사람들을 헤치고 내릴 수 있었고 그 다음부터 카탈루나 광장까지는 이제 익숙해진 길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한국 식당은 "서울 나드리". 호텔 근처 메트로 L1 노선 Urquinaona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찾을 수 있었다. 거의 8시 정도에 도착한 것 같은데 그 앞에 서너팀이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배가 살짝 고프긴 했지만 지금 따로 어느 다른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1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안에서 직원이 나오더니 앞에서부터 고기 구워 먹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식사를 할 건지 물어 보았다. 우리는 구지 고기 구워 먹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식사만 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들어 오란다. 식당은 Korean BBQ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긴 했지만 일반 식사류, 순두부 찌게, 비빔밥 같은 것도 주문할 수 있었다. BBQ를 하는 경우 테이블에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장비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안내된 중간의 테이블은 그런 장비가 없었다. 그래서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음식의 맛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그냥 보통 Austin 한국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익숙한 음식으로 하루의 피곤을 풀 수 있어서 나쁜 편은 아니었다. 서버가 와서 주문을 받아 가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한켠에 있는 테블릿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하는 것이 특이하긴 했다.

 

 

하루 종일 돌아 다니느라, 특히 왕복 두 시간동안 복잡한 열차 내에서 시달렸던 것 때문에 발도 조금 부은 것 같고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서 산꼭대기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모처럼 도심을 벗어난 day trip에 기분은 상쾌했다고 할 수 있겠다. 

 

 

 

Austin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 작성을 위해서 사진을 추리던 중에 와이프가 찍어준 내 사진, 검은 성모 마리아 앞에서 구체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 사진을 보고는 잠깐 생각에 빠졌더랬다. 그 때 난 무얼 기도했더라 돌이켜 본다. 벌써 다녀 온지도 넉달이나 지났는데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앞에 느꼈던 잠깐의 경건함이 떠 올랐다. 그 분은 내 이야기를 들으셨을까....

 

 

내일은 가우디가 넘지 말아야 할 자연의 높이라며 Sagrada Familia의 높이까지 정하게 만들었던 Monjuic 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