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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뽀스떼끄의 추억 시리즈] - 대입고사

by 피터K 2021. 7. 1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벌써 이 작은 마을 뽀스떼끄에 입주를 한지 5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이 마을을 잘 몰라서 길도 잊어 먹기도 하구

버벅대기도 많이 하였지만, 이젠 어엿한 중견인으로써 이 마을에서

큰 소리(?)내고 살만큼 되었다. 

며칠전... 우리 뽀스떼끄 마을도 새로운 동네 사람들을

맞이 하려고 시험을 치루었다. 음..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 머리를

짧게 깍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쭈뻣쭈뻣 켐퍼스를 거닐던

때가.. 후후.. 그러고 보면 세월이 참 빠르군.. 음냐..


내가 여기 시험보러 내러 온 것은 시험보기 이틀전이었다. 

전날 예비소집도 있었으니까.. 여기 오는 방법은 그때로서는

경주까지 기차로 오던가 아니면 버스로 포항까지 오는 것이인데

경주는 동국대 경주분교가 있어서 이미 오래전에 좌석은 매진이었다.

(우리는 모든 학교가 한 날에 보는 선지원 후시험 세대...)

그래서 할 수 없이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대구서 포항까지 시외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 시외버스가 고속도로상에서 무척이나 막히는 바람에

생각보다 훨씬 늦게 포항에 도착했다. 저녁 10시쯤?? 아마 그정도 일꺼다.

포항을 막 들어 서면서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은 포항 성모 병원...

포항입구에 들어선 그 웅장한(?) 모습이 까만 밤에,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밤에, 불빛이 반짝 거리는 최초의 건물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야, 멋있다.. 라고 탄성을 지른 것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는 시외버스

터미날로 들어 서고 있었다. 학교를 그 전에 몇차례와 본 적은 있었다.

견학때와 모의수업때... 그렇지만 그때는 전세버스가 항상 정문으로

들어 왔으니까, 포항 시내쪽은 한번도 가 보지 못했었다. 시외버스

터미날에 첫발을 디딘것이 포항시내의 첫 진출(?)이었다.

그렇지만, 시외버스터미날을 나왔을때 눈에 보이는 건물이라고는 3층짜리 

건물 달랑 3개.. 그리고는 허허 벌판.. 음.. 역시, 포항은 촌이야...


우리가 잡아 놓은 여관은 아카데미극장 뒤에 있는 거란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택시를 잡아 탔다.. 아카데미 극장으로요... 택시는 한참

달려갔다. 갈수록 불이 번쩍이는 것이 많이 보이더니 번화가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시외버스 터미날이 있던 곳은 아주아주 외곽이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역시 경북 제 1의 도시로군..

여관을 잡고 하루를 쉬고 다음 날 학교 예비 소집을 갔다. 주의 사항을

듣고 수험표를 받고 시험 볼 자리를 확인하고.. 그때부터 웬지 마음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는 거다. 걱정도 조금 되고... 하지만

모 2.5:1 정도의 경쟁률인데.. 가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관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근처 음식점으로 갔다. 식사를 시켜놓고

저녁을 먹는데, 마침 저녁 뉴스를 마치고 입시에 관한 특집을 하고 있었다.

우리야 전국에서 동시에 시험을 보는 때였으니까... 그렇지만 특집이란

것이 이런 것이었다. '대학, 꼭 가야만 하는 곳인가?'... 음냐.. 사람

기 죽이네...


그날밤은 계속 뒤척였다. 잠도 오지 않고.. 방바닥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며... 새벽녘에 겨우 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 이제 대망의 시험보러

가는 길.. 어머니와 매점에서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약속만 하고 나는

결전의 장소로 들어 갔다. 나는 공학 2동 106호에서 시험을 치루었는데

책상이 넓은 거라서 시험치기에는 편했다. 

둘째 시간 수학시간... 나는 이때 내가 붙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건 주관식 1번 문제를 보고 나서 이다. 사각형안에 십자로 선을 긋고

좌측 아래에서 우측 꼭대기 모서리 까지 가는 길의 갯수를 묻는 정통적인

문제였다. 물론 그 안에 호수 같은 것을 그려서 장애물이 있고.. 으...

이 문제.. 내가 떠나오기 전에 종로학원 다니던 선배로부터 편법을 

배웠는데.. 으아..신난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먹으러 매점에 갔는데 나 말고 다른 친구 사이인

두 사람과 함께 자리를 했다. 두 사람 김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문제 가지고 한 사람은 못 풀었느니, 골치를 썩였느니.. 밥알을 튀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으..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난 풀었는데..

결국 그 두사람중에 한 사람은 붙지 못했다. 

나는 그러고 보면 운도 좀 있었다. 수학을 다 못 풀고, 4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찍었는데, 그 중에 3개가 맞았기 때문이다.

으.. 재수... 수학 한 문제에 2점이니까 6점이면.. 그게 어디야... 음냐..


지금은 문제 유형도 바뀌고 입시 전형도 바뀌어서 요즈음은 내용을 알아

보지도 못하겠다. 이젠 관심도 없어지고... 내가 이젠 대학이라는 곳을

졸업하고 그 지옥이라고만 부르던 입시라는 것이 버얼써 이렇게 추억이라고

나마 이야기 해 볼 수 있기 때문일까? 이제 새로 들어올 새내기를 보며

나는 학교의 선배로써,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써...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이나 해 봐야 겠다.




  " 니네는 학부때 연애나 확실하게 해라.. 
   
        이 선배꼴 나지 말구... 음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