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K 2021. 5. 30. 08:1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레밍스'라는 동물이 있다. 아마도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 탐험 동물의

세계같은 곳에 보면 나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 때는 이 이름을 딴

게임도 한동안 유행했었다. 각 스테이지 마다 이상하게 생긴 동굴 안에서

주어진 장비나 혹은 역할을 가진 레밍스를 이용하여 나머지 레밍스들을

탈출 시키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내용이 되었던 것은 레밍스의

특성 때문인데 그건 바로 레밍스가 이동하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앞으로만 계속 달려 간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먹이는 모조리 먹어 치우면서 말이다.

앞으로만 가게 되면 결국엔 '끝'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끝'은 보통

해안가 절벽이 된다. 그리고 앞서 가던 레밍스를 시작으로 줄줄이

바닷가로 떨어 진다. 앞서 가던 레밍스가 절벽을 발견하고 서려 해도

설 수 없다. 뒤에서 자꾸만 밀고 들어 오기 때문이다. 

뒤에서 미는 녀석도 자기가 결국에 또 다시 밀려 떨어질 운명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채....


사람들을 보면 가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뭔가에 이끌려

앞으로 막 가기만 하는데 스스로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냥 옆에 있는 사람들이 뛰기 때문에 뛰어 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인다. 불행이도 그 사이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조금은 쉬어 갔으면 좋겠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 보고, 그리고 때론 다른 사람과는 다른

길이라도 새로 갈 방향을 정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나침판은 아무 곳도 가리키고 있지 않다.

내가 찾아 가야 할 곳은 어디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