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어딘가에 미치기

피터K 2021. 5. 30. 07:57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딘가에 미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한참 키즈를 돌아 다니다가 어노니 보드에서 좀 독특한 글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미친게 틀림없는 KAIST의 어떤 박사'였다.

제목만 보아서는 KAIST 사람이 좀 괴짜짓을 한다는 그런 내용 같아 보였다.

흔히 이런 이야기는 공대생이면 한번쯤 들어 보게 마련이다. 

특히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전공 쪽 이야기 이외에 문학이나 예술과 같은

방면의 이야기에 있어서 일절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꼭 문학과 예술, 음악이나 미술을 알아야만 
                                                     
그 사람의 기품이나 인격, 혹은 인간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몇 세기 전만 하더라도 이런 문학과 예술은 돈 많고 할 일 없는 귀족들의

유흥에 불과 하였고 대다수의 평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과학과 기술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공돌이들과 일반 사람들의 관심과의

차이는 참 묘한 뉴앙스를 가지게도 만든다.

결국 일반론이 아닌 것들(몇 세기 전의 문학과 예술, 그리고 지금의 과학과

기술적인 논쟁)때문에 대다수에게 소외된다는 것은 약간 억울한 면이기도 하다.


음.. 이야기가 많이 옆으로 샜는데(^^;) 그 어노니 보드에서 본 글은

읽어 보면 알겠지만 한 KAIST 교수 한분이 지난 일년동안 36편의 논문이나

적었고 이 사람은 분명히 일에 미친 것이 틀림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만일 여기까지만 적혀 있었더라면 아마도 흔히 어노니 보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학교 싸움이나 인간성 문제 싸움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은 글이 하나 있었다.

뉴욕 번화가에 한 남루한 복장의 사내가 '나는 '예수에 미쳤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미친 놈이군'하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를 지나쳐 그의 뒷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문구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당신은 뭐에 미쳤소?'

그 뉴욕 번화가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일에 미쳤을지도, 혹은 돈에 미쳤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토록 바쁜 걸음으로 걸어 가는 모습 속에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들 한가지씩 미쳐서 살아 가고 있다. 때론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하면서 말이다. 

난 뭐에 미쳐서 살고 있을까? 

일에 대한 정열과 사랑에 대한 정열, 그리고 가끔씩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정열에 미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미친듯이 열정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차갑게 식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지끈하게 다 데우지도 못한

상태로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 하나 하나에도 내 모든 것을 바쳐

미친듯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가 적은 마지막 말은 가을이라는 허울좋은 핑계 속에 모든 것을 팽개쳐 버린

나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큰 파도가 되어 밀려 오는 듯 싶다.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서늘한 가을의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 지나는 벗들에게도 물어본다.  그대들은 무엇에 미쳐 있느냐고.
그런 게 있기는 있느냐고.'













놀 때도 미친듯이 화끈하게.... ^^;





이기, 이기,  미친나....    T.T